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lying! '봉지날다'

오흐리드 하늘에 떠 있는 아내의 꿈, 생애 첫 패러글라이딩.

by 낭만봉지 김봉석

아내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나는 지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17년 동안 몰랐던 그녀의 간절함이

오흐리드의 하늘 아래서 비로소 펼쳐졌다.


하늘이 너무 완벽한 날

오흐리드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것은 아내의 패러글라이딩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일까.


그것은,

아내의 오랜 버킷리스트를

처음으로 꺼내 든 순간이며

이 여정의 의미를 담아내는

그녀의 첫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지상에 남은 사람의 커피 한 잔

아내는 폭풍 같은 검색 끝에

가성비 좋은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이런 순간에서만큼은 그녀의 추진력이 늘 옳았다.


소집 장소였던 쿠바카페에서 만난 사장님은
당연하다는 듯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둘이 타는 거죠?”라는 눈빛이었다.


아내 혼자 탄다는 말을 전하자,
그의 얼굴에는 잠깐의 당황과 이해가 동시에 스쳤다.
아내는 웃으며 몇 마디를 덧붙였고,
그 말속에는 내 고소공포증과,
그럼에도 도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는 산 정상으로 떠났고,
나는 혼자 카페에 남았다.


카페라테를 한 잔 주문했다.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고소한 맛.

아내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짧은 통화 사이,

아내는 이미 지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착륙 장면을 놓쳤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I’m flying!

미안한 마음으로 고프로 영상을 재생했다.


4륜구동 지프가 비포장 산길을 오르고,
정상에서 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내는 마치 뛰어들듯 발을 내디뎠고,
몸이 허공에 뜨자마자 웃으며 외쳤다.


“I’m flying!”


그 장면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러브홀릭스의 Butterfly가 흘러나왔다.
날아오르지 못해도 괜찮다던 그 노래는,
그날만큼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분명 날고 있었다.
소리까지 지르며,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있었다.


17년 만에 본 얼굴

문득 체리필터의 '오리날다'가 떠올랐다.
평소 아내가 좋아하던 노래.
날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날기 위해 버텨온 사람의 노래 같았던 그 곡.


고된 환경 속에서도
간절함을 접지 않았던 아내의 지난 시간이
고프로 화면 위로 겹쳐 보였다.


결혼 후 17년.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내의 진짜 행복한 표정을 보았다.


진작 해줄걸.
왜 더 빨리 응원해주지 못했을까.
미안함이 올라왔지만,
그 감정마저 노을처럼 천천히 가라앉았다.


이미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행복했기 때문이다.


꿈을 좇는 여행은 계속된다

아내의 비행은
하늘을 나는 액티비티가 아니었다.


그것은 억눌렸던 간절함의 해소였고,
스스로에게 허락한 자유였다.


나는 여전히 지상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우리의 여행이 향하는 곳은
풍경이 아니라 아내의 행복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꿈을 좇는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낭만봉지 -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 패러글라이딩)

[46박, 그리고 숫자로 남은 기록]

2025년 8월 11일 ~ 9월 26일, 오흐리드

총비용 3,425,687원.
(2인 기준 / 항공료 제외)

숙소 : 1,410,013원

외식 : 139,425원

장보기 : 1,127,670원

카페 : 62,997원

액티비티 : 117,573원(패러글라이딩)

쇼핑 : 124,984원(러닝화 등)

미용실 : 83,323원

교통 : 16,702원(세인트나움수도원)

자전거 : 343,000원

순수 생활비(쇼핑,미용실,액티비티 제외) 약 300만 원.
하루 평균 약 6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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