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Sep 09. 2018

부디 평온하시길...


마음이 한 순간 툭 하고 내려 앉아버렸다.

기대하지 않은 무너짐이었다.




평온하던 일상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연락이 오면 가슴이 먼저 철렁 하고 내려 앉을 때가 있다.

나는 가족에게 연락이 올 때 그렇다. 가족은 내게 반가움이란 감정보다 걱정이 앞서는 그런 사람들이다.


가족사에 가슴 아픈 사연하나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내게 가족은 얼굴에 난 상처럼 굵은 선 하나를 가슴에 그어 놓았다. 가족이 기댈 곳이 아니었기에 혼자 외롭게 또 힘들게 설 수 밖에 없었다. 직장을 다니고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후 부터는 부모님을 모셔야 했다. 힘든 시대를 자식들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온 몸으로 살아온 부모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


평생 힘들게 살아오셨기에 맘 놓고 드시고 싶으신 것 실컷 한번 드시지도 못하셨고, 용돈을 넉넉히 드려도 아들이 힘들게 벌어온 돈 함부로 쓰면 안된다고 아끼시고.. 아끼시고.. 아끼시고... 그렇게 아끼기만 하시다가..

어느날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몇년째 누워만 계신다. 평생 힘들게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일만 하시더니 이제 누워서 편히 쉬시나보다 그렇게 위안을 하곤했다.


오늘 또 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의 동생, 외삼촌이 별세하셨다는.. 장례식장을 갔다가 어머니를 뵈러갔다.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기억도 못하시고 잘 듣지도 못하시는 어머니지만 나를 보고 가끔 외삼촌의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니께 혹여나 하는 마음이 들어 차마 한 마디도 꺼내질 못했다.


나이가 들고 삶의 무게도 어느 정도는 버티고 있다 생각했지만 죽음은 여전히 크고 무겁기만 하다.


좋은 곳에서 부디 평온하시길..

큰형님 만나서 못한 이야기 많이 나누시길..

남은 가족들도 삶을 더 사랑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