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작은 마을에 머문다
코토르에서의 생활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동안 이곳의 낭만과 분위기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런 우리에게 추억을 남겨 줄
이곳의 마지막 방문지가 남아 있었다.
바로 코토르의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
'페라스트(Perast)'였다.
차로 약 30분 거리.
숙소 바로 앞이 정류장이어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생각보다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버스 요금은 1인당 2유로.
기사님은 수동 발권기로 티켓을 끊어주셨다.
잉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티켓은 거의 하얀 종이로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멋쩍은 웃음이 나왔다.
이 여행에선 이런 사소한 순간조차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창밖으로 보이던 코토르만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우리가 머물던 도시에서 보던 풍경과는
결이 다른 얼굴이었다.
“Perast, Perast.”
버스기사의 짧은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우르르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도로 위에 남겨진 우리는
마을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정박된 요트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은 물.
마을은 작았지만
그 안의 모든 것들은
낭만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듯했다.
과하지 않고, 애쓰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그 낭만은 도로에 스며 있었고
건물의 벽과 창문 사이에도 머물렀다.
소방서 앞에서 낚시를 하던
소방대원의 모습마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계속 걷다 보니
눈앞에 두 개의 작은 섬이 나타났다.
페라스트를 대표하는
성 조지섬(St. George Island)과
성모섬(Our Lady of Rocks)이다.
성 조지섬은 자연섬으로
베네딕트 수도원과 귀족 묘지가 있으며
관광객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반면 성모섬은 인공섬이다.
1452년, 어부들이 바다에서
성모 마리아의 성화를 발견한 뒤
수세기에 걸쳐 돌을 쌓아 만든 곳이다.
사람의 믿음과 시간이
섬이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렇게 낭만을 충분히 걷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정류장에 도착했다.
마지막 여운을 챙기듯
버스에 올랐다.
몬테네그로의 여행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음 여행지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꿈을 좇는 여정 위에 있다.
낭만을 좇아,
천천히 걷는 여행자로서.
- 낭만봉지 -
2025년 12월 7일 ~ 2026년 1월 5일,
총비용 2,861,947원.
(2인 기준 / 항공료 제외)
숙소 : 1,818,399원
외식 : 277,155원
장보기 : 626,291원
카페 : 12,256원
관광세 : 102,000원
교통비 : 25,846
하루 평균 약 9만 8천 원.
정교회 크리스마스 1월 7일
6,7일 공휴일 지정, 버스 운행 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