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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06. 2024

‘자랑스러운 우리 경상남도’ 공동 교육과정

[2장] 잘 가르치고 싶어!

  작은 학교에서 소인수 학급을 주로 맡고 있는 저는 때때로 학생 수로 인한 수업의 한계를 느낍니다. 알뜰 시장이나 협동 학습처럼 학생들의 다양한 소통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저희 반 학생 수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학년과 연계한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공동 교육과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근 학교와 지역 교육청에서 소인수 학급끼리 연계해 함께 학습하는 공개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희 지역처럼 작은 학교가 많은 곳에서는 학생 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근 학교 동학년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진행한 공동 교육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공동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협력 학습     


  공동 교육과정은 작은 학교의 소인수 학급끼리 연계하여 하나의 주제를 정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함께 학습하는 프로젝트 수업의 한 형태입니다. 이는 일종의 협력 수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동 교육과정을 접했을 때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급만으로도 수업이 벅찬데 다른 학급까지 함께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나 학기 초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며 생긴 고민이 저를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끌었습니다.     


  학생들은 사회 교과의 역사 단원에서 ‘[4사03-03]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와 ‘[4사03-04] 우리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의 삶을 알아보고, 지역의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는 성취기준을 학습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학급의 학생 수가 적어 충분한 학습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18개의 시・군이 있는데도 학생이 10명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얼마 전에 보았던 공동 교육과정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인근 학교의 동학년 선생님과 뜻이 맞아, 우리는 이 단원을 공동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두 학급을 합치니 학생 수가 충분해졌고, 그 덕분에 원활한 학습이 가능해질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매년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큰 학교와 달리, 작은 학교 학생들은 낯선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현실도 우리가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성취기준을 넘어,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고 친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공동 교육과정의 중요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림 1] ‘자랑스러운 우리 경상남도’ 성취기준 모아 보기


  이번에 소개할 ‘자랑스러운 우리 경상남도’ 공동 교육과정은 [그림 1]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회, 국어, 미술 교과의 성취기준을 통합하여 구성되었습니다. 학생들은 경상남도의 각 도시를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조사하고, 문화관광해설사 역할을 맡아 친구들에게 소개합니다. 또한, 클레이아트를 통해 문화유산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그 가치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학교의 학생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알아가고, 협동 놀이를 통해 친밀해질 기회를 갖습니다. 모둠을 구성하여 협력 수업을 진행하고,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해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학습하는 경험을 쌓습니다.      


[2] 수업 진행 안내


[그림 2] ‘자랑스러운 우리 경상남도’ 공동 교육과정 수업 계획


[문화유산역사적 인물 조사 방법 알기]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생들은 각 교실에서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의 개념을 학습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문화재’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지만, 2024년 5월 17일부터 시행된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이제는 ‘국가유산’이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용어 변경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이 일본 법을 인용하여 만들어지면서 분류가 비체계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문화재’라는 용어가 재화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므로,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국가유산’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하고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 체계에 맞춰 분류를 새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변화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국가유산은 기존의 유형문화재와 기념물(사적지류)을 포함하는 ‘문화유산’, 기존의 기념물에 해당하는 ‘자연유산’, 기존의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무형유산’으로 분류됩니다. 제가 이 수업을 진행할 때는 유형 문화유산과 무형 문화유산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앞으로는 새로운 분류를 반영해야겠네요. 다만, 이 장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추어 ‘문화유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유형 문화유산과 무형 문화유산으로만 구분하겠습니다.     


  역사적 인물은 과거에 중요한 역할을 했거나 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지역 발전에 기여하거나, 지역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역사적 인물로 선정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의 조사 방법은 유사합니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우리 경상남도’ 공동 교육과정에서는 이 두 주제를 한 차시로 묶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인물을 조사하는 방법으로는 ‘지역 기관의 누리집이나 인터넷 검색’, ‘책이나 문서, 기록물 찾기’, ‘전문가와의 면담’, ‘관련 장소 답사(현장 체험)’가 있습니다. 저희 학급은 이미 몇 주 전에 지역 박물관을 방문하여 인터넷 검색, 기록물 찾기, 전문가 면담, 답사 등 다양한 조사 방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수업#1 : 조사 계획 세우기]

  두 학교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날입니다. 저와 파트너 선생님은 낯선 아이들과의 협력 수업을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학생들이 자유롭게 강당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반갑게 인사하고, 이름을 물어본 후 활동지의 친구 사진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다음, 두 학급의 학생들이 고루 섞일 수 있도록 모둠을 배정하였습니다. 모둠을 선정할 때에는 3학년 때 배웠던 우리 고장의 역사에 관한 퀴즈를 통해 모둠장을 선정하고, 모둠장이 모둠원을 고르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지난 학습을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첫 만남 – 마음 열기(인사, 모둠 배정)


  이제 모둠원들끼리 친해질 차례입니다. 사회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한 다양한 퀴즈를 준비하였는데, 지도의 특징 퀴즈, 유형・무형 문화유산 선택 퀴즈, 우리나라의 인물 TOP 10 퀴즈, 경남 도시 빙고 등을 통해 학생들이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협동심을 발휘한 모둠에게는 경남의 도시 카드를 지급하여, 나중에 모둠별로 도시를 선정할 때 우선권을 주었습니다.


[그림 4] 모둠 퀴즈


  각 모둠은 모둠 퀴즈를 통해 얻은 도시 카드를 바탕으로 경상남도의 도시 중에서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조사하고 싶은 도시를 2곳씩 정하였습니다. 이후에 모둠원끼리 역할을 분배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조사할지 계획을 세우며 첫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림 5] 모둠별 조사할 도시 정하기


[조사하고 발표 자료 만들기]

  이제 학생들은 각자 맡은 도시의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조사할 차례입니다. 학생들은 지역 기관의 누리집을 찾아보거나 관련 책을 읽으며 조사하였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 자료를 PPT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발표 자료에 포함해야 할 필수 항목을 미리 안내해 주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조사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고, 덕분에 더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했습니다.     


  [그림 32]와 같이, 유형・무형 문화유산 발표 자료에는 사진, 도시, 주소, 시대, 특징을 포함하도록 하였고, 역사적 인물의 경우 사진(그림), 도시, 이름, 직업, 시대, 업적 등을 반드시 포함하게 했습니다. 또한, 모둠원들은 온라인 학급방에 자신이 만든 발표 자료를 업로드하고, 댓글로 의견을 나누며 조사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6] 문화유산 및 역사적 인물 발표 자료(학생 예시)


[클레이아트로 문화유산 만들기]

  문화유산을 학습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도자기를 보며 그 가치를 설명 듣거나, 성벽을 걸으며 임진왜란 당시 우리 조상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역을 지켰는지 느끼는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학습 기회를 매번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신 문화유산의 모형을 클레이아트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제가 근무하는 지역에서는 ‘마을교사와 함께하는 행복교실 프로젝트’라는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 자원을 활용한 교육과정이 지원되고 있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클레이아트 전문가인 마을교사를 초청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학생들은 보다 체계적으로 클레이아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먼저 클레이라는 재료의 특징을 탐색하고, 기본적인 조형 방법을 배웠습니다. 클레이를 굴려 공처럼 만들고, 원통 모양으로 길게 늘이며 클레이아트의 기본을 익혔습니다.


[그림 7] 클레이아트로 문화유산 만들기


  그리고 각자 만들고 싶은 문화유산을 선택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첨성대, 도자기, 다보탑 등을 클레이로 직접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문화유산을 자세히 관찰하고 손으로 모형을 제작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공동수업#2 :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 발표하기]

  두 번째 만남이 있던 날,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서먹해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벌써 친해져서 반갑게 껴안으며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모둠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놀이 활동을 통해 다시 마음을 열며 친밀감을 높였습니다.     


  각 모둠은 함께 발표 자료를 살펴보고, 발표 내용과 관련된 퀴즈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퀴즈를 내며 모둠원의 발표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고, 발표를 주의 깊게 듣게 만드는 동기부여도 되었습니다.     


[그림 8] 모둠 퀴즈 양식


  이제 학생들은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 자신들이 조사한 경상남도의 도시별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할 순서입니다. 학생들은 화면에 띄워진 발표 자료를 보며 마이크를 들고 알맞은 태도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국어 교과 성취기준 ‘[4국01-06] 예의를 지키며 듣고 말하는 태도를 가진다.’에 맞춰 높임말을 사용하고, 적절한 목소리 크기와 속도, 정확한 발음으로 발표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발표를 듣는 학생들의 태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지속적으로 점검했습니다. 교실에서와는 달리 낯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떨려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모두 진지한 자세로 임했습니다.


[그림 9]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 발표하기


  모둠별 발표가 끝난 후에는 퀴즈를 통해 친구들이 발표 내용을 잘 들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문화관광해설사 역할을 해본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학생들은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수업 마무리 협동 사진 찍기]

  마지막으로, 함께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모둠별로 협동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생들은 그동안 쌓은 친밀감 덕분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첫 만남의 서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추억을 남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헤어질 때도 학생들은 아쉬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10] 협동 사진 찍기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러 학급이 함께 모이다 보니 챙겨야 할 것이 많았고, 놀이 활동이 더해지면서 수업이 산만해질 우려도 있었습니다. 또한 두 학교의 일정을 고려해 만남의 날을 조정하고, 학습 내용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파트너 교사와의 협력이었습니다. 저희는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누었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계획하고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교사 간의 협력이 없었다면 공동 교육과정의 원활한 진행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수업이 끝난 후 이어진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 알아보기’ 차시에서 학생들에게서 우리의 역사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문화유산과 역사적 인물에 깊이 몰입하며 학습했던 경험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사회 교과 성취기준인 ‘[4사03-03]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는다.’와 ‘[4사03-04] 우리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의 삶을 알아보고, 지역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는다.’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학습적인 성과 외에도 큰 보람을 느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의도한 대로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갔습니다. 국어 시간에 다른 학교 친구에게 ‘보고 싶다’며 편지를 써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저와 파트너 선생님은 2학기에도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2학기에는 ‘대동방 알뜰시장’이라는 주제로 공동 교육과정을 이어갔습니다.     


  공동 교육과정은 소규모 학급이 있는 작은 학교에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준비 과정은 힘들지만, 교사들이 협력한다면 마치 동학년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가치를 지닌 공동 교육과정, 저는 작은 학교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이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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