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잘 가르치고 싶어!
사회 교과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교과서에만 의존해 학습한다면,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진행한 사회 교과 중심의 PBL 수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PBL(Problem-Based Learning) 수업은 문제 중심 학습으로, 학생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입니다. PBL 수업의 특징은 실생활 속 문제가 중심이 되고, 학생들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진행했던 PBL 수업은 사회 교과의 경제 단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경제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죠. 조사해 보니 제 학급에서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고 그 돈을 모아 사용하는 학생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카드를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돈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계, 기업, 시장의 경제 활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경제 개념을 익히도록 이 PBL 수업을 계획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 수업은 ‘나의 첫 회사생활’ PBL 수업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만들며, 판매하기 위해 홍보까지 해보는 학습 활동을 통해 경제 활동에 대해 학습할 수 있도록 관련된 성취기준을 모아보았습니다.
[경제 용어 알아보기]
학생들은 경제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몬으로 돈 버는 법’이라는 짧은 그림책을 읽으며 경제 용어를 배웠습니다. 이 책은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 제품, 기업 등 경제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습니다.
“2,500원이 나의 레모네이드 가격이야.
조니가 돈을 내면, 나는 레모네이드를 판매한 거야.
이때 조니는 소비자라고 하고, 레모네이드를 제품이라고 해.
내가 레모네이드 가게를 차리면, 그건 나의 회사라고 할 수 있어.
나는 이윤을 얻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어.(‘레몬으로 돈 버는 법’ 발췌)”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기업, 생산과 소비, 경쟁, 임금 등 중요한 경제 용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은 후, 핵심 경제 용어를 빈칸으로 표시한 문제를 풀게 했더니 학생들이 재미있게 학습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 용어를 쉽게 학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흥미로워서 프로젝트 수업의 첫 단계로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 후, 경제 활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생산 활동과, 생산된 물건을 사용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 활동으로 나뉜다는 것을 학습하였습니다. 이 차시에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 활동 사례를 보고, 각각이 어떤 경제 활동에 해당하는지 구분하는 활동을 통해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합리적 선택 학습]
6학년 경제 단원의 핵심은 학생들이 경제 활동에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물건, 돈, 시간과 같은 자원의 희소성을 이해하고, 가계, 기업, 개인의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을 해보는 학습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워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후에는 시장의 기능과 역할, 화폐의 발달,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 등을 학습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나의 첫 회사생활’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의 첫 회사생활’ 프로젝트 시작]
본격적인 프로젝트에서는 먼저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학생들이 사장이 될 후보자를 뽑았습니다. 학생들은 [그림 5]와 같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했으며, 동료 평가를 통해 수익성이 있는 사업계획서를 선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회사 설립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의 면접과 회사 설립]
사장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회사를 운영할 직원들을 뽑기 위해 모의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에 임했습니다. 모의 면접이었지만 학생들이 진지하게 활동에 임했습니다. 이렇게 사장, 기술팀, 홍보팀, 재무팀으로 구성된 기업이 완성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출입증을 만들어 주었더니 일주일 내내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학생들은 사업 계획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활동을 통해 국어 교과의 성취기준인 ‘[6국01-04] 자료를 정리하여 말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한다.’를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개발과 홍보]
드디어 각 기업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학생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는 ‘생활 소품인 연필꽂이를 창의적으로 제작하라’는 과제였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정부의 역할을 맡아 각 기업에 공적 프로젝트를 제시했죠. 학생들은 팀을 이루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설계 도면에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연필꽂이의 구체적인 치수를 포함해 설계하였고, 우드락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모형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드락은 펜형 우드락 커터기와 본드를 사용하면 쉽게 제작할 수 있어 수업에 매우 적합한 재료였습니다.
제품 모형이 완성된 후, 기업들은 이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 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홍보 계획서에는 [그림 9]에서 볼 수 있듯이 물품명, 재료(실제 제작 시 사용할 재료), 디자인(색상, 모양, 크기 등), 특징(실용성, 튼튼함 등), 판매 가격 등을 포함시켰습니다. 학생들은 교사인 저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며,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실과 교과의 성취기준인 ‘[6실02-06] 간단한 생활 소품을 창의적으로 제작하여 활용한다.’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성, 실용성, 디자인을 평가 기준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은 프로젝트 활동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알 수 있는 우리나라 경제 활동의 특징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회 교과의 [6사06-02] 성취기준처럼 여러 경제 활동의 사례를 통하여 자유 경쟁과 경제 정의의 조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유 경쟁이란 시장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경제 체제를 말해요. 그동안 우리가 했던 ‘나의 첫 회사생활’ 수업에서 자유 경쟁이 나타났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여러 회사가 자기 물건을 팔려고 경쟁했어요.”
“우리가 연필꽂이를 자유롭게 디자인해서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어요.”
“맞아요, 잘 찾았네요! 그런데 자유 경쟁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건 아니에요. 돈이 적은 사람들은 경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질 수 있죠.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과도한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법을 만들고 복지 제도를 마련해요. 이걸 경제 정의라고 해요. 우리나라 경제는 이렇게 자유 경쟁과 경제 정의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나의 첫 회사생활’ 수업은 PBL(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여러 특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졌습니다. 학생들은 기업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도전하여 직접 채용, 제품 개발, 홍보 등의 과정을 경험했죠. 이처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PBL 수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로, 학생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사장과 직원의 역할을 맡아 회사 경영과 관련된 여러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내렸습니다. 교사는 안내자 역할을 하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협력적인 학습이 강조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팀을 이루어 기업을 운영하고 아이디어 제품을 함께 개발하며 다양한 업무를 분담했습니다. 서로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PBL 수업의 협력 학습 요소를 잘 보여줍니다.
네 번째로, 과정 중심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협동심 등을 평가하였으며, 아이디어 제품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처럼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평가는 PBL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PBL 수업이 성공하려면 교사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수업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을 믿고 안내자로서 한 발 물러나 있어야 합니다. 실패도 학습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PBL 수업은 정답이 정해진 암기식 수업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수업입니다. 배운 지식을 실제 문제에 적용하여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덕분에,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깊었고, 교사로서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BL 수업은 가장 이상적인 학습 형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