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에 다 담지 못한, 나머지 스케치북의 또 다른 이야기들
<나는 아주,예쁘게 웃었다>
이곳이 싫었다. -라고 프롤로그도 목차도 없이 시작되는 책.
<나는 아주,예쁘게 웃었다>는 스물 다섯의 한 여자애가 배낭 하나만 매고 서울을 떠나, 홀로 2년동안 세상을 떠돌았던 이야기다.
672일, 22개월, 17개국, 117개 도시와 마을. 짧게는 반나절,길게는 4개월동안 한 장소에 머무는 동안 노트에 마음을 기대어 살았었다. 외로움과 두려움의 크기만큼 남길 것들은 끝이 없었다. 계속 그리고 썼다. 스물 두 권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썼다. 낯선 모습의 스물 일곱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 그렇게 낯선 곳에서 늘 이방인으로 살던 스물다섯의 어린 여자애는, 서른이 되었고 서울에 살고 있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지난 나의 그 시절, 마치 집시처럼 늘 이방인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살던 내가 종종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면 책을 꺼내어 본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모든 것을 담아냈었다. 과거의 내가 쓴 일기장을 다시 읽어 본다. 책의 단락 중간에서, 페이지 어디쯤에서. 단어와 단어 어디 사이쯤에서, 나는 또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349페이지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책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려고 한다.
책에는 흑백이지만 사실은 색채가 가득했던 그림들과, 작은 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사진들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며 살고 있는 지금의 나이지만, '아주 예쁘게 웃었던' 그 때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했었는지, 이곳에 다시한번 담아보려고 한다.
2015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