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500. 한 번의 불신과 한 번의 신뢰가 만든 미래
은퇴 준비의 핵심은
결국 자금이라고 생각했다.
매달 당연하게 들어오던
안정적인 수입이 끊어진 지 벌써 2년.
맞벌이로 살던 시절,
우리는 거의 매일 밖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 일상이 은퇴라는 선택 앞에서
조용히 멈췄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그제야 사소한 지출 하나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알게 됐다.
삶은 줄어들었지만
시야는 오히려 넓어졌다.
은퇴 전 자금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었다.
임장을 다니며 동네의 공기를 살폈고,
실거주를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을 걸어 다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우리는 비용을 늘려갔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은퇴를 버틸 만큼의
기본 자금은 마련할 수 있었다.
다음 고민은
자금의 ‘지속성’이었다.
부동산은 든든했지만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돈은 묶여 있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걸
이미 한 번 배웠으니까.
하루에도
유튜브를 수십 편씩 봤고,
AI, 검색, 책까지
손에 잡히는 건
모두 뒤졌다.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투자’라는 말이
조금씩 현실적인 개념이 됐다.
조급함이 사라지면
위험도 함께 줄어든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한 건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였다.
개별 종목보다
리스크는 낮고,
수익은 시장 평균을 따른다.
크게 벌 수는 없지만
크게 잃을 가능성도 적다.
분산을 잘하면
배당은 매달 들어오고,
장기적으로는 생활비의 일부를
감당해 주었다.
이미 한 번
실패를 겪은 우리에게 한국 주식 시장은
쉽게 믿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회사 상장 과정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들,
알고 싶지 않았던 현실들이 있었다.
재무제표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내시경을 넣어야 알 수 있는 게
기업의 속살이었다.
그런 불신 속에서
우리는 해외 ETF로 눈을 돌렸다.
AI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 덕에
시장의 방향은 어느 정도 보였다.
S&P500, SCHD, QQQ, JEPI 등
배당주와 기술주을 섞고,
환율의 변곡점에서는
단기채에도 자금을 나눴다.
그러던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터졌다.
잠을 설친 날들이
이어졌고,
정국은 불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선 후보 시절,
자본시장 정책 간담회에서
그의 말을 들으며 묘한 감각이 스쳤다.
의심은 있었지만,
의지는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법안을 통과 시키면서
밀어붙이는 행보를 보고
불신은
조금씩 신뢰로 바뀌기 시작했다.
믿음은
시간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그렇게
한국 주식 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국내 ETF에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오늘.
크로아티아의 아침,
휴대폰 알림 하나에 웃음이 났다.
“코스피 4,500! 사상 첫 돌파.”
그제야 알았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한 나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만약 그 믿음이 없었다면,
이 선택은 가능했을까.
불신이 신뢰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미래를 보았고
소소한 평온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결국 남는 건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고
어떻게 견뎠느냐였다.
- 낭만봉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