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찐따의 연애 번외

-쌍꺼풀은 제2의 심장

by 김봉

안녕하세요.

제가 지난 7월에 좋은생각에 글을 응모했는데, 미채택이 되었다는 소식 알려 드리려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집에 오니까 우편물이 와있어서

'오!!! 입선했나보다!!!' 하고

방안을 두 바퀴를 돌았는데, 그게 아니고 응모만 하면 다 주는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청년이야기 응모작답게 청년에 대한 글을 써야해서 제가 제 에세이를 응모했는데 블친님들과 아래와 같이 공유를 드립니다.

지금 제 쌍수 이야기 가지고 글을 엄청 많이 썼는데,

이 정도면 대한의사협회에서 명예 쌍수 전문의 타이틀을 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여기서 눈밑지 한번 받으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능가하는 대하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거 보니까 계속 응모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저도 한번 해볼까해요.

다음 주제로는

"눈밑지 명의를 찾아서"

가 어떨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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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은 제2의 심장

그날은 썸이후로 오랜 짝사랑으로 남았던 A의 결혼식 사진이 카카오 프로필 사진으로 올라 온 날이었다. 지원했던 회사의 면접 낙방 소식과 함께 이연타로 두들겨 맞은 날, 그날은 곧장 집으로 갔어야 했다. 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한 후배 ㅁ의 카톡을 무시했어야 했다. 눈이 약간 벌겋게 부어 올라 있었지만 전보다 훨씬 커지고 또렷한 인상에 살도 좀 빠졌는지 공시생일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미지가 나를 비교열위의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최종 임용은 언제이고, 얼굴에 뭐뭐를 했고, 살은 얼마 빠졌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진심 10%, 부러움 90%의 대화를 종료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스크루바 하나를 입에 문다.

배배 꼬여버린 스크루바.

내 인생 같았다. 진짜 뭐 같았다. 이직이며 연애며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되는 게 없이 스크루바처럼 꼬여버린 인생을 어떻게든 펴보고자 후배 ㅁ에게 카톡으로 어느 병원이며, 어느 의사선생님께 수술을 받았는지 물어본다. 아내의 유혹의 주인공처럼 왼쪽 뺨에 점을 찍지 않아도 쌍수 하나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거란 기대로 가득하다. 아, 쌍수라는 심폐소생술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그래 쌍수하는거다, 까이꺼 확 변신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거다. 내가 짝눈만 아니었으면, A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지도 않았을테고, 1000대 1을 뚫은 필기로 어렵게 얻은 면접도 낙방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 오징어배잡이 같은 회사에 입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능글맞은 부장과 그 뿌락치들에게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을 거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쌍꺼풀이다. 짝눈 때문이다. 짝눈 때문에 다 꼬여버린 것이다. 코로나 시절에 겪었던 굴욕도 이제 겪지 않아도 된다. 크기가 다른 눈 때문에 ‘다시 시도하여 주십시오’ 라는 메세지는 이제 듣지 않아도 된다. 동행한 동료들의 “눈이 삐꾸야?” 라는 놀림 같은건 당하지 않아도 된다.

디스 스탑 이즈 서면, 서면

이끼마 에끼노 서면, 서면 에끼 마쓰

췌 성찬 쉐이, 서면 서면

3개국어의 지하철 정류장 안내 멘트를 약 20번 정도 반복해서 듣고, 65도 가량 올라간 지하철 역사의 108계단을 올라가면 마침내 윤회할 수 있다. 의느님을 만날 수 있다. 그래, 올라갈 땐 삐꾸여도 내려올 땐 예쁜 눈으로 내려오는거야. 오늘 다시 태어나서 내려와야지하고 최면을 걸며 힘겹게 계단을 오른다. 마침내 성형외과에 도착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누워 어머니께 제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며 마지막 유언을 남긴채 비장하게 수면마취를 받아 들인다.

‘수헤리베붕탄질산플네나마 알규인황염아칼칼…’ 라고 주기율표를 되뇌인다. 무섭지 않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 수헤리베, 다시 태어나면 면접 낙방 같은건 이제 없다. 새로운 세상이 리셋되는거다.

눈을 꼭 감았다.

쪽가위같은걸로 눈꺼풀을 몇 번 잘라내는 것 같더니, 몇 번의 박음질이 눈위에서 오간다.

“자 환자분, 수술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라는 의료진의 인사가 있은 후에 퍼렇고, 벌건 눈을 거울로 확인한다.

병원에서 나와 큰 모자로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와 퍼런 멍이 든 눈을 애써 가려 본다. 아까 올라왔던 108계단이 수월하게 내려가는 걸 보니 인생2회차가 시작된 것 같다.

누가 그랬는데, 쌍꺼풀은 제2의 심장이라고. 아 ,어쩐지 아까부터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다. 새롭다.

다시 시작된 채용시즌에 어렵게 얻은 심장으로 중무장해보지만 면접 탈락 소식은 피할 수가 없다.

뭐지, 어디서 노래가 들려오는 듯 하다.

취준이라는 아파트를 쌍꺼풀로 인테리어했지만, 면접 결과는 래-미안해, 래-미안해.

‘한번 붙여줘라. 인간적으로’ 라고 합격창을 확인하지만, 엄마 래-미안해, 래-미안해

좋은 소식을 고대하고 있을 어머니를 더이상 볼 면목이 없다. 사라져만 가는 통장 잔고가 나를 더 쓰라리게 한다.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서 산 삼김과 커피하나 들고 스카에서 알람시계와 자료해석 문제와 씨름한다.

오늘 따라 어렵게 얻은 내 제2의 심장이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