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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50의 발견

by Bling Bling 삐삐

출근길에 오른다.

15년의 재택근무

부시시한 머리로 향기로운 커피를 내리던 시간에

서둘러 샤워를 하고 거울앞에 선다.

오랜만에 피어난 햇살을 마주하며

거울앞에 서있는 여인을 본다.

머리에서는 계속 뚝뚝뚝... 물방울이 떨어진다.


계단을 바삐 내려와 다가오는 열차에 안심의 한숨을

돌리며 몸을 밀어 넣는다.

"그만 밀어요. 그만 타세요. 앞에 휠체어가 있어요!"

처음 보는 낮선 이가 소리를 친다.

함께 내밀었던 발을 빼며 한걸음 물러선다.

그리고 멎쩍게 처음 보는 눈빛들을 허공으로 돌린다.

철커덕..차가운 문이 닫힌다.

힘겹게 서있는 이들을 싣고 열차는 사라진다.


"휴...."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여인을 본다.

단발머리에 안경은 머리에 엊고 파스텔톤 핑크색 니트에 핑크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있다. 여인의 눈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어보인다.


열차를 기다리는 3분의 눈맞춤.

다시 문이 열리며 몸을 밀어본다. 화장품 냄새와 향수내음, 시큼한 아저씨들의 냄새가 뒤섞이는 열차의 아침, 오늘도 하루의 시작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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