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오르던 길 위에서 코토르가 남긴 것들
아침 7시.
땡땡땡땡, 교회의 종소리가
이곳에서 우리의 기상 나팔이 되어 울린다.
커튼을 젖히자 피오르드만의 푸르름이
방 안으로 조용히 밀려 들어왔다.
그 풍경을 마시듯 바라보며 기지개를 켠다.
늘 해오던 아침의 루틴이지만
날이 추워질수록 몸은 쉽게 게을러진다.
그래도 우리는 습관처럼 준비를 시작했다.
운동복을 입고, 신발을 신고
아침 러닝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차가운 공기가 폐로 스며든다.
30분, 약 6킬로미터.
숨이 차오른 뒤에야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러닝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상이 기다린다.
스크램블, 오이에 올린 살라미와 고다치즈.
토마토와 파프리카, 그리고 호밀빵.
건강을 생각해 차린 이 식단은
3만 원짜리 현지식보다 훨씬 값졌다.
식탁에 마주 앉아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즉흥적으로 나눈다.
계획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코토르 요새 갈까?”
"근데 거기 입장권이 인당 15유로야."
“그래서 좀 돌아가지만.."
"비용도 아끼고 하이킹도 할 겸 뒷길로 가자."
코토르 요새에는 공식 루트 말고
비공식 무료 루트가 하나 더 있다.
아내는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었다.
날씨만 좋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우리는 산행에 맞게 가볍게 차려입고
초행길의 입구를 찾아 나섰다.
구글맵을 보며 꼬불꼬불한
돌바닥 산길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으로 시간이 느껴지는 길이었다.
한참을 오르다 갈림길에서 잠시 멈췄다.
감에 맡겨 10분쯤 더 가니
‘치즈샵’이라는 작은 카페가 나타났다.
평점은 호불호가 갈렸고
우리는 그곳을 지나쳐 더 위로 향했다.
괜히 오늘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방울 소리가 들렸다.
돌벽과 나무 사이에서 산양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무리.
우리는 그 장면을 말없이 오래 바라봤다.
살면서 처음 마주한 풍경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조금 더 가니 낡고 작은 교회가 나타났다.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벽만이 그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과거 요새를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기도를 위해 잠시 머물렀을 자리.
시간은 떠났지만 자리는 남아 있었다.
교회를 지나자 요새로 향하는
뒷길의 개구멍과 사다리가 보였다.
불안해 보이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아래에서 사다리를 붙잡았고
아내를 먼저 올려 보냈다.
이후 난 혼자만의 악력에 의지해
끙끙거리며 올라갔고
비좁은 개구멍을 통과하는 순간
코토르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성벽 위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각자의 명당을 찾아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해질 무렵, 돌산 뒤로 해가 넘어갔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안고 웃었다.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한 코토르의 야경은
낮과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도시는 잘게 접어둔 부채처럼,
내가 내려가는 보폭에 맞춰 천천히 제 풍경을 펼쳐 보였고
우린 이곳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다.
- 낭만봉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