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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이모 Jul 30. 2023

물놀이와 밤샘

교회에서는 방학이 되면 여름에 1번, 겨울에 1번 각 2박 3일 동안 성경학교를 떠난다. 성경학교에서는 아침, 저녁에 예배가 있고(저녁 예배가 더 길다), 밥도 세끼 준다(하루 밥먹이기가 방학 때 최대 이슈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그 긴긴 낮에는 무엇을 하는가.


낮에는 각종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한다. 퀴즈도 맞추고 미션 수행도 하, 게임도 한다. 아이들이 집에 있었다면 열에 아홉은 학원에 갈 시간 친구들과 퀴즈를 풀고 놀이활동을 하다보니, 성경학교에 온 아이들은 낮 활동시간을 매우 좋아하는 것 다.


이 낮 활동시간과 관련하여 여름과 겨울은 크-은-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만 들어도 만만치 않은 "물놀이".


처음 교사가 되어 유아부(4, 5세) 여름성경학교를 하고 난 후 곧장 유아부 부장님께 갔다.


"주일학교 교사도 사직서..같은게 있죠?"


유아부의 물놀이 시간을 말해보자면,

일단 아가들은 찬물에 취약하므로 아침 댓바람부터 물을 받아 햇빛에 데운다. 그러므로 구름껴서 덜 더운 날 물놀이를 하는 복지는 없.다.

물놀이 시작 전까지 물이 안데워지면 따뜻한 물을 공수해온다.

그렇게 물놀이를 시작하면 웃음과 울음이 공존한다.


"(으앙) 선생님, 저 눈에 물 들어갔어요"

"(으앙) 옷 갈아입혀주세요"

"(안돼~!) 저 더 놀거예요!!!"

등등, 엄청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그들은 모두 물놀이 전 수영복으로 갈아입혀 줘야하고, 물놀이 후 안 젖은 옷으로 갈아입혀 줘야한다.

제일 무서운 점은 옷을 갈아입다가.. 잠든다는 점이다.

그러면 잠든 아이를 업거나 옆 선생님께 맡긴 후 나머지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힌다. 그들은 체온변화에 약해서 까르르 잘 놀다가 갑자기 입술이 보라가 된다. 그 나이 아이를 키워본 입장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진-짜 물놀이 시키기 힘든 나이다.



그렇게 첫 유아부 성경학교를 마치고 '이제 성경학교는 그만 가자...'고 결심했다. 그 이후 벌써 6년째 여름, 겨울을 계속 참석 중이다. 그 중 3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성경학교를 못 열었던 시기였다. 사람은 신기해서 3년을 쉬었더니 성경학교가 그토록 가고 싶었다. 작년부터 성경학교가 재개되었고, 올해 여름성경학교, 드디어 물놀이가 부활했다!


여름성경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낮시간 활동의 하이라이트, 물놀이. 학생들이 여름성경학교에 관해 가장 궁금한 것 두가지 중 하나도 물놀이. 그놈의 물놀이.


<학생들의 물놀이 궁금증 발전단계 고찰>


"거기가면 물놀이도 해요?"(성경학교갈지 고민하는 단계)

"물놀이 언제해요?"(수련회 장소에 도착한지 5분쯤 되었을 때)

"물놀이 또 해요?"(물놀이 한지 5분 지났을 때)



지난 화, 수요일, 4-6학년 100여명의 여름성경학교를 함께 갔다.


그들의 물놀이 속에서 "얘들아!!!"를 수없이 외치고, 인원수가 모자라서 물놀이 하나를 같이하고(구멍이 숭숭난 페트병을 꼭 껴안고 계주를 한 다음 물이 더 남아있는 팀이 이긴다) 

온 옷이 흠뻑 젖은 후 5학년 여학생 방을 맡아 6명의 샤워를 돕고 나니,

귀가 욕구가 올라왔다.


괜찮아, 예배와 야식, 취침. 좋은 것만 남았어.

.

.

.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물놀이 까지만 해갔는데, 큰 착각이었다.

고학년 여학생들만의 성경학교의 메인 이벤트를 간과했다.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은 성경학교에 밤새 놀려고 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물놀이도, 샤워도, 예배도, 기도도, 야식도 다 미션클리어한 그 순간, 밤 11시부터 새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녀들의 게임은 새벽 세시쯤 끝나 갔으나, 그 게임을 마치자 다시 새 게임을 시작했다.


내 기억은 그 세시에서 끊겼다.



수요일 저녁 집에 와서 목, 금 파워 근무도 하고 브런치 글도 쓰려했건만, 몸살이 나서 파워 근무 대신 근근히 회사에서 버티고 요양에 요양을 거듭하여 이제 정신을 차렸다. 



수요일 귀가 후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15시간을 푹 자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쌩쌩해진 밤샘족  소속 연수를 매우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주는 진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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