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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봉준 Dec 12. 2024

공개수업, 기회라고 생각해 봐요

[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자음샘 : 아, 공개수업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모음샘 맞아요. 특히 동료장학 공개수업은 진짜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작년에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교감 선생님이 1~2분 보고 가신 게 전부였어요.

훈민샘 많이 서운하셨겠네요.

모음샘 서운하기보다는, 열심히 준비한 게 아까웠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을 텐데요.

자음샘 그래도 선생님은 운이 좋으셨네요. 저는 작년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는데 학부모님들도 열 분이나 오시고, 교장 선생님도 끝까지 보고 가셨어요. 얼마나 떨리던지.

훈민샘 정말 떨리셨겠어요. 학부모 공개수업 때 어떤 수업을 하셨어요?

자음샘 사회 발표 수업을 했어요. 어차피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만 본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경상남도의 문화유산에 대해 발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고,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서 발표하게 했죠.

모음샘 학부모님들 반응이 어땠나요?

자음샘 자기 자녀 발표할 때는 좋아하셨는데, 한 시간 내내 발표만 하니 나머지 시간에는 지루해하시더라고요.

훈민샘 그랬군요. 두 분은 작년에 해보니까 수업을 공개하는 게 어떠셨나요?

자음샘 두려웠어요. 학생들이 돌발 행동을 하거나, 준비한 대로 수업이 흐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컸죠.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이 지적할까 봐도 겁났고요.

모음샘 맞아요. 칠판에 글씨라도 삐뚤게 쓰면 어쩌나, 수업 자료가 부족해 보이면 어쩌나 걱정되더라고요.

훈민샘 실제로 공개수업하고 나서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자음샘 아뇨. 그렇지는 않았어요. 참관록에는 다들 좋은 말만 적어주시던데요?

모음샘 대부분 ‘수업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내용을 적어주셨어요.

훈민샘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라때는’ 참관록 양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어요. ‘교사의 손짓은 적절한가? 말의 빠르기가 적당한가? 궤간순시가 골고루 이루어졌는가?’와 같이 참관 기준이 세세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교사의 수업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달라요. 교사의 수업 기술보다는 수업의 흐름이나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집중해서 참관하는 추세예요.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자음샘 선생님은 수업을 공개하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훈민샘 저도 두렵죠. 하지만 저는 공개수업이 저를 성장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연구부장으로 있을 때 공개수업을 추진했던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저는 의미 있는 공개수업을 위해 선생님들과 많은 토론을 거쳤어요. 우선, 동료장학 공개수업과 학부모 공개수업의 방향을 명확히 정했어요. 동료장학 공개수업은 ‘동료장학 수업나눔’으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의 부족한 점을 채우자’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수업 주제는 수업자가 가장 자신 없어하는 교과나 차시를 정하기로 했어요. 사전 협의 때 수업자가 수업 약안을 구성해 오면 여러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모아서 수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짰어요. 수업자는 있지만, 여러 선생님이 함께 수업 계획을 세우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이렇게 공동으로 수업을 계획하고 나서, 사후 협의에서 각자 느낀 점을 나누었어요. 예를 들어, “3학년 선생님이 조언한 발문이 효과적이었어요.”, “5학년 선생님이 제안한 자료가 학생들에게는 어려웠어요.”와 같은 이야기가 오갔죠. 함께 수업을 구성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책임도 나눌 수 있었죠.

모음샘 우와, 그렇게 하면 수업하는 선생님의 부담이 좀 줄어들겠네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동료장학 수업나눔을 할 때 많은 선생님들이 참관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있나요?

훈민샘 당시에 수요일은 전교생이 5교시까지 정규 수업이었고, 6교시부터는 방과 후 수업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수업나눔을 하는 학년만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과 후 수업 대신에 공개수업에 참여했어요. 그렇게 하니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어요.

자음샘 학부모 공개수업은 어떻게 하셨어요?

훈민샘 학부모 공개수업도 목표부터 정했어요. ‘학부모가 수업에 참여시키자’ 바로 이게 학부모 공개수업의 목표였어요. 학생 옆에 학부모가 앉아서 함께 수업에 참여하게 했더니, 학부모가 수업을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학생의 학습 태도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어요.

모음샘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개수업이라. 말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어요.

훈민샘 음, 예전에 3학년 담임일 때 했던 음악 교과 학부모 공개수업 사례를 알려드릴게요. 수업 주제는 ‘노래를 부르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 봅시다’였어요. 20명가량 되는 학생들의 학부모님들을 최대한 초대했고, 학부모가 못 온 학생들은 선생님들께서 자리를 대신해 주셨어요. 사랑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표현해 본 이 시간은, 저에게도 오래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되었어요.


[그림 1] 학부모 참여형 공개수업 사례


모음샘 : 우와, 재미있었겠어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훈민샘 다들 너무 즐거워했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수업을 마치고 한 학부모께서 수업 중에 자녀가 울었는데, 왜 울었는지 물어보니까 엄마랑 손을 잡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울었다고 그러셨어요. 수업 덕분에 가족끼리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도 정말 뜻깊었어요.

자음샘 감동적이네요. 저도 그런 수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 졌어요.

모음샘 저는 힘들 것 같아서 여전히 공개수업이 두려워요.

훈민샘 물론 두렵지만, 공개수업은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실패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보세요.     




  신규 선생님들께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수업이에요. 수업 역량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죠. 수업 명사의 연수를 듣거나 직접 수업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또한,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배울 수도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거나 내 수업을 보여줄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공개수업이 약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선생님들이 불편해할까 봐’, ‘수업 시간이 겹쳐서’, ‘업무로 바빠서’ 등 여러 이유로 충분한 배움의 기회가 줄어들곤 해요.     


  과거에는 공개수업이 보여주기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수업 자료를 제작하거나, 학생들의 발표 순서를 미리 맞추는 일도 있었죠. 이런 형식적인 관행에 대한 반발로, 요즘에는 ‘평소대로 하자’는 명분 아래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기도 해요.     


  하지만 공개수업은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에요. 이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 역량을 점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학생들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공개수업 참관록에 ‘관찰학생 중심으로 수업보기’라는 항목이 있었어요. 참관 교사가 평소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학생을 지정해 해당 학생의 학습 태도와 특이점을 관찰한 후, 수업자와 공유하는 방식이었죠. 교사의 수업 기술보다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면, 수업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림 2] 동료장학 수업나눔 참관록 양식


  “△△이는 수업시간 내내 왼손을 책상 안에 넣고 찰흙을 만지작거렸어요.”

  “정말요? 공책에 필기를 열심히 해서 집중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줄 몰랐네요.”

  “○○이는 처음엔 산만해 보였는데, 막상 모둠 활동을 하니까 리더십을 발휘하더군요.”

  “맞아요. 친구들에게 말할 기회를 한 번씩 주고, 투표를 진행하며 추진력 있게 결정을 내리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공개수업을 단순히 부담스러운 일로만 여긴다면, 언제까지나 거부하고 싶은 일이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공개수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면, 그것은 선생님들에게 선물 같은 기회가 될 거예요.     


  공개수업의 의미는 교사가 어떤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를 교사가 교사다워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배움을 향한 문을 여는 기회로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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