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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Feb 05. 2020

코로나와 부품 국산화.. 신화와 현실

국산화란 성공신화와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차가운 현실 간의 거리

중국발 코로나로 인해 우리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걸 보면서 이제 자동차 부품도 수입대체, 국산화로 나가자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불산의 국산화로 성공을 거뒀듯이 이젠 중국의 값싼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또 한 번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일종의 성공신화, 신화여서 사회 내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한 요즘 언론의 경제기사들도 다 이런 모든 걸 다 만들어 성공하는 한국의 성공신화를 기본 주제로 기승전결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구성요소만 바꿔서 기사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우리의 영웅 한국기업이 ‘일본 혹은 중국의 부품기업의 공급 방해 내지 실패’란 고난을 겪지만 국가의 지원과 우리 연구인력의 결실이란 엑스칼리버를 얻어 결국 자립화라는 목표를 이뤘다는 결말의 이야기들...


그런데 사실 이런 자립화의 신화는 요즘의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세계화된 경제의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신화이기에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이야기로 국민들이 현상을 이해하고 이해한다는 안정감을 얻게 한다. 또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현상을 이해하고 있는 동질감을 얻게 하고 그 동질감으로 사회를 묶는 이야기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는 메시지들은 이해가 안 되고 불안정한 소수의 노이즈로 사라진다. 


그러기에 비겁하지만 나도 이 부품 자립화가 ‘경제적으로 말 안 되는 이야기’ 임을 알면서도 이 이야기의 결론에서 벗어나는 기사를 쓰지는 못한다. 다만 한두 문장의 반론을 살짝 키워 넣는 정도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 반론을 살짝만 문장들로 늘려보면 다음과 같겠다. 1970년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등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 때 우리 외 다른 아시아 국가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이 만든 반조립 키트를 들여와 자국에서 완성품으로 만들어 자국 시장에 풀거나 싸게 수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우선 낮은 기술 수준으로도 쉽게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었고 이러면서 일부 부품은 조금씩 국산화해보겠다는 것이었지만 선진국이 부품들까지 세세하게 지원하지도 않았고 관세를 빼면 가격경쟁력도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슷하게 조립자동차로 시작했다가 정부의 중화학공업으로 받은 투자에 재벌이란 나름 ‘거대한 기업’이 나와서 미국, 일본의 자동차 회사와 나름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 일본의 자동차사가 설계한 자동차를 우리가 만드는 방식을 택한 건데 물론 핵심부품은 많이 수입했지만 조금씩 부품 기술까지 도입하면서 처음부터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포니나 브리사다. 


거기에 행운도 연달아왔다.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내수 수요가 커서 현대, 기아 등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을 주요 시장을 정해 공략했는데 마침 80년대 일본 경제가 너무 커지자 미국이 일본 견제에 들어가면서 플라자 합의나 관세 인상으로 일본차가 미국에서 가격경쟁이 떨어졌고 대신 저가 시장에서 한국차가 잘 팔리기 시작했다. 이 행운을 발판으로 결국 우리 자동차 산업은 엔진부터 타이어, 유리창까지 공급사슬 전부를 완성해 낸 것이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경제의 흐름은 다시 바뀐다. 중국이 제조업 국가로 부상하고 그리고 자동차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제조업에서 벌어진 일인 선진국은 기술과 마케팅 서비스를 주력으로 중진국은 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혹은 이른바 두 번째 ‘대 분리’란 용어도 쓴다)이 시작된 것. 동시에 우린 IMF란 파고를 맞으며 모든 걸 다 만들던 한국 자동차 회사들 중 현대 빼고는 다 망했고, 우리나라에 독일 등의 거대 부품기업들이 진출해 고급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두 번째 대 분리 혹은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 이전에 국내에서 공급사슬을 형성한 대기업을 만들어냈기에 그 대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다른 선진국 자동차 회사들처럼 신차 개발과 전체 조립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 서비스 중심으로 굴리고 부품들은 싼 중국산으로 대체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시작한다. 결국 90년대 이전의 수입대체 혹은 산업 자립과는 반대의 흐름으로 열심히 달려간 것이고 그래서 현대기아차는 살아남은 것이다. 이때 반대로 그제야 자국 안에 공급사슬 만들겠다고 하던 말레이시아나 대만 등은 자동차산업이 아예 망해버렸다. 마하티르 총리가 사실상 국영 자동차 회사 세우고 국내에 완전 자립 자동차 산업 만들어 한국을 꺾겠다고 하던 말레이시아를 기억하는 독자들도 분명 계실 것으로 본다.(물론 40대 이상들이겠지만) 


결국 코로나나 일본 수출규제 보면서 이젠 다시 ‘부품 국산화’, ‘국내에 완전한 공급사슬 구축’을 외치는 건 어디까지나 그저 ‘신화’의 이야기여야 한다. 우리가 어려운데도 중국, 일본의 방해를 꺾고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전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결속과 안정의 이야기 말이다. 언론이 떠들고 독자들이 즐거워하는 정도로 끝나야지 정말 현대기아차와 1,2차 밴더들이 정말 와이어 하니스 다 만들고 삼성전자가 온갖 불산을 만드는 자기업들을 만들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저 신소재 와이어나 초고순도 불산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해서 중국 대신 동남아에 하청 줘서 글로벌 가치사슬을 손보는 것이 돼야 하는 것이다. 


신화와 경제는 서로를 인식하며 그러나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참고로 리처드 볼드윈의 ‘그레이트 컨버전스’를 많이 참고한 잡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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