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훈민샘 : 엊그제 개학한 것 같은데, 벌써 학부모 상담주간이네요. 학부모님들이 상담 신청을 많이 하셨나요?
자음샘 : 저학년이라 그런지 대부분 신청하셨어요. 언제 다 하나 싶네요.
모음샘 : 저희 반은 5학년이지만,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학부모님이 많으세요. 절반 정도 신청하셨어요.
훈민샘 : 보통 학부모 상담 주간에는 학부모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모음샘 : 아무래도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는 어려우니까, “애가 착하더라”, “교우 관계가 양호하더라”,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두루뭉술한 말을 주로 하게 되더라고요.
자음샘 : 저도 가능성 위주로 상담해요.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더라”,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더라” 이렇게요.
훈민샘 : 1학기 학부모 상담주간이면 아직 애들을 만난 지 2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파악을 어떻게 다 하셨어요?
모음샘 : 솔직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좀 알겠는데, 평범한 애들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는 척해야지 학부모한테 무시를 안 받잖아요.
자음샘 : 저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
훈민샘 : 선생님들처럼 저도 처음에는 학부모 상담주간 때 갈팡질팡했어요. 잘 모르는데도 아는 척하기도 했고, 잘 모르니까 애매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학부모 상담의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학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요. 학기 초에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잖아요. 거기에 학생의 가족관계, 학원 수강 현황, 취미나 특기, 좋아하는 과목, 친한 친구, 주의해야 할 건강 상태 등이 적혀 있는데요. 그런 내용이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돼요.
더불어 첫날에 학생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도 상담할 때 참고해요. 학부모님이 적어주시는 가정환경조사서와는 또 다른 학생의 입장을 알 수 있거든요. 학생들에게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 등을 자기소개서에 적게 해서 학부모 상담 때 활용하고 있어요.
자음샘 : 가정환경조사서와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면 상담 내용이 훨씬 풍부해지겠네요.
훈민샘 : 네, 학부모 상담주간도 학기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요. 1학기에는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해요. “아직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니까 정보를 알려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모음샘 : 학부모에게 주로 어떤 걸 물어보시나요?
훈민샘 : 크게 세 가지를 물어봐요. 먼저 학업에 대해 묻습니다. “어머니가 보시기에 ○○이는 학습 수준이 어느 정도인 것 같나요?”, “어떤 과목을 좋아하던가요?”, “어떤 과목을 힘들어하던가요?”, “공부하는 태도는 어떤가요?” 이렇게 물어보면 학생의 학업 상태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다음으로는 건강에 대해서 물어봐요. “○○이는 운동을 좋아하나요?”, “혹시 앓고 있는 병이 있나요?”,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이 있나요?”, “편식을 한다면 학교에서 어떻게 지도하길 원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통해 꼭 알아야 할 학생의 건강 상태나 식습관, 생활 습관 등을 알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교우 관계에 대해 묻습니다. “○○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인가요?”, “어떤 친구와 가장 친한가요?”, “작년에 친구 때문에 힘들어한 적이 있었나요?” 교우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하면 저마다 사연이 있더라고요. “작년에 누구 때문에 우리 애가 힘들어했다”,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서 외로워한다” 같은 부모님의 걱정을 알 수 있어요.
자음샘 : 아하, 그렇군요. 1학기 학부모 상담주간에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업, 건강, 교우 관계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럼 굳이 아는 척을 안 해도 되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어서 좋겠네요.
모음샘 : 그럼 2학기 학부모 상담주간에는 어떻게 하세요?
훈민샘 : 2학기에는 한 학기 동안 제가 학생을 관찰하면서 파악한 내용을 학부모님께 알려드리는 방식으로 상담합니다. 이때도 똑같이 학업, 건강, 교우 관계를 주제로 말해요.
예를 들어, “△△이는 영어 단어를 잘 외우지만 파닉스가 부족해 처음 보는 단어를 읽는 것은 어려워했어요”, “어머니께서 부탁하신 대로 △△이가 싫어하는 반찬도 한 입씩 먹도록 지도했는데, 한 학기 동안 잘 지켰습니다. 칭찬해 주세요”, “작년에 사이가 나빴던 ○○이와 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는 잘 어울려서 놀았지만 짝활동을 할 때는 갈등이 있더라고요” 같은 이야기를 하죠.
자음샘 : 칭찬만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도 이야기하시네요. 그런 얘기를 하면 싫어하지 않으시나요?
훈민샘 : 자녀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건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일 거예요.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와 사례를 바탕으로 부족했던 점을 알려드리면 대부분 납득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모음샘 : 객관적인 자료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훈민샘 : 저는 학급일지를 주로 활용하기도 하고, NEIS에 기록해 둔 1학기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활용합니다. 저는 학급일지를 참고해서 매달 가정통지표를 보냅니다. 교과 세특이나 행특을 매달 기록하는 거죠.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을 해서 신뢰를 높일 수 있었어요.
선생님들께서는 학생 상담일지를 활용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간략하게 적는 NEIS의 상담일지 말고, 교무수첩 같은 곳에 자세히 기록해 두면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자음샘 : 적자생존! 적는 자가 생존한다고 하더니 역시 기록이 중요하네요.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
모음샘 : 1학기와 2학기 학부모 상담주간의 목표를 다르게 운영하니까 뭔가 더 명확하고 체계적인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신규 선생님들께
학부모를 대하는 일이 참 어렵게 느껴지시죠? 학부모 상담주간이 다가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거나, 혹시 말실수나 오해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시나요?
2023년 교사 직무 관련 정신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학부모 상담 및 민원 대응(38.8%)이라고 해요.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27.7%)이나 행정업무(21.5%)보다도 높은 수치죠. 학부모와의 소통이 교사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실감할 수 있는 결과예요.
특히 학부모와의 전화 상담이 잦아질수록 교사의 심리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어요. 주 10회 이상 전화 상담을 하는 교사 중 60.8%가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 상담이 교사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아예 없애기도 해요. 학부모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으니 굳이 정기적인 상담주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 때문이에요. 하지만 상담이 없어지면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이 단절되거나,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저는 학부모 상담이 잘 이루어지면 학생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로부터 얻는 정보는 학생의 학업과 생활지도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거든요. 또한 학생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거나, 학교와 가정이 협력해야 할 부분을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한 학부모님께서 자녀가 수학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셔서 추가 지도를 진행했는데, 이후 수학 성적이 향상되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감사의 인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학부모 상담을 좀 더 체계적이고 의미 있게 운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정했답니다.
우선 학부모 상담주간의 목표를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다르게 설정했어요. 1학기 상담에서는 학생의 가정환경과 학업, 건강, 교우 관계에 대해 학부모님의 의견을 듣고 정보를 수집했어요. 예를 들어 학업, 건강, 교우 관계에 대한 학부모님의 관찰과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이때 가정환경조사서와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했어요.
2학기 상담에서는 1학기 동안 학생을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부모님께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공유했어요. 1학기의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근거 자료로 삼았고요. 이런 방식은 교사의 전문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를 쌓는 데도 효과적이었답니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에요. 상담 중 주제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했음에도 학부모님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심지어 화를 내며 “선생님은 우리 애를 나쁘게만 보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죠.
그래서 저는 학부모와 상담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해요.
“학부모의 마음을 공감하고, 내 마음도 솔직하게 표현하자.”
학부모님의 투정은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부모님의 말을 경청하며 공감하려 노력해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저도 자녀를 키우다 보니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이해하려 했죠.
또한 제 마음도 솔직히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학생을 위한 마음과 교사의 진심을 전달하며 협조를 요청했죠. “△△이가 조금만 더 예쁜 말을 쓰면 친구들과 사이가 더 좋아질 것 같은데, 가정에서도 함께 지도해 주시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요.
물론 일부 학부모님의 갑질이나 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위축되고, 학부모 상담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님은 이성적이고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들이에요. 교사와 학부모 간의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학부모 상담은 학생의 교육과 성장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와 가정이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될 거예요.
학부모 상담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준비하고 공감과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학부모 상담을 긍정적인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가실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