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세요.
에잇 몰라!
이왕 글을 쓴다고 마음먹었으니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써보자
강제적으로 1일 1 글쓰기를
하기 위해 내 몸을 '글루틴'이라는
모임에 집어넣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안녕하세요. 글루틴입니다.'톡을 봤다.
"지금이라도 안 한다고 할까?"
왠지 도망가고 싶었다.
단체채팅방에 들어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인가?
후다닥 들어갔다.
"그래 열심히 글을 써보자!"
한 달 후에는 조금이라도 발전한 내 모습을
얻을 수 있겠지.
남편과 6살 아들과 24시간 있는 일도
지칠 때가 많았다.
밥 2번, 간식 2번, 집안일을 하다 보면
쉴 시간조차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연다.
한 단어도 쓰기 전에 "엄마!!"
아들의 부름을 해결하고 자리에 앉는다.
두 단어 쓰면 "여보!!"
하... 내가 무슨 문장을 쓰고 있는지 조차
잊는다.
가끔 내가 원할 때 일기 같은 글을 썼다.
글루틴의 작가들은 오래전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던 작가님들이다.
열심히 글을 써 보려고 모임에 들어왔는데
혼자 이질적인 결을 느꼈다. 하하하.
차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을 느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느리지만 경쾌하게
글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바쁜 아줌마가 짬짬이 글을 쓰는 걸
해치우는 정도다.
아들이 저녁에 잠을 잘 때 살금, 조심히 나와
책상에 앉아본다.
30분 후 '엄마아~어딨어어~~~?'
결국,
어두운 방 아들옆에 누워
휴대폰으로 글을 써본다.
1일 1 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즐기지 못하고 숙제하듯 썼던 것 같다.
글 인증을 마친 내 글을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글에 급한 마음이,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제, 여유를 갖겠다.
이제, 글을 즐기겠다.
이제, 글을 더 진지하게 대우해 주겠다.
이제, 글에 영혼과 진심을 담겠다.
그래도 7일 동안 글을 썼던 습관이
이제 조금 적응이 돼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제주는 지금 밖에 눈이 온다.
내 글에도 제주의 눈이
소복소복 쌓였으면 좋겠다.
글루틴의 작가님들과
글로 맺은 인연들과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껴본다.
지금 내리는 눈이
나와 내 글에 대한 선물 같다.
대단하지 않지만 빛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선물.
22.12.14. 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