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참교사가 되고 싶어?
* 등장인물 소개 *
주훈민 선생님(훈민샘)
경력 15년 차의 선생님. 글쓴이의 교육관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정모음 선생님(모음샘), 김자음 선생님(자음샘)
경력 2년 차의 신규 선생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가상의 인물.
자음샘 : 1학기에는 무난했던 여학생들이 2학기 들어서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삐지는 것도 너무 잘해서 달래느라 정신이 없어요.
모음샘 : 그거 사춘기 아니에요? 우리 5학년 애들은 대체로 그래요. 남학생들 중에서도 사춘기에 들어간 애들은 뭘 하자고 해도 반응이 시큰둥하고, 대답도 잘 안 해요.
자음샘 : 우리 때는 중학생 때 사춘기가 시작됐는데, 요즘은 더 빨라졌네요.
훈민샘 : 맞아요.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여학생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5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해요. 제 경험상 예전보다 사춘기가 빨리 오는 것 같아요.
자음샘 : 4학년 애들은 2학기 들어서 갑자기 예민하고, 짜증도 많아지고, 약간 반항하는 듯한 행동을 해서 지도하기가 어려워요.
모음샘 : 5학년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하는데, 남학생들은 부끄러워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이것도 사춘기 때문인가요?
훈민샘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여학생은 사춘기 동안 이성에 대한 관심이 늘고, 감정적 표현과 관계 형성에 익숙해져요. 반면, 남학생들은 감정적으로 덜 성숙하고, 친구들에게 남성다움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로 여학생들에게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할 거예요.
자음샘 : 선생님, 그럼 사춘기가 시작된 애들은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하나요?
훈민샘 : 그럼 제가 교실에서 하고 있는 ‘사춘기 교육 방법’을 소개할게요.
첫 번째, 사춘기가 모두가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라는 걸 알려주어요.
“여러분, 사춘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사춘기는 여러분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자라는 특별한 시기예요. 사춘기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에요.”
모음샘 : 사춘기는 당연하게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겠네요. 그다음은요?
훈민샘 : 두 번째, 사춘기 시기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알려줘요.
“사춘기는 몸이 성장하는 시기예요. 키가 훌쩍 크고, 목소리가 변하고, 피부에 여드름이 생기기도 해요. 남학생은 아빠처럼, 여학생은 엄마처럼 몸이 변하죠. 이때 몸이 많이 자라기 때문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해요.”
자음샘 : 저번에 학예회 때문에 무대 의상을 빌렸는데 의상에 가슴 패드가 달려있다고 여학생들이 엄청 부끄러워하더라고요. 남학생들끼리도 털이 났냐 안 났냐 하면서 투닥거리기도 하고요. 잘 알려줘야겠네요.
훈민샘 : 세 번째, 사춘기에는 마음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알려주어요.
“여러분, 혹시 예전과 달리 이유 없이 짜증이 늘고, 예민해졌나요? 갑자기 화가 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혼란스럽기도 하죠? 사춘기는 나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기예요.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을 찰흙으로 빚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어릴 때에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여러분의 모습을 찰흙으로 빚어주었죠. ‘사람들을 만나면 공손하게 인사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해.’ 이렇게 여러분의 모습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예쁘게 빚어졌어요.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여러분은 이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고 싶어 져요. ‘엄마, 이제 제 모습은 제가 만들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이 바라는 장래희망과 내가 원하는 장래희망이 달라지기도 하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어른들에 비해 여러분은 여러분의 모습을 예쁘게 빚기에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죠. 반짝이는 눈을 만들고 싶은데 왼쪽과 오른쪽이 다르고, 자신감 있는 입꼬리를 만들고 싶은데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죠. 그래서 짜증이 나기도 해요.
사춘기에는 감정이 자주 바뀌고, 쉽게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있어요. 이것은 몸속의 호르몬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여러분의 마음이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왜 나는 이럴까?’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모음샘 :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고민하는 과정을 찰흙으로 빚는 비유로 설명하니까 이해하기 쉬워졌어요.
자음샘 : 그렇다면 사춘기 변화에 대해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그걸로 애들이 짜증이나 예민한 태도가 바뀔까요?
훈민샘 : 그렇지 않아요. 사춘기에 대해 아는 건 교육의 시작일 뿐이에요. 본격적인 교육으로 넘어가 봅시다.
네 번째, 나쁜 감정을 주변 사람에게 쏟아내면 안 된다고 가르쳐요.
“사춘기 시기에 짜증이 나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쏟아내는 건 다른 문제예요.
사춘기인 학생들은 자기가 빚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비밀이 많아지고,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방을 '쾅' 닫고 혼자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친한 친구들과 귓속말로 속마음을 나누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갈등도 많이 발생하고, 짜증을 내며 말다툼을 하는 일도 생기죠.
사춘기라도 모든 행동이 용납되는 건 아니에요. 나쁜 감정을 쏟아내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돼요. 내가 사춘기라는 걸 알고, 감정을 조절해야 해요.”
모음샘 : 그렇군요.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비밀이 많아지고, 갈등도 생기는 거군요. 그런데 나쁜 감정을 참으라고 해야 하나요?
훈민샘 : 그렇지 않아요. 감정을 무작정 참으면 오히려 병이 될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을 잘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중요해요.
다섯 번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줘요.
“선생님은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 미술, 체육과 같은 예체능 교과도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지식을 습득하는 교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 미술, 체육 교과를 통해 나의 취미를 찾을 수 있어요.
취미, 다른 말로 여가활동이라고 하죠. 일을 하는 시간 이외에 내가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은 사람에게 너무 중요해요. 취미를 통해 여러분은 불현듯 찾아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요.
누구는 악기를 연주할 때, 누구는 농구를 하면서, 누구는 블록 쌓기를 할 때 스트레스가 풀려요. 사람마다 다르죠. 그러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찾아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취미를 찾아보세요.”
자음샘 : 선생님, 그런데 요즘 애들한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 보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취미도 괜찮나요?
훈민샘 : 좋은 취미가 되는 조건이 있어요. 바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학생들이 주로 하고 있는 게임 중에서는 경쟁적인 요소가 많고, 채팅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도 하며, 지나치게 중독적이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하여 건강을 해치는 것들이 많아요. 유튜브 영상도 쇼츠와 같이 짧은 영상만 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만 본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어요.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면 게임이나 영상 보기도 취미가 될 수 있어요. 학생들이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모음샘 :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때 게임을 통해서 세계 지리나 역사를 익히거나, 영상으로 종이접기 방법을 배운 적도 있어요. 이런 활동은 취미가 될 수 있군요.
훈민샘 :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해요.
“사춘기 시기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나는 누구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하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이런 고민을 많이 할수록 혼란스러운 마음은 줄어들고,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 수 있어요.”
자음샘 : 저도 사춘기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고민에 정답을 구하지 않아도 되나요?
훈민샘 : 사춘기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자신을 탐구하는 것을 ‘사색’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사색은 단순히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굳이 정답을 구하지 못해도 돼요. 저는 도덕 교과의 자기 성찰 단원과 연계해서 이런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모음샘 :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선생님의 ‘사춘기 교육 방법’을 들으니 방향이 좀 잡히는 것 같아요.
자음샘 : 저도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됐어요. 감사합니다.
신규 선생님들께
몇 년 전에 부모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너는 사춘기가 없었지?”
“아뇨. 저 중학생 때 사춘기가 왔었어요.”
“정말? 난 몰랐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고, 나는 누구인지 고민되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럽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사춘기가 시작된 것을. 그래서 방에서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지르기도 하고, 베개를 때리기도 했어요. 다행히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학교 주변을 산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어요.”
맞습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 저도 겪었어요. 그때는 제가 사춘기임을 인지했고, 스트레스를 푸는 바람직한 방법을 찾았죠.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해보면, 똑똑한 계획가인 INTJ라는 성격 유형이 나옵니다. 논리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죠. 저의 이런 성격은 사춘기 때 형성됐어요.
사춘기 시절, 저는 학교나 학원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걸어 다녔습니다.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떤 삶이 가치가 있는가?’, ‘신은 존재하나?’, ‘사람들은 왜 저마다 다를까?’ 이런 사색의 시간을 통해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들어갔고, 덕분에 또래에 비해 빠르게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죠.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춘기 교육 방법’을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춘기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2] 사춘기 시기의 몸의 변화를 알려준다.
[3] 사춘기엔 마음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4] 나쁜 감정을 주변 사람에게 쏟아내지 않도록 가르친다.
[5]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6]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도록 돕는다.
사춘기는 아이들이 자신을 찾고, 세상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시기예요. 그만큼 혼란스럽고, 감정적으로 변화가 많지만, 이러한 과정을 잘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죠.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춘기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라는 이해와 함께, 그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공감하고, 그들의 내면적인 혼란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성장과 변화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성장의 한 단계임을 알려주는 것이에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해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교사들은 그들이 스스로 빚어 나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주는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