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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Feb 01. 2020

미지의 병 미지의 실수, 신종 코로나 그리고 메르스

 

신종 코로나가 뉴스의 모든 것을 삼킨 요즘입니다. 오늘은 단숨에 우리나라가 중국 외에 다른 나라 가운데선 최초로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국가가 돼서 심각성의 단계가 상향됐죠. 밀접접촉자를 놓쳐서 3차 감염자를 만들고 또 아직도 정확한 접촉자수 확인이나 동선 파악도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만든 건 방역당국의 큰 실책입니다. 그런데 이 실책의 심각성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방역의 허점이 이걸로 끝인지 앞으로 또 나타날 수 있는 허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사실 잘 모릅니다. 미지의 병인 만큼 미지의 병이 퍼지는 상황 또한 미지의 일이라 그렇죠. 그렇다면 우린 이전에 있었던 비슷한 일을 비교 삼아 한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메르스….


2015년 메르스는 사실 첫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2015년 5월 20일 바레인에 체류한 뒤 귀국했던 68세 남자분이 확진자, 즉 1번 환자가 됐습니다. 이분이 직전에 입원했던 평택 성모병원에서 이 1번 환자의 가족, 그리고 같은 병실을 쓴 사람, 이분을 치료한 의료진 등이 다시 환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약 1주일간 환자가 7,8 명선으로 늘 때까지 당국은 ‘중동 독감일 뿐이다, 한정된 공간인 병원 안에서의 감염일 뿐이므로 확산 가능성 제로다’란 설명을 이어갔죠. 그리고 언론도 신문은 사회면에, 방송은 메인뉴스의 한두 꼭지 리포트로 정말 차분히(?)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첫 환자 발생부터 지면과 메인뉴스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한 신종 코로나와는 달랐던 것이죠. 그런데 그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서 메르스는 한 단계 한 단계씩 방역의 허점을 뚫고 판데믹의 단계로 올라가는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론 당시 보건복지 담당 데스크였던 저도 이 첫 일주일간은 당국의 설명에 의지해 사안을 작게 봤습니다. 사실 메르스도 그 당시로선 정말 미지의 것이라 언론뿐 아니라 의료계도 그 병의 전염성, 치사율, 치료법 뭐 하나 정보를 쌓지 못한 상황이었죠. 암튼 그렇지만 저는 한정된 공간이라지만 평택 성모병원 안에서 계속 환자가 한 명, 두 명 나오는 게 석연치 않았고 그래서 취재기자를 그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어차피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인력이 앞에서 차단할 테니 밖에서 병원 상황이 어떤지 외곽 취재하라’는 지시를 했죠. 


그런데 그 후배 기자가 가보니 병원에 나온 방역인력이 없었다고 합니다. 계속 없었는지 그때만 없었는지는 좀 불분명하지만…그리고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동도 차단이 안됐고, 방문객이나 간병인 등등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 병원의 일반 환자나 가족들을 통해 메르스 환자들과 방역 상황을 취재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문제들이 나왔습니다.


방역당국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더 발생했고, 이들 의심환자는 물론이고 그전에 확인돼 그 병원 안에서 다시 격리시킨 메르스 환자들 몇몇도 제대로 격리가 안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당국이 메르스의 전염력을 그리 강하게 보지 않고 한 병 동안에 병실만 나누고 그나마 출입통제도 거의 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의심환자들은 계속 나온 거고요. 그래서 후배 기자에게 그 상황을 기사 작성해 보내라 해서 ‘의심환자 추가 발생’, ‘격리 상황 허점’의 2가지 주제로 보도를 했습니다. 


물론 이때부터 우리 외에 많은 언론들도 방역의 허점을 지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에 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5월 26일 3번째 환자의 가족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겁니다. 출국금지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인데 이 사람은 출국했던 중국에서 결국 메르스 환자로 확인됐습니다. 이 바람에 이 환자가  접촉한 중국인 50여 명이 격리됐고 자신도 중국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우리도 규모는 비교가 안되게 작지만 이웃나라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선례가 없지는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6월 1일엔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망자는 격리돼서 치료받다 사망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어느 병원에서 입원한 한 중년 환자가 사망했는데 사인이 이상하고 증상이 뭔가 메르스와 비슷했던 겁니다. 그래서 사망자를 다시 검사해보니 메르스였다는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망자는 1번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지만 방역당국이 알아차리지 못해 격리 대상에선 빠져있었고 그래서 일반 환자로 다른 병원에서 다른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신 겁니다. 


이때부턴 정말 방역당국의 능력에 대한 의심은 상수가 됐지만 그래도 잠시 환자 증가속도가 떨어지고 정부가 뒤늦게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간 병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사람들도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곧 해결되리란 기대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또 전환점을 맞습니다.


당시 기사 작성에 같이 참고하려 썼던 화이트보드. 처음엔 환자마다 이름과 나이, 치료 상태 등도 적고 전염경로도 연결시킨 입체적 그림이었으나 10명 넘어가면서부턴 번호만 남았다.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에 들어온 14번 환자를 포착하지 못했고 이 14번 환자는 응급실에서 입원을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역시 입원실 병상 나기를 기다리며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수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메르스에 노출된 겁니다 이른바 슈퍼 전파자의 탄생이었죠. 이때부터 전파의 가짓수가 대규모로 커진 4차 감염자까지 나오고 격리 대상인원은 수천 명에 환자는 186명까지 불어나는 거대한 규모로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게 됐습니다. 이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은 물론이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까지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방역 실패의 책임이 방역당국에서 삼성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박근혜 정권으로선 실패의 책임을 상당히 덜게 되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사망자도 최종적으로 38명에 치사율은 30퍼센트 이상까지 치솟았죠. 그런데 이런 무서움보다 더 황당한 무서움이었던 건 그 186명의 환자 중 마지막까지 어디서 걸렸는지 알 수 없는, 감염 경로를 모르는 불가사의한 환자들까지 속출했다는 겁니다. 사는 곳, 이 사람의 동선 어디를 봐도 기존 메르스 환자들과 겹치는 게 없는데 환자가 된 겁니다. 방역당국은 이런 이상한 환자들의 미스터리를 결국 다 풀진 못했습니다. 바이러스가 수십 킬로미터씩 날아다닌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당국은 수백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격리 대상자들이란 엄청난 경우의 수들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채우지 못한 구멍들을 대거 남겨버린 것이죠. 어디서 걸렸는지 모르니 이 환자들이 또 정확히 언제 병에 걸렸고 그전에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역시 또 모르는 허점의 악순환도 이어졌던 거고 그래서 전염을 막지 못한 게  다시 186명 환자로 나타난 겁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증폭됐던 메르스 방역의 어이없는 실패 그리고 그때마다 수백, 수천 명씩으로 커진 노출자들과 전염의 위험도는 사실 지금 현재의 신종 코로나 상황과는 객관적으로 비교가 안됩니다. 물론 저는 지금 정부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으니 그걸 평가하자는 말만 하려고 이런 메르스 사태의 기억을 더듬은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방역당국이 한 실수는 실수로도 보이지 않을 엄청난 규모의 실수들이 과거에 있었으니 재현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환자가 해외로 출국하고, 사망한 사람을 다시 보니 그 전염병이었고, 분명 그 병 환자인데 어디서 걸렸는지 도통 알 수 없고…'. 이런 황당무계한 방역의 실패가 가능한 겁니다. 이런 처참한 실패들과는 아직은 비교가 안 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되 지금 신종 코로나 방역의 문제들을 당국도 잘 보고 언론들도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지의 존재는 알 수 없기에 우리가 어떤 실수를 할지도 역시 미지인 겁니다.


* 오늘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과 3차 감염을 보고 급하게 5년 전 기억을 한 시간 안에 되살려 쓰다 보니 숫자 등은 정확하게 되살리진 못했고 애매한 에세이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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