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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현 Apr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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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10년 전 나는 이집트에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부스스한 머리에 낡은 옷을 입은 통통한 얼굴의 내가 카이로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세계여행을 했던 것이 어느새 10년 전. 가장 방황했던 20대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2년.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중동에서 6개월을 머물게 될지, 시리아를 가게 될지, 인도에서 연우를 만날지, 그 이야기로 두 권의 책을 내게 될지- 아무것도 몰랐다.


6년 전엔 벚꽃 구경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내 인생 최악의 남자였던 사람과 함께. 분홍색 옷에 갈색 긴 머리를 한, 정말 예뻤던 나의 한 시절에 내게 그토록 다정하고 상냥했던 남자친구가 그렇게 쓰레기 같은 말을 쏟아낼지 몰랐었다.


4년 전엔 여백이가 창문가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식물을 곁에 두고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여백이가 살 수 있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은 조금이라도 더 느끼길 바랐었다. 여백이가 죽지 않기를 바랐었다. 분명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나는 아직도 여백이가 그리워 가끔 운다.


그리고 7년 전, 나는 황선미 작가님의 '뒤뜰의 골칫거리가 산다' 원화전을 하고 있었고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었다. 


'사건이 터질 때 마자 평범한 일상에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그저 걱정하고 걱정하는 것뿐이라. 집이 답답해 글이라도 쓰러 나간 카페는 평화로웠고 평소와 다름없는 이틀이었다. 하지만 엄마도 친구도 카페의 모르는 사람들도 마음이 무겁다. 내가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아는 체를 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에는 '과거의 오늘'이라는 기능이 있다. 몇 년 전 오늘 무슨 게시물을 올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그리고 설정 관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적혀있다.


원하는 과거의 오늘을 숨기세요.
지금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날짜와 관련된 추억을 숨기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와 지우고 싶은 과거는 어떤 것일까. 감히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때를 떠올리면 힘이 나고 위로가 되는 순간을 영원히 곱씹으며 살고 싶지만 나는 자주 그때의 나를 잊고 지금의 한계와 나의 부족함에 자책한다. 그때는 좋았지만 결국 나쁜 것으로 변해 좋았던 순간마저 부정하며 없었던 일인 것 마냥 대한다. 그건 정말 그 사람만의 잘못이었을까. 거짓뿐이었던 그 사람과 함께 하며 행복했던 나의 웃음마저 거짓이었을까. 슬프고 아팠지만,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그 감정을 다시 한번 겪더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나를 아프게 하더라도 소중한 존재를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켜낼 수 있을까.


오늘은 4월 16일. 결코 잊을 수 없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해야만 하는 마음이 이 세상에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의 평화롭고 담담한 일상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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