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봉준 Dec 08. 2024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학생 자치

[특별] 역량 중심 교육, 학생 자치

  제가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맡아온 업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생 자치입니다. 학생 자치란 학교 생활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생이 스스로 모든 것을 주도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그래서일까요? 처음 제가 한 번 맡아본 이후로는 자연스레 제 업무로 굳어졌습니다. 아무도 이 업무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에서 처음으로 학생 자치 업무를 맡았을 때, 정말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전에 남겨진 자료는 참고하기에 부족했고, 3월부터 학생 자치를 시작하려면 구체적인 계획부터 다듬어야 했습니다. 학생 자치를 처음 접해보는 저로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죠.     


  하지만 다행히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관심이 많으셨던 교장 선생님과 열정적인 동료 교사들의 도움 덕분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틀이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활동들로 시작했던 학생 자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영역을 확장하며 점점 학교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4년째에는 학생 자치가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계층적이고 위계적인 느낌이 강했던 기존의 학생회나 전교 어린이회 대신,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학생 다모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이나 대표만 참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명칭이죠.     


  이제 제가 행복학교에서 운영했던 학생 다모임의 모습을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림 1] 학생 다모임 진행 과정


[1] 학생 다모임의 시작이끔장 선거     


  학생 다모임은 사실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이전해 겨울부터 준비가 시작됩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이끔장 선거입니다. 이끔장은 학생 다모임을 이끄는 진행자이자 학생 대표로서,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이끔장 선거는 학생들이 민주주의 선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래서 실제 선거와 최대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가장 먼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일정과 공정한 선거를 위한 규칙을 안내하고, 선거 전반을 주도적으로 관리했습니다.     


  후보로 출마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후보자 등록 카드를 작성해 제출해야 했습니다. 등록 카드에는 본인이 바라는 학교의 모습과 실천하고 싶은 공약을 적도록 했는데, 학생들이 공약을 고민하며 스스로 학교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더군요. 또, 후보자 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소정의 상품을 준비했더니, 5학년 11명 중 무려 6명이 후보로 나서는 놀라운 참여율을 보인 해도 있었습니다.


[그림 2] 이끔장 후보 등록 카드(학생 예시)


  후보자로 등록된 학생들은 선거 도우미와 함께 선거 운동을 준비했습니다. 선거 포스터를 제작하고, 공약을 홍보하며 교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포스터에는 반드시 ‘후보자 사진, 기호, 공약’을 포함하도록 했고, 학생들은 도우미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창의적인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포스터는 학교 곳곳에 붙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죠.


[그림 3] 후보자 선거 포스터(학생 예시)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시로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 다모임 이끔장 선거에 앞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안내하겠습니다. 지난 월요일, 기호 2번 김○○ 후보의 동생인 김△△ 학생이 친구들에게 ‘우리 오빠를 뽑으면 사탕을 주겠다’고 한 내용이 신고되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규정을 검토한 결과, 후보자가 직접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 도우미인 형제의 부적절한 행동을 말리지 않은 점을 문제로 삼아 1차 경고를 주기로 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2차 경고를 받으면 후보 자격이 박탈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가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며, 학생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중요성을 배우게 했습니다.     


[그림 4] 이끔장 선거 운동


  드디어 선거 당일입니다. 각 후보는 전교생 앞에서 공약을 발표하며 자신을 어필합니다. 학생들 앞에서 직접 연설을 하다 보니 후보자들도 긴장되지만, 이런 과정이 학생들에게 큰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연설 후에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에서 빌려온 기표소와 투표함을 이용해 실제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림 5] 이끔장 후보자 공약 연설


  투표가 끝난 뒤에는 개표가 진행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학생이 한 장씩 투표용지를 열어 이름을 부르고,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든 학생이 결과에 몰입하며,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끔장 선거는 단순히 이끔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고, 학생들 스스로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익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죠.


[그림 6] 이끔장 투표


[2] 약속을 지켜요이끔장 공약 이행     


  이끔장이 선출되고 나면 3월부터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교사와 협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2021학년도 이끔장의 공약은 ‘깨끗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전교생과 함께 학교 주변 쓰레기를 줍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공약 덕분에 매달 학생 다모임 날에는 전교생이 쉬는 시간에 학교 정화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공약은 이끔장 선출 당시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려는 노력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끔장에서 떨어진 후보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채택해 실천했는데, 그중 하나가 월별 생일파티였습니다. 이 공약 덕분에 매달 생일을 맞은 학생들을 축하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교내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림 7] 이끔장 공약 이행(학교 정화활동)


  이끔장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끔장은 학생 다모임을 통해 수렴된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위원회나 교육과정 협의회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사례 중 하나는 수요일 6~7교시에 운영된 학생 자율 동아리였습니다.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제안했고, 이 의견을 이끔장이 적극적으로 대변하여 실제로 운영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이끔장은 단순한 학생 대표를 넘어,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전반에 반영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이 학교의 주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 것도 이 역할의 큰 성과였습니다.     


[3] 소속감을 느껴요부서 조직     


  학생 다모임은 학기 초 부서 조직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함께 모여 자신이 희망하는 부서를 선택하면, 학년 수준을 고려해 적절히 배정합니다. 도서부, 생활부, 환경부, 체육부, 놀이부, 보건부 등 다양한 부서가 운영되며, 각 부서는 교내에서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림 8] 학생 다모임 부서 조직 현황(예시)


  부서가 구성되면, 각 모둠에서는 고학년 학생들 중에서 모둠장을 선출합니다. 이후 부서명과 함께 모둠 구호를 정하는데,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특별한 재미와 협동심을 제공합니다. 구호는 부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로, 발표할 때 주의를 집중시키고 부서원들의 단합을 끌어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구호를 외쳤습니다.     


  “지루할 Fun! 심심할 Fun! 우리는 Fun Fun! 놀이부!”

  “생각을~ 활기차게~ 아자! 아자! 생활~부!”     


  이런 구호를 정하고 외치는 활동 자체가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림 9] 부서별 모둠 구호


  부서가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과 협동심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기 초에 전문 강사를 초빙해 리더십 캠프를 열었습니다. 이 캠프에서 학생들은 리더로서 필요한 책임감과 협동의 중요성을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부서별로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학교 뒷산을 오르는 활동을 통해 협동심을 기르기도 했습니다.     


  학생 다모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협동 놀이를 진행해 학생들끼리 마음을 열고 서로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소속감을 키워나갔습니다.     


  학생들이 부서 내에서 협력하며 목표를 이루는 경험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깨닫고 책임감을 가지게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림 10] 부서별 내 고장 산 오르기


[4] 학생 자치의 꽃월별 자치활동     


   학생 다모임의 핵심은 학생들이 학교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거나 직접 행동으로 옮기면서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집니다. 이 모임이 바로 월별 자치활동입니다.     


  월별 자치활동에서는 먼저 지난달 부서 활동의 실천 결과와 소감을 발표합니다. 어떤 부서는 계획을 훌륭하게 실행해내기도 하지만, 계획만 세워놓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활동을 돌아보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이번 달의 부서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습니다. 문제를 발견한 뒤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서의 모둠장이 발표하며 다른 부서 학생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학생들이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협동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그림 11] 학생 다모임 부서별 활동계획(예시)


  학생들이 세우는 부서별 활동 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학교에 건의하는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놀이부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껴 학급별 보드게임 구입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이 안건은 교사 다모임에서 논의 끝에 통과되었고, 학생들의 희망을 조사한 뒤 보드게임을 구입해 학급에 배치했습니다. 학생 다모임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이처럼 교사에게 해결 방법을 건의하는 유형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림 12] 놀이부 부서 활동 – 학급용 보드게임 추천


  두 번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캠페인이나 홍보 활동 등의 활동을 하는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체육부가 체육관에서 발생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체육관 이용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문제가 생긴 것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육부는 체육관 이용 수칙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게시하고, 규칙 준수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이런 사례는 교사로서도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림 13] 체육부 부서 활동 – 체육관 이용 수칙 포스터


  세 번째는 부서별 목적에 맞는 행사를 개최하는 유형입니다. 도서부에서는 도서관에서 폐기 예정인 헌책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헌책 나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다목적실에 헌책을 진열하고,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하며 행사 준비를 마쳤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하며, 행사 자체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림 14] 도서부 부서 활동 – 도서관 헌책 나눔 행사 포스터


  월별 자치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학생들이 학교의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초기에는 교사들이 여러 예시를 들어주며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아, 왜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니?”

  “선생님, 애들이 체육관에서 놀고 나서 공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뒷정리 다 하고 왔어요.”

  “기특하구나. 그런데 요즘 그런 일이 자주 있니?”

  “네, 며칠 전에도 배드민턴 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서 제가 밟을 뻔했어요.”

  “큰일 날 뻔했구나. 그럼 이번 학생 다모임 시간에 어떻게 대처할지 함께 의논해 보자.”

  “체육부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체육부 모둠장한테 얘기할게요.”     


  이처럼 학생들이 경험한 불편함이 부서 활동으로 이어지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월별 자치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예산 지원도 필수적입니다. 부서 활동에 필요한 물품이나 행사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모둠장은 물품 구입서를 작성해 교사와 상의한 후 예산을 사용했습니다. 부서별로 예산을 배정하면 형평성 있게 운영될 수 있어, 학생들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예산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월별 자치활동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이고 협력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 15] 학생 다모임 부서별 예산 사용 안내


[5] 학생 다모임학교 교육과정으로 확장     


  학생 다모임이 점차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자치 활동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 전반으로 확장해 보자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고, 학교 운영에 더 깊숙이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학생이 주도한 학생생활규정 개정]

  가장 먼저 시도한 변화는 학기 초에 진행한 학생생활규정 개정이었습니다. 기존에는 교사나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규정을 수정해 왔지만, 이번에는 학생 다모임을 통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각 부서에서 현재의 규정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정리하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학생들은 투표를 통해 최종 안건을 선정했고, 이 안건은 교직원 다모임의 점검과 학부모 설문을 거쳐 학교 운영위원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규정을 추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공동체 모두가 규정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규정 준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도 큰 성과였습니다.


[그림 16] 학생생활규정 개정


[운동회기획부터 운영까지]

  운동회 역시 학생 다모임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운동회를 준비하며 각 부서는 저학년과 고학년을 위한 경기 종목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경기 방법과 규칙을 고민했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경기 방식에 따른 팀 구성 방법도 학생들 스스로 정했습니다.     


  운동회 당일에는 각 부서의 모둠장이 경기 진행을 맡았고, 다른 모둠원들은 심판이나 도우미로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운영하는 운동회는 기존에 교사가 주도하던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운동회를 즐기며, 학생들은 더 큰 성취감을 느꼈고, 행사의 의미를 더욱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17] 운동회 부서별 경기 종목 선정


[전교생이 참여하는 알뜰시장]     

  알뜰시장은 학생 다모임에서 추진한 또 하나의 특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를 준비했고, 각 부서에서는 물건의 가격을 매기고 부스를 꾸몄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학생들이 만든 알뜰시장 화폐로 물건을 사고팔며 시장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이 행사의 수익금은 지역 사회에 기부되었는데, 이끔장과 모둠장들이 직접 기부처를 선정하고 전달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단순한 물물교환 행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림 18] 알뜰시장 운영 안내


  이처럼 학생 다모임은 자치 활동에서 출발해 교육과정 전반으로 확장되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교 생활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학교의 중심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민주적인 운영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6] 내년을 위한 준비학생 이음자리     


  이음자리는 한 해 동안 운영된 교육과정을 돌아보고, 다음 학년도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협의회입니다. 이 중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학생 다모임에서 학생 이음자리를 운영하였습니다.     


  먼저 교육과정과 관련된 설문을 실시해 학생들의 생각을 모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협의 주제를 선정했고, 이를 중심으로 학생 다모임에서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이음자리에서 학부모와 교직원에게 발표되었습니다.


[그림 19] 학생 이음자리 – 학생 다모임 관련


  “이번 협의 주제는 학생 다모임에 참여하는 대상을 3~6학년에서 전교생으로 확대할지 여부입니다. 그동안은 3학년부터 학생 다모임에 참여해 왔지만, 1~2학년도 학생 다모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협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각자 의견을 발표해 주세요.”

  “저는 1~2학년도 학생 다모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학년들도 우리 학교의 학생입니다. 학교의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학교를 이끌어가는 학생 다모임에 1~2학년이 빠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처럼 3~6학년만 학생 다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학생 다모임에서는 학교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세우는 활동을 하는데, 저학년은 아직 이런 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실제로 3학년들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했잖아요.”

  “그럼 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     


  학생들은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며 토론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처럼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들의 의견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 다모임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학생들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제대로 의견도 못 내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교사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학생 자치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장애물일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익숙하지 않은 활동에 서툴고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믿음을 가지고, 학생 다모임을 통해 점차 학교 운영의 일부 권한을 넘겨주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의 리더십과 표현력, 협동심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기에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학생 다모임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자치 활동에 필요한 예산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였습니다. 학생 자치는 특정 교사의 일이 아니라, 모든 교직원이 함께 책임지고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였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할 때, 학생들은 비로소 자신감을 얻고 자치 활동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학생 다모임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권리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권리와 함께 책임도 배우게 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학교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협력하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워갔습니다.     


  학생 다모임은 단순한 활동의 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미숙했지만,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학교를 변화시키는 학생들의 모습은 교사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이 문구는 학생 다모임의 핵심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교를 만들어가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학교는 진정한 배움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학생 다모임은 학생들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믿음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학생들을 성장하게 하고,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갑니다. 학생 다모임과 함께 학생이 주인이 되는 행복한 학교를 꿈꿔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