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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가다 Feb 25. 2021

해피투게더

다시 시작하자, 로드무비(흑과 백), 이과수 폭포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된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세상의 모든 연인들 특별할 수도 혹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이국땅(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아휘는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보영의 삶엔 내일은 없어 보이며 오늘만 그저 즐기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그들이 다시 스치며 마주치게 되고 또 반복되는 여정의 삶이 시작된다. 


영상의 표현은 과거의 기억(흑백)과 현재의 망각(컬러)으로 그려내는 그림 같다. 다친 보영을 병원에서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 안 보영은 아휘의 어깨에 살포시 기대게 되는데 컬러로 전환되는 화면은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가 교차되는 함께라서 행복한 순간의 느낌이다. 

그들의 연애도 싸우고 화해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연인의 모습이다. 아휘가 회상하는 아팠던 보영을 보살피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라 생각하는 모습처럼 그들이 함께 삶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함께 탱고를 추며 교감을 나누고 무드를 타는 장면 그리고 보영은 감기몸살에 걸린 아휘에게 배고프다 밥해달라 조르던 모습은 얄밉고도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그런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이다. 

아휘는 보영의 마음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보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이다.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이랄까 채워지지 않는 그의 마음(보영)은 나중에 아휘가 떠나고 난 후 후회와 초점 없는(갈 곳을 잃은듯한) 눈빛으로 보이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이 된다. 

새롭고 낯선 만남이었던 장(장첸)은 아휘의 새 일터인 중국 레스토랑의 동료이다. 그는 과거에 눈이 좋지 않아 귀로 듣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귀가 아주 밝은 친구이다. 가끔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함을 들을 수 있다고 가르쳐 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떠나게 되는데 아휘의 말투 속엔 슬픔이 가득 차 있다 말해주게 된다. 장은 남쪽의 끝에 가게 되면 그의 슬픔을 위로해 주기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그의 이야기를 녹음해 달라한다. 그런 아휘는 녹음기에 그저 흐느낄 뿐이며 장은 미자막 유희를 즐길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도시 혹은 낯선 곳)에서 수많은 다른(사람) 이들과 함께 살지만 외로움과 슬픔에 찌든 이들을 잘 보지 못하며 그저 스치며 부딪치며 살아간다. 많은 인파(사람)들 속에서 그것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휘는 보영의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었다. 기억 속에서 영원히 그를 지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아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철야근무를 하며 돈을 모으고 고향의 시간이 지금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간과 반대인걸 알게 되었고 현지(고향)의 시차에 몸을 맞추어(철야근무) 나가며 일을 하게 된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말하지 못한 말들과 또 한 그가 고향에 있을 때 잘못을 저질렀던 반성의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떠나기 전 다시 마지막으로 처음에 가지 못했던 이과수 폭포로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 웅장하고 거대한 폭포수를 맞으며 보영과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아픔을 느끼지만 시원섭섭한 감정의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아휘는 대만에 잠시 체류하며 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야시장의 국숫집을 찾게 된다. 그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거울에 걸려 있던 장의 사진을 가져가는 아휘. tv속 오늘은 중국 주석 덩샤오핑이 죽은 날이며 새로운 삶과 그(아휘)의 인생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과수 폭포처럼 때론 거칠고 폭풍이 몰아쳤던 아휘의 기억(흑백)과 망각(컬러)이 만나게 되어 그것은 "Life(삶)"가 만들어졌으며 삶의 기록이자 지난날의 회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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