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훈민샘 : 이번 전학공 시간에는 각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기로 했었는데, 다들 준비해 오셨나요?
자음샘 : 네, 저는 ‘선생님도 선생님이 처음이라’라는 책을 가져왔어요. 저처럼 막 초등교사가 된 신규 선생님이 쓰신 책인데,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갔어요.
모음샘 : 그 책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나중에 빌려주세요.(웃음) 저는 ‘세금 내는 아이들’이라는 동화책을 소개하려고 해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시는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선생님께서 관련 동화책을 내셨더라고요. 우리 반에도 적용해볼까 싶어서 읽어봤는데, 꽤 재미있었어요.
훈민샘 : 저도 읽어봤는데, 교과서로 배우는 경제보다 훨씬 흥미로우면서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특히 선생님 몸무게 변화를 주식 투자와 연계한 활동이 정말 신선했어요.
자음샘 : 선생님은 어떤 책을 가져오셨나요? 예전에 추천해 주신 ‘고마워 교실’은 너무 좋았어요. 책에 나오는 ‘고마워 4종 세트’를 모두 실천해보지는 못했지만, 생활 속에서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쓰고, 감사한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확실히 학급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서로를 더 존중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훈민샘 : 너무 잘됐네요. 저도 그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저자를 초청해 강의를 들었고,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고마워’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적이 있어요. ‘고마워’라는 단어의 힘은 정말 크더라고요. 학급마다 ‘고마워 4종 세트’를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가져온 책은 ‘열정적인 교사의 수업의 기술’이에요. 신규 교사 시절, 어떤 장학사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읽었는데, 제 교육관을 정립해 준 책이에요.
자음샘 : 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소개해주세요.
훈민샘 : 이 책의 핵심은 ‘열정적인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만든다’는 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열정적인 교사는 단순히 ‘노오력’이나 희생을 강요받는 사람이 아니에요. 책에서는 열정적인 교사를 ‘학생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돕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교사가 교육 현장의 주체로 열정을 발휘해야 학교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모음샘 : 교사의 열정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조금 추상적으로 들리네요.
훈민샘 : 책의 차례를 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1장은 ‘세상을 바꾸는 힘, 열정,’ 2장은 ‘교사는 학생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즉, 열정은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교사의 열정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내용이죠. 3장부터는 학교에서 교사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업 기술을 소개해요.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열정교사의 내적 이미지 중에서 핵심은 바로 열정이라고 하는 품성이다. 학생들은 축축하게 젖어 있는 나무이고 교사는 그 나무에 불을 붙여 타오르게 만들어야 하는 화부다. 공부하고 싶어 안달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기에 교사가 스스로 뜨거워지지 않고는 불을 지필 수 없다. 불을 지피고도 계속 부채질을 해야만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교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가끔 이율배반적인 장면을 본다. 교사는 늦게 오면서 지각하는 학생을 꾸짖는다든가 수업연구는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서 공부 못한다고 학생들을 나무라는 것들이 그것이다.
학생을 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물에 들어가야 한다. 교사의 열정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열정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열정은 가슴속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고 표정으로, 말로,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차가운 이성적 논리만으로는 학생을 움직일 수 없다. 가르친다는 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니만큼 교사의 뜨거운 열정만이 학생을 움직이게 만든다.
- 도서 ‘열정적인 교사의 수업의 기술’ 중에서
자음샘 : 여기서 말하는 열정은 ‘모범’과 비슷한 의미로 느껴지네요. 교사가 본을 보이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감화받는다는 거죠.
훈민샘 : 맞아요. 학생들은 배우는 주체이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학교에 온 것이 아니잖아요. 배우고 싶은 열망이 큰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죠.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 속에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의무가 있어요.
모음샘 : 이해는 되지만, 열정만으로 가능한가요? 학급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요.
훈민샘 : 이 책은 열정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기술도 담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예를 들어, ‘첫인상 5초의 법칙’은 교사가 첫 수업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학생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방법을 알려줘요. ‘경청의 효과’는 학생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가 어떻게 학급 분위기를 변화시키는지 구체적으로 제안하죠.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자음샘 : 하지만 열정이 항상 지속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학생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거나 학부모 민원이 쌓이면 쉽게 허탈해지잖아요. 저도 열정이 식어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어떻게 하면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훈민샘 : 저도 열정 하면 늘 ‘초심’을 떠올려요. 첫 발령을 받아 교실에 들어섰을 때,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야지!”라고 다짐했던 순간 말이에요. 저는 그 초심을 오래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요. 퀴즈를 활용한 수업을 준비하거나, 기타를 좋아해서 기타 동아리를 만들어 공연도 했어요. 졸업 영상을 영화처럼 제작하거나, 2박 3일 수학여행을 역사 탐방으로 기획하기도 했죠. 교사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물론 그럼에도 열정은 식기 마련이에요. 저도 번아웃을 겪은 적이 있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지쳤을 때, 과감히 휴직을 결심했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다 보니 머릿속이 정리되고, 꺼져가던 열정도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모음샘 : 선생님은 언제 가장 열정이 불타오르세요?
훈민샘 : 저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자료로 수업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라고 상상할 때 가장 행복해요. 그런 열정이 저를 계속 자극하다 보니, 신규 교사 시절보다 오히려 더 큰 열정을 느낄 때도 있어요.
자음샘 : 선생님의 열정이 저희 반까지 전염돼서 저도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훈민샘 : 맞아요. 한 교사의 열정은 학급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지더라고요. 제 열정이 학교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면, 불태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함께 이 책을 읽고, 더 열정적인 교사가 되어 봐요.
신규 선생님들께
오늘 하루 학교생활은 어떠셨나요? 혹시 학급에서 어려운 일로 마음이 무거운 순간은 없으셨나요?
요즘 교사 커뮤니티를 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시더라고요.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안타까워져요. 가끔은 “교사는 칼퇴근에 방학까지 누리면서 불평만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들려와 우리의 힘듦이 가볍게 치부되기도 하죠. 하지만 학교에서 실제로 이런 문제들을 겪는 선생님이라면, 그것이 단지 참을성이 부족해서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는 걸 아실 거예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나는 민원이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라는 글을 읽었어요. 제목을 보고 궁금해져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글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했더니 학부모 민원을 받게 되어 이후 꾸지람을 멈추게 되었다.
▶ 과제를 내고 나머지 공부를 시켰더니 학부모 민원으로 인해 모든 과제를 없앴다.
▶ 몇몇 학생들에게 보상으로 남겨 간식을 주고 놀기도 했지만, 편애한다는 민원을 받은 후 모든 학생을 공정하게 대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모두 하교시키게 되었다.
▶ 수업 시간에 요리를 해 먹다가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어쩔 거냐"는 민원을 받고, 교실에서 어떤 음식도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어서 '매뉴얼'대로 신고를 했으나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한 후, 다시는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훈육했다가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한 후, 수업을 줄이고 놀이 시간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는 말에 좌절해 이후로는 의지가 없는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 인터넷 게시글 ‘나는 민원이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 중에서
결국,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교사가 민원과 고소로 인해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가 되었고, 오히려 그런 태도가 “완벽한 교사”로 인정받는 현실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애정과 책임감으로 노력했던 선생님이 좌절을 겪는 상황이 정말 안타깝죠.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관심과 지원을 소홀히 할 수는 없어요.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 사회성, 정서적 발달에서 결손을 겪지 않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잖아요. 물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태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도 개선만을 기다리다 보면, 그 사이에 방치된 학생들이 겪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교사의 진정한 열정이에요. 이 열정은 단순히 노력하거나 교사의 희생을 의미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교사의 열정’은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해 나가려는 마음이죠.
교사가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할 때, 그 마음은 학생들에게도 전해져요. 무기력한 학생들에게 ‘한번 해볼까?’라는 작은 용기를 심어주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죠. 선생님을 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해요. 교사의 열정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열기를 전해주고, 그들의 마음속에서 성장과 변화의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되거든요.
열정적인 교사는 학교 전체를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신규 교사 시절, 저는 야외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고자 했어요. 손수건 뺏기 놀이를 하거나 운동장에서 물총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죠. 그때는 옆반 선생님께 “우리 반 아이들도 나가고 싶다며 난리예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반에서도 다양한 야외 활동을 시도하며 교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며 웃는 모습을 볼 때, 제 열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답니다.
교직 경력 15년 차인 지금도, 교육을 향한 저의 열정은 초심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하고 있어요. 저보다 훌륭한 선생님들의 연수와 수업을 보며 자극을 받았고, 과거에 진행했던 수업과 활동 사진을 다시 보며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기도 했죠. 번아웃으로 인해 열정이 소진되었던 시기에는 과감히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응원도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아내는 학생 상담과 관련된 고민을 들어주며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어요. 함께했던 교직원들과 동료 교사들의 응원 또한 제게 큰 힘이 되었죠.
“주샘, 요새도 열심히 수업도 하고 학급 운영도 하고 있죠?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요즘 교직 생활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학부모의 민원부터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수업 방해, 교사가 훈육할 수 없게 만드는 법과 제도까지.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집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사의 열정이 여전히 교육의 핵심이라는 점이에요. 우리가 열정을 쏟아야 할 대상은 바로 교육이에요. 현재 학교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도 결국 교육을 향한 교사들의 열정에서 나오니까요.
저는 끊임없이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진정한 참교사라고 믿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학생들과 학교를 위해 제 열정을 불태울 생각이에요. 선생님도 저와 함께, 열정적인 참교사가 되어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