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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17. 2024

전학공, 함께여서 더 즐거워요

[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자음샘 :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서 유독 전학공(전문적 학습 공동체)을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모음샘 네, 제가 담당하는 업무라서 걱정이에요. 교장 선생님은 전학공을 의미 있게 운영하라고 하시고, 선생님들은 가뜩이나 바쁜데 전학공 때문에 시간이 더 없다며 불만이세요.

자음샘 맞아요. 저희 3~4학년 전학공은 ‘영어 회화 동아리’인데, 주제를 잘못 잡은 것 같아요.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시간이 된다고 해서 주제를 그렇게 정했는데, 저는 관심이 없어서 참석하기가 더 싫어요.

모음샘 어? 저는 요즘 해외여행 준비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쉽네요. 저희 56학년 전학공은 ‘독서 동아리’인데, 함께 읽을 책은 사놨지만 거의 모이지 않았어요. 당연히 책도 아직 다 못 읽었고요. 전학공을 학년별로 고정하지 말고 선생님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게 운영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훈민샘 교장 선생님께서 전학공을 제대로 운영하라 하셔서 고민되시죠? 시간도 없고,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럼 우선 전학공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죠.

          전문적 학습 공동체란 ‘수업과 평가의 혁신을 위해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협동적 연구와 실천의 공동체’라고 경상남도교육청의 도움자료(2024)에서도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의 빠른 변화에 맞춰 교사의 역할을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배움의 전문가'로 전환하고,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혁신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배우라는 취지죠.

          선생님들께서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시나요?

자음샘 사실 교사가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기능에 전문적이지는 않잖아요. 저는 장구를 잘 못 쳐서 국악 수업이 늘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악기나 스포츠 종목 같은 기능의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전학공이 필요한 이유도 알 것 같아요.

모음샘 당장 내년부터 AIDT(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하니 사회가 정말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학생들에게 알려주려면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죠. 혼자 배우는 건 힘드니까, 같이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일 거예요.

훈민샘 전학공의 핵심은 수업이에요. 교사가 수업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운영 방식이 가능하죠. 수업 공개와 피드백에 초점을 둔 연구회, 교육 관련 독서를 통해 생각을 나누는 독서 모임, 특정 주제를 정해 전문성을 높이는 동아리 형태 등 여러 방식이 있어요.

자음샘 하긴, 옆 학교에서는 동료장학 공개수업을 전학공과 연계해서 운영하더라고요. ‘하브루타 수업’을 주제로 연수를 듣고, 이를 적용한 공개수업을 한 후 사후협의회를 통해 반성했다고 들었어요.

모음샘 제 친구 학교는 독서 모임 형식으로 전학공을 운영했대요. 그 학교는 학교폭력이 많아서, ‘회복적 생활교육’ 관련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교실에 적용해 보는 활동을 했다고 해요.

훈민샘 전학공을 잘 운영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도 있죠. 부끄럽지만 우리 학교도 그런 편이고요.

          제가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도 전학공에 대한 반발이 심했어요. 교장 선생님은 ‘제대로 운영해 보라’고 하셨지만, 선생님들은 ‘왜 해야 하냐’며 반발하셨죠. 그래서 절충안을 마련했어요. 전학공의 취지는 살리되, 부담을 덜어주는 동아리를 운영했죠.

          캘리그래피 동아리와 배드민턴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캘리그래피는 강사를 초빙해 배웠고, 배드민턴은 교직원 중 잘하는 분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했어요. 만족도가 높았어요.

자음샘 저도 캘리그래피 배워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런 동아리는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훈민샘 관점에 따라 그렇게 느낄 수도 있죠. 당장 수업 변화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돼요. 사실 그 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했었어요. 그래서 다음 해에는 방향을 조금 바꿨죠.

          전학공의 취지를 살려 동료장학 공개수업과 연계한 연구회를 운영했어요. 주제는 ‘프로젝트 수업’이었고, 각 학급에서 프로젝트 수업의 한 차시를 공개하고 사후협의회를 진행했죠.

          또, 학생들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고마워 교실’이라는 책을 읽고 적용하는 독서 모임도 운영했어요. 저자를 초청해 연수를 하고, 학생 다모임의 생활부에서는 관련 행사를 열었어요.

          마지막으로 교직원 동아리인 ‘기타 동아리’도 운영했는데, 음악 시간에 활용하려고 시작했다가 학예회 무대까지 올랐어요.

모음샘 와, 전학공을 3가지 형태로 운영하셨네요. 하나만 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부담되지 않으셨나요?

훈민샘 새로운 업무로 전학공을 도입한 게 아니라 기존의 동료장학과 자율장학을 연계했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명확한 목표와 학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자음샘 전학공으로 얻는 게 많아 보이네요. 이참에 우리 학교도 선생님들과 협의해서 제대로 운영해 봐야겠어요!     



  신규 선생님들께     


  과거에는 학창 시절이나 젊었을 때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고 나면 더 이상의 배움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나요? 항상 앞서서 배우고 경험하기를 좋아하는 저조차도 이 변화에 적응하기가 벅찰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한때는 대략 10년 주기로 바뀌던 교육과정이 이제는 6~7년마다 개정되고 있죠.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지식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창의성을 강조하다가 역량 중심으로 점차 변화하며,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내용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어요.     


  학생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즉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능력은 뛰어난데 반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영화를 보여준다고 하면 모두가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쇼츠처럼 짧은 영상에 익숙해져서인지 긴 영화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더라고요.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선생님들도 배우지 않을 수 없어요. 전자 칠판 사용법, AI 활용법, 학생들의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 등 새로운 지식을 배우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죠. 아마 교직을 떠나는 날까지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계속될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죠. 그래서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필요해요. 전학공을 통해 함께 배우면 혼자 배우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효과적이며, 무엇보다 지속할 수 있답니다. 전학공은 거창하거나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돼요. 소규모로 시작해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전학공의 기대효과는 정말 다양해요. 새로운 교육 방법이나 기술을 익혀 교사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수업 방안을 모색하여 수업을 혁신할 수도 있어요. 교사의 역량 강화는 결국 학생들의 성취도로 이어질 수 있죠. 또한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된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갈 수도 있어요.     


  저도 실제로 전학공을 알차게 운영했던 해에 동료 교직원들과의 관계가 더 특별해졌던 기억이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고,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졌죠. 특히 매주 기타 동아리를 운영하며 함께 연습하고, 학예회 무대에서 공연했던 추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순간이에요. 그 덕분에 지금도 가끔씩 만나 밥을 먹으며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곤 해요.     


  전학공은 단지 배우는 모임이 아니에요. 그것은 교직의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쉼터이자, 우리를 성장으로 이끄는 발판이에요. 나무가 서로의 뿌리를 연결해 함께 버티고 성장하듯, 전학공은 교사라는 큰 숲의 뿌리가 되어 준답니다.     


  앞으로 전학공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누리시길 바라요.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분만의 특별한 추억도 만들어 가세요. 우리의 작은 노력과 변화가 모이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예요. 전학공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교실을 만들어 봐요. 전학공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답니다. 함께여서 즐거운 그 길을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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