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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보라 Aug 14. 2023

본격적으로 1일 1 글쓰기

일단, 시작하세요.

에잇 몰라!

이왕 글을 쓴다고 마음먹었으니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써보자


강제적으로 1일 1 글쓰기를

하기 위해 내 몸을 '글루틴'이라는 

모임에 집어넣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안녕하세요. 글루틴입니다.'톡을 봤다.

"지금이라도 안 한다고 할까?" 

왠지 도망가고 싶었다.

단체채팅방에 들어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인가?

후다닥 들어갔다.


"그래 열심히 글을 써보자!" 

한 달 후에는 조금이라도 발전한 내 모습을 

얻을 수 있겠지.


남편과 6살 아들과 24시간  있는 일도 

지칠 때가 많았다.

밥 2번, 간식 2번, 집안일을 하다 보면

쉴 시간조차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연다.

한 단어도 쓰기 전에 "엄마!!"

아들의 부름을 해결하고 자리에 앉는다.

두 단어 쓰면 "여보!!" 

하... 내가 무슨 문장을 쓰고 있는지 조차

잊는다. 


가끔 내가 원할 때 일기 같은 글을 썼다.

글루틴의 작가들은 오래전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던 작가님들이다.

열심히 글을 써 보려고 모임에 들어왔는데

혼자 이질적인 결을 느꼈다. 하하하.


차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을 느끼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느리지만 경쾌하게 

글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바쁜 아줌마가 짬짬이 글을 쓰는 걸

해치우는 정도다.


아들이 저녁에 잠을 잘 때 살금, 조심히 나와

책상에 앉아본다.

30분 후 '엄마아~어딨어어~~~?'

결국, 

어두운 방 아들옆에 누워 

휴대폰으로 글을 써본다.


1일 1 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즐기지 못하고 숙제하듯 썼던 것 같다.

글 인증을 마친 내 글을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글에 급한 마음이,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제, 여유를 갖겠다.

이제, 글을 즐기겠다.

이제, 글을 더 진지하게 대우해 주겠다.

이제, 글에 영혼과 진심을 담겠다.


그래도 7일 동안 글을 썼던 습관이 

이제 조금 적응이 돼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제주는 지금 밖에 눈이 온다.

내 글에도 제주의 눈이 

소복소복 쌓였으면 좋겠다.


글루틴의 작가님들과

글로 맺은 인연들과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껴본다.


지금 내리는 눈이 

나와 내 글에 대한 선물 같다.

대단하지 않지만 빛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선물.



22.12.14.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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