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이(함덕바다)보다 조금 늦게 넓어진 마음

솜사탕 눈으로 화장한 함덕이

by 공감보라

아이를 학교 돌봄에 데려다주고, 나만의 시간 갖기 위해 운전을 했다. 카페가 있는 함덕바다 근처에 다다르자, 작은 솜사탕 같은 눈이 퐁퐁퐁 하늘에 흩어져 있었다. 순간, 함덕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흰 눈으로 화장을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정감 있게 느껴졌다. 그런 바다를 보고 있자니 코 끝에서 찡긋 전기가 오며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평온한 풍경을 보면서 차분한 감동을 느꼈다. 그런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참 귀하고 좋았다.


왜, 사소한 순간에 감동하는 내가 되었을까? 어떻게 이렇게 귀한 감동을 누릴 수 있는 내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27살~32살까지는 아동, 학생 상담을 하기 위해 한계를 넘어서는 상담 공부를 했다. 32살에 결혼하고 35살에 아이를 낳으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들 앞에서 고통스러웠지만 나름 한 인내심으로 잘 버티어 왔다. 40대가 되자 지금까지 응축시켜 놓았던 설움과 고통을 글로 풀고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며 보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 워킹맘으로 육아, 업무, 가사, 가정에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고, 5분 30분 시간이 날 때 그 시간을 나의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성과로 3년 만에 공저, 개인저서 총 두 권을 출간했다. 이런 시간들이 나를 성숙하게 했다.


그 성숙한 틈으로 여유와 넓은 마음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넓어진 마음으로 모든 순간, 모든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열심히 성장한 대가로 소소한 일상에 감동할 줄 아는 내가 되어 있었다. 다시 한번 창밖으로 보이는 함덕 바다를 바라본다. '훗, 함덕이는 나보다 더 넓고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졌구나'라고 느낀다. 다시금 감동이 밀려와 코가 찡긋, 눈물이 핑,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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