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모음샘 : 이번 학예회는 작년하고 다르겠네요.
자음샘 : 기대돼요. 작년처럼 학급에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 맞는 학생들끼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결과물을 학예회에 올리는 거니까 뭔가 새로울 것 같아요.
훈민샘 :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학예회를 해봤는데, 저는 동아리와 학예회를 연계하는 방식이 가장 좋더라고요. 우선 학생들이 원하는 공연 종목을 선택할 수 있고, 동아리 활동이 곧 연습시간이 되니 수업 결손도 적고요.
모음샘 : 그런데 아까 협의회 때 다른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동아리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도하다 보니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좀 걱정이 되네요.
훈민샘 : 물론 동아리마다 담당 교사가 옆에서 거들어줘야겠지만, 공연의 질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했다는 과정에 의미를 둬야 해요. 내가 원하는 동아리를 선택하고, 동아리에서 어떤 공연을 할지 정하고, 공연을 위해 협력하여 준비하는 그 과정이 학급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보다 더 보람 있을 거예요.
자음샘 : 선생님, 동아리와 학예회를 연계하자고 협의회 때 의견을 내시는 걸 봤는데요. 반대하는 분위기였는데도 당당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모음샘 : 맞아요. 전체적으로 작년에 했던 대로 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의견을 내시니까 조금 어색해지더라고요. 선생님은 어떻게 의견을 주저 없이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훈민샘 : 저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저도 의견을 내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해요. “내가 이런 의견을 내면 다른 선생님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관리자분들이 언짢아하시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으면 용기를 내려고 노력해요.
자음샘 : 하긴, 우리 처음 만났던 새학년 맞이 주간 때가 생각나요. 그때도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된 업무 분장을 보시고, 다른 의견을 내셨잖아요.
훈민샘 : 제가 있던 학교에서는 새학년 맞이 주간에 협의를 통해 업무를 분장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미 업무 분장이 짜여 있었고, 교감 선생님이 협의 없이 결정을 내리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교감 선생님, 이 업무 분장은 협의를 통해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라고 여쭈었어요. 저도 말하고 나서 속으로 ‘내가 너무 예의 없었나?’ 하고 걱정했지만, 그때 아니면 업무 분장에 대해 의논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용기 내서 말했죠.
모음샘 : 저희는 신규라서 업무에 대해 잘 모르니까 주시는 대로 맡았지만, 하나씩 업무를 보면서 이야기하니까 대강 파악이 되기도 했고, 뭔가 민주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훈민샘 : ‘민주적 학교 문화’. 들어보셨죠? 사실 예전에는 학교 문화가 상당히 수직적이었어요. 협의회에서는 주로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생각을 말씀하시면 협의 없이 그 의견이 받아들여졌죠. 경력이 많은 선배들이 주장하면 후배들은 군말 없이 따르는 분위기였고요. 그러다 보니 좋은 의견이 있어도 말하기를 주저하게 되고, 원치 않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면서 불만도 많았어요.
최근에는 민주적 학교 문화가 많이 확산됐어요. 관리자분들도 교사 협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주시고, 협의회 때도 경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 물론 여전히 다른 분들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자음샘 :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거군요. 그래도 저는 협의회 때 의견을 말하는 게 무서워요. 혹시 나쁘게 생각하실까 봐 걱정돼요. 선생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당당하셨나요?
훈민샘 :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신규 때 만났던 교장 선생님 덕분에 지금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죠. 그 교장 선생님은 제 의견을 항상 존중해 주셨어요. 협의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없냐고 물어봐 주셨고,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칭찬해 주셨거든요.
모음샘 : 그런데 모든 관리자분들이 그 교장 선생님 같지는 않잖아요.
훈민샘 : 맞아요. 사실 협의회 때 작년에 했던 대로 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많아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는 걸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 속으로 ‘저 선생님은 왜 저런 의견을 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저도 그런 눈빛을 받으면 주눅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생각합니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 민주적 학교 문화라는 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물꼬를 열면 또 누군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용기 내서 하기도 해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다양한 생각이 모이면 더 나은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미움받더라도 이 말은 꼭 하자’라고 다짐하며 의견을 내죠.
자음샘 : 저는 정말 소심하지만, 우리 학교 분위기라면 한 번쯤 의견을 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음샘 : 저는 평소에 불만이 많은 편인데, 속으로 불평만 하지 말고 협의회 때 제 의견을 내봐야겠어요.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보죠, 뭐.
훈민샘 :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거예요. 용기만 있다면 말이죠.
신규 선생님들께
제 이야기를 잠깐 들려드릴게요. 새 학년도가 시작되고 첫 협의회를 하던 날이었어요. "교장 선생님은 올해 운동회에서 학부모 경기의 만족도가 낮으니 이를 없애자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부모 참여가 운동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 작년에 학부모 경기의 종목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경기를 없애기보다는 더 흥미로운 종목을 운영해서 만족도를 높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죠.
협의회가 끝나고 새로 부임한 선배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선생님, 교장 선생님 의견에 그렇게 반박하면 큰일 나요.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여야죠.”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희 교장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내는 걸 좋아하세요.”라고 답했답니다. 다행히 그해 운동회에서는 제 의견이 받아들여져 학부모 경기 종목이 ‘플로어볼’로 바뀌었고, 경기는 정말 흥미롭게 진행되었어요.
나의 의견을 말하는 건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저는 신규 교사 시절 좋은 환경 속에서 보살핌을 받았기에 그러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모든 선생님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시진 않았겠죠. 혹시라도 말 한마디로 눈초리를 받고 주눅이 든 경험이 있다면, 이후에는 의견을 쉽게 꺼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께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당당히 의견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그 이유를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첫째,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잘 발표하도록 가르치는 선생님은 삶 속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해요. 우리는 학생들이 바람직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발표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학교에서 당당히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둘째, 다양한 의견은 더 나은 결정을 만들어냅니다. 개인의 판단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죠. 이를 ‘집단 지성의 효과’라고 합니다. 여러 의견이 모이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의견이 충돌하거나 융합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탄생할 수도 있죠.
셋째, 활발한 협의는 변화를 가져와요. 학교 문화는 비교적 정적인 편이죠. 변화를 꺼려하고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에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다양한 의견으로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교육은 정체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쉽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민주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누구의 의견이라도 경청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서로를 존중하는 환경은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협력과 교육적 성과를 향상하는 데 기여해요.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의 용기를 내어봅시다. 나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어요. 내가 먼저 내 생각을 꺼내고, 다른 이의 생각을 경청하며 협력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과정이 쌓이고 쌓여 학교 안에 민주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서로를 존중하며 성장하는 학교로 변화할 수 있겠죠.
변화는 언제나 누군가의 첫걸음에서 시작돼요. 그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 있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어요. 함께 생각을 나누고, 협력하며,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