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겐트는 브뤼헤 만큼 유려한 풍경과 중세도시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밤이 되면 그 매력이 더 배가 되는 운하도시다. 4박 5일 동안의 짧은 벨기에 여행 중 2박 3일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님에도 우연히 보게 된 운하 야경 사진 한 장 때문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운하 야경을 본 것 하나 만으로도 나의 결정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운하를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가 다 모여 있어 '여행 일정은 촉박해도 겐트는 꼭 갈 거야' 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하루 동안 한눈에 겐트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을 되짚어 봤다.
성 바보스 성당과 종탑
하루 동안 겐트를 빠르게 둘러보고 싶다면 성 바보스 성당과 종탑을 시작으로 성 니콜라스 교회 - 코렌마르크드 광장 - 겐트 운하 - 그라벤스틴 성 순서 혹은 반대 순서로 둘러보면 좋다. 내가 선택한 시작점은 성 바보스 성당과 종탑으로 두 곳은 나란히 붙어있다. 종탑의 경우 겐트의 대표적인 스카이라인 중 하나로 꼭대기에는 용이 살고 있었는데 겐트의 침략자나 화재를 막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내부에는 용 동상과 각종 종 모형은 물론 종탑의 역사 등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2018년 기준 8유로)
성 니콜라스 교회와 코렌마르크트 광장
종탑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도보 2분 거리에 종탑, 성 바보스 성당과 함께 겐트의 3대 스카이 라인에 속하는 성 니콜라스 교회(St. Nicholas' Church)가 있다. 13세기에 지어진 교회로 성 미카엘 다리와 마주 보고 있고 교회 앞으로는 겐트 구시가지의 중심이자 번화가인 코렌마르크트 광장이 펼쳐진다.
겐트 운하의 낮과 밤
겐트 여행의 대미는 역시 겐트 운하. 코렌마르트 광장에서 그라슬레이 성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면 된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운하 보트 투어 탑승장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그라슬레이 혹은 코렌레이라고 불리는 겐트 운하는 18세기 Ghent에서 최초로 형성된 무역 항구이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풍경'으로 꼽히는 데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낮 동안에는 운하를 중심으로 주요 관광 포인트를 둘러보고 해질 무렵 운하 투어 후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남녀 겐트 운하의 야경까지. 일정이 딱 맞게 떨어진다.
그라벤스틴 성(Cravensteen)
운하에서 보트 투어를 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그라벤스틴 성. 그라벤스틴은 1180년 플랑드르 백작이 전쟁 시기에 군사적 목적으로 지었는데 한쪽은 육지를 향해 다른 한쪽은 강을 바라보고 있어 운하 투어를 하면 가장 먼저 만나 보게 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전쟁 후에는 화폐 주조소를 거쳐, 법원, 감옥, 방직공장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부 관람도 가능한데 스카이라인까지는 아니라도 성 꼭대기에 오르면 겐트 시내를 모두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홍합과 감튀 그리고 퀴베르통
벨기에를 여행하면서 알았다. 피시 앤 칩스만큼이나 홍합과 감튀도 환상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특별한 맛집을 찾을 필요 없이 운하 주변으로 식당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그냥 느낌대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들어가서 먹기만 하면 된다. (웬만하면 다 맛있다!) 저녁 시간에는 눈으로는 겐트 운하의 노을과 야경을 즐기고, 입으로는 홍합과 감튀를 일타쌍피로 즐길 수 있다.
밥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다. 고로 디저트까지 먹어줘야 제대로 한 끼를 즐겼다고 할 수 있다. 퀴베르통은 겐트에서 처음 봤는데 벨기에의 전통과자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브뤼셀에서는 파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겐트에서는 거리와 광장 가판대마다 판매하고 있었다. 퀴베르통은 원뿔 모양으로 속에는 과즙이 들어있는데 전통적으로는 보라색의 라즈베리 맛이 고유의 퀴베르통인데 최근에는 다양한 과일 맛이 나온다고. 식감은 젤리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과자라기엔 당도가 높아 왜 전통 과자라고 부르는지 의문이긴 하다. 좋은 점은 한 봉지 구입해서 걷다가 당 떨어지면 하나씩 꺼내 먹으며 에너지 보충하기에 딱이었다.
겐트 산책
해가 긴 여름에 방문했다면 하루를 길게 쓸 수 있으니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남는 시간은 중심지에서 살짝 벗어나 운하를 따라 걸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느 도시를 가든 산책을 꼭 하는 편인데 하는데 겐트는 운하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좋았다. 도시를 걸으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겐트가 코펜하겐이나 암스테르담만큼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곳이었다는 것. 가능하다면 자전거를 대여해서 둘러보는 것도 좋았을 거 같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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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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