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혼돈의 도시

Egypt, Cairo 이집트 카이로에서

by 봉현

이집트에 오면서 딱 한 군데만큼은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곳이 있었다.

‘혼돈의 도시’라 불리는, 갔다 온 사람마다 혀를 내두르는 곳. 이집트의 수도이자 대도시, 카이로. 이집트에서 한 달을 넘게 여행하면서,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내가 가장 오래,자주 들린 곳이 카이로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는 괜찮아’였다. 그건 유럽과는 다른 이집트라는 중동 도시가 주는 낯선 느낌이 재미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백 수천 대의 차가 내뿜는 뻑뻑한 공기는 견디기 힘들다. 이유 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교통신호 따윈 무시하고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과 사람을 금방이라도 치어버릴 듯이 빠르게 달려오는 차들이 섞여 이리저리 엉켜 있다. 잠시라도 멈춰 있지 않는다. 차가운 쇠와 콘크리트 의 서늘한 공기. 쌓이고 부서지고 뒤섞인 모래와 부서지고 부러진 물건의 잔해가 나뒹구는 갈색 도시다. 매연과 담배 연기와 먼지와 모래가 한데 뒤섞여 금세 코안이 새카매 진다. 고양이가 쓰레기를 뒤적거리는 곳 바로 옆에서 빵과 휴지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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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는 혼돈의 도시라는 말대로, 과거와 현재가 순서를 지키지 못한 채 마구 쏟아 지고 대책 없이 쌓이기만 해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다. 1파운드짜리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길에서 휴지를 파는 할머니가 있는가하면 청바지를 입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청년도 있다. 비싼 전자제품,수입 옷,수입 신발들을 판매 한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는 우리나라에서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린다.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200원에 걸레빵 다섯개를 팔고 있다. 창고 같은 곳에서 구두 닦을 손님을 기다리던 아저씨는 지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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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는 나를 의식하며 수줍게 고양이를 어루만지던 아저씨,길에서 마시는 차이,그림,고양이.


노트에 그린 이집트 사람들.




알라신은 오직 한 분이라 믿으며

하루 다섯번 신에게 기도한다.

자신의 재산과 미덕,영적 교류 등을

가난한 자에게 베푼다.

라마단 기간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갈하게 생활하며 단식한다.

마지막으로 일생에 한 번은 성지 메카를 순례할 것.


모슬렘은 다섯가지 규율을 지키며 산다. 술을 금하고 간음하지 않으며 돼지고기를 먹지않고 남의 돈을 탐내지 않으며 거짓, 도둑질, 침략 등 부도덕한 짓을 금한다.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께 기도하며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세상을 나아지게 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며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눈빛을 보면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사실은 낯선 이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사 한마디에 기뻐하는 사람들.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 나는 아주,예쁘게 웃었다 170p





지금은 폭탄테러로 인해 사라진.. 이스마일리아 호텔 테라스에서 바라본 카이로의 풍경. 저 안테나 가득한 옥상이 참 오묘했다.
늘 그림을 그렸고
이런 낡고 허름한, 호텔방에서 모르는 여행자들과 같이 방을 쓰며 열흘정도를 지냈다.
매일의 아침은 단촐했지만 그것만으로 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