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비, 고양이, 그리고 러닝
세르비아와 오흐리드,
알바니아의 블로러와 두러스를 지나
우리는 몬테네그로의 부드바에 도착했다.
두러스에서 부드바까지
버스로 8시간.
유럽의 버스 이동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청결 상태는 기대할 수 없고,
불편한 좌석에 오래 앉아 있어야 했다.
중간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가는 일조차
돈을 내야 하는 작은 시험 같았다.
그래도 이번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이동이 편안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꽤 감사해졌다.
터미널에는 호스트가 나와 있었다.
그 덕분에 이번에도
낯선 도시의 첫 장면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다.
숙소는 오흐리드와 비슷한
원룸 형태였다.
연식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지만
아기자기한 물건들에는
이 집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몬테네그로는 관광도시다.
친절한 만큼
비용도 분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관광세였다.
하루에 한 사람당 1유로.
30일, 두 사람이 머무르면
60유로가 된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지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듯
그만큼 더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부드바의 겨울은
비와 함께 온다.
우리가 도착한 11월은
가장 비가 많은 달이었다.
그래서 해가 나오는 날이면
우리는 반드시 밖으로 나갔다.
30박 중 절반은
비와 함께 보냈지만,
그마저도 이 도시의 일부였다.
숙소 근처에는 메가마켓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식료품들을 구매했다.
부드바의 물가는
지나온 유럽의 도시들보다
체감상 높았다.
유로화 환율까지 치솟으니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다.
문제는 가격표였다.
붙어 있는 금액과
실제 계산 금액이
다른 경우가 잦았다.
세르비아어를 알 수 없으니
우리는 글자를
글이 아닌 그림으로 읽었다.
상품과 가격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장을 봤다.
영수증은 필수가 되었고,
장을 본 뒤에는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도보로 10분쯤 걸으면
해변이 나왔다.
거기서 다시 10분을 더 가면
부드바의 올드타운에 닿았다.
이곳의 올드타운은
오흐리드와는 또 달랐다.
마치 영화 세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였다.
세월을 함께 견뎌온 고양이들인데도
놀라울 만큼 깨끗했고
우아했다.
누군가의 집에서
돌봄을 받는 고양이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가와 몸을 스치며
그들만의 인사를 건넸다.
며칠을 지켜본 끝에
나는 이 도시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이곳에서
고양이들과의 데이트를
무척 즐거워했다.
우리에게는
어디를 가든 지키는
중요한 루틴이 있었다.
아침 러닝.
도시가 바뀔 때마다
최적의 코스를 찾았고
부드바에서는
약 8km의 코스를 발굴했다.
해변을 옆에 두고 달리다
경사진 길을 넘고
동굴처럼 이어진 구간을 통과하는
모험 같은 러닝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유난히 가벼웠다.
맑은 날이면
우리는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골목마다
시간의 무게가 남아 있었고
그 흔적들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플룻을 연주하던
어린 소녀의 얼굴은
햇빛처럼 빛났고,
작은 벤치에 앉아 있으면
영화 속 장면에
잠시 머무는 기분이 들었다.
올드타운에서 바닷길을 따라가면
모그렌 비치가 나온다.
절벽 같은 돌벽을 옆에 두고
아내와 걷다 보면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함과 평화로움.
그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게 부드바에서의
한 달은 흘러갔다.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한다.
다음은 코토르.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서른 날이
우리 삶에
단단한 근육 하나를
남겨주었다는 사실이다.
- 낭만봉지 -
2025년 11월 7일 ~ 12월 7일, 부드바
총비용 2,272,823원.
(2인 기준 / 항공료 제외)
숙소 : 1,287,307원
외식 : 147,779원
장보기 : 654,172원
카페 : 81,565원
관광세 : 102,000원
하루 평균 약 7만 5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