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결 위에서 맞이한 새해

몬테네그로 코토르에서 맞이한 2026년.

by 낭만봉지 김봉석

축제의 한가운데서

2025년의 마지막 밤,
몬테네그로 코토르 올드타운의 시계탑 앞에 서 있다.


차가운 밤공기가
돌바닥 위를 천천히 훑고 지나갔고,
그 위로 사람들의 체온과 웃음이 겹겹이 쌓였다.


무대 위 가수의 노래가
낡은 성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이곳의 시계탑은
수백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시간의 결을 묵묵히 쌓아온 얼굴이었다.


초침은 없었지만,
그날 밤만큼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지금이라는 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몬테네그로 코토르 올드타운 새해 축하 공연)

어둠의 틈을 메우는 빛

숙소로 돌아와
창가에 섰다.


고요하던 코토르의 밤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2026년을 알리는 12시

성벽 너머, 호수 위로
폭죽이 터졌다.


어둠의 틈을 메우듯
빛이 번졌고,
그 순간마다
밤은 잠시 미래를 드러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희망은 늘
이렇게 조용히,
어둠을 뚫고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2026년 새벽 몬테네그로 코토르 올드타운 & 숙소)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


“2026년 새해다.”


아내가 먼저 말했다.
나는 웃으며 얼싸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잔을 부딪히고
서로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


지도 위로는
그저 이동이었지만,
우리에게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우리의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재배치였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더 가까이 두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온 시간이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

아내에게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


그 말 안에는
수많은 밤과
수많은 선택들이
겹쳐 있었다.


함께 걷는다는 건
항상 같은 속도가 아니라,
서로의 호흡을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 여정에서 배우고 있다.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폭죽은 이내 사라졌고,
도시는 다시 고요해졌다.


하지만
내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시간의 결이 쌓인 시계탑처럼,
이 밤도
우리 삶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 잡았을 것이다.


2026년의 첫새벽,
나는 확신했다.


앞으로의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함께 걷는 이가 있다면
그곳이 곧
우리가 도착한 자리라는 것을.


[작가님들께 드리는 2026년 새해 인사]

한 줄의 문자를 고르기 위해

여러 번 멈춰 서고,

다시 걷는 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쓰는 일은

속도를 겨루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요.


2026년 붉은 말의 해,

서루드지 않되 멈추지 않고

각자의 리듬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멀리까지 데려가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작가님들의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붙잡아 주는 순간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6년 몬테네그로에서 낭만봉지 인사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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