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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이모 Jul 09. 2023

소량의 뻔뻔함

연욱이가 5살 때, 토요일을 맞아 아나바다 장터를 놀러가서 귀여운 동물 전구를 사왔다. 자그마한 것이 아주 귀여웠다.

그런데 집에 왔더니 잠시 후 전구 불이 켜지질 않는다. 건전지가 다 되었나보다 하고 드라이버로 열어보니 코인형 리튬전지를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마침 집에 남은 새 소형 리튬전지가 있어서, 건전지를 갈아끼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연욱이가 울기 시작했다. 너무 서럽게, 너무 무섭게.


"연욱아, 왜 울어?"

"앙앙!!!(코를 가리킨다)"


그렇다. 불길한 예감 바로 그것. 건전지가 코에 있다.


"건전지를 코에 넣었어?"

"아니야(엉엉, 엉엉), 건전지가 바닥에 있다가 튀어올라서 코에 들어갔어, 엉엉"


건전지를 연욱이가 넣은 것이 아니다. 무생물인 건전지가 튀어오르더니 그 많은 곳 중 연욱이 코에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신비에 나올 사건이다. 연욱이, 아무 잘못없는 우리 연욱이.


"연욱아, 말한거 최고로 잘했어, 건전지 때문에 놀랐을텐데 말해서 너무 잘했어"


-참고로 코에 다른 것이 아니라 건전지가 들어가는 것은 초응급이다. 코뼈를 녹이기 때문이다. 연욱인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초응급으로 분류되어 사건발생 1시간 30분 만에 건전지를 빼냈다.-


건전지를 뺀 연욱이는 신이 났다. 응급실에는 연욱이보다 훨씬 아파보이지만 초응급이 아닌 환자들이 여럿 보였다. 신발도 못 신고 업혀서 병원에 온 연욱이는 의자 한 군데에 양말채로 올라가서 응급실을 보고있었다. 어딘가 이 상황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못했다.


연욱인 집에 오는 택시안에서 스스로 칭찬을 시작했다.


"잘했지, 잘했지? 엄마가 나 잘했대.!! 내가 건전지 튀어 오른거 얼른 말했지!그래서 잘한거래"

라고 뻔뻔하게 뿌듯해했다.


________

5년 전 사건이 갑자기 떠오른 건 연수 덕이다.


오늘 광명동굴을 걸으며 발이 아팠던 연수는 집에 와서부터,

'발이 아프네, 너무 아프네, 오늘 아무래도 발마사지 받아야할 것 같은데 ~~'라고 중얼거렸다. 발에 대고 있으라고 마사지건을 쥐여주자 '어떻게 써야하나, 시원하다 말다 하네...'라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것도 못본척 세수하고 나오자, 어느새 연수는 아빠의 발마사지를 받고 있다.


"헐, 너 마사지건도 잘 안된다 어쩐다 하더니 다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한거야?"

"아~~~~니, 난 발마사지 해달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어, 정말 그 말은 한 적이 없다구"

"흠...  그건 말이야.. 예를 들어볼께, 은봉이가(우리 동 3층 사는 귀여운 강아지) 어느 날 널 만났어, 근데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고, 니 다리 옆에 딱 와있고 그러는거야."

"오 나 지금 생각해봤는데, 꼭 그랬으면 좋겠다!"

"자, 연수는 은봉이한테 어떻게 하겠어?"

"쓰다듬어 줄거야. 괜찮다면 안아주고 그럴거야"

"자, 이 때 은봉이가 속으로 '에이, 난 쓰다듬어 달라고 말한 적은 진짜 없다구~! '라고 생각하면 되겠어?"

"그건 안되지이~! 당연히 쓰다듬게 되는거지~! 그렇게 와서 예쁘게 구는데 어떻게 안 쓰다듬을 수 있겠어?"

"그치? 그러면 우리 예쁜 연수가 거실을 계속 돌면서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건?"

"크크크"


결국 연수를 궁지에 몰아 본색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발마사지를 얻어내기 위한 그녀의 수려한 언변과 대종상급 연기력. 인정한다.

5학년과 함께일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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