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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28. 2024

켄 로치 감독 <나, 다니엘 블레이크>

씨네아카이브 41.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천 Part.2

3월이 아카데미라면 5월은 칸이지. 이번 아카이빙은 예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던 칸 황금종려상 특집! 특정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무조건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평소에 즐겨 보지 않는 장르를 경험하거나 단편적인 취향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보고 나면 왜 상을 받았고 좋은 영화라고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 밀린 브런치 글 발행하기 두번째... 저장하고 발행하는 걸 잊어버리는 정신머리란... 정신을 차리자! 정신!)


씨네아카이브 41. '황금빛 잎사귀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특집)' 전문 읽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켄 로치, 2016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영국의 복지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작품이다켄 로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회제도 이면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영국의 대표 사회주의 감독으로 꼽히는데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영국 복지제도의 허점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지적함과 동시에 사람 사이의 온정을 이야기하며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았다. 


당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이 쟁쟁했다고 전해지는데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 끝> 등으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켄 로치 감독에게 돌아갔고 이로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제 역사상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7번째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칸 이외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는데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어 전석 매진에 추가 상영까지 매진을 기록했다고.


시나리오는 켄 로치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하고 있는 폴 래버티가 맡아 실직자, 노숙자, 고용노동부 공무원, 의사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는데 특히 켄 로치가 도움을 주고 있는 자선 단체를 통해 실직자들을 소개받아 취재한 사례를 토대로 주인공 ‘다니엘’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다니엘 역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 중인 데이브 존스가 맡아 실제 노동계층 출신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냈다. 켄 로치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의 성장과정이나 경험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고 알려져 있는데 데이브 존스의 캐스팅을 두고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직업 자체가 노동자층을 대변하기도 하기에 캐스팅하게 되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은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지병으로 인한 실직 상태가 되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지만 형식에 얽매인 복잡한 절차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사회적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두 아이와 함께 런던에서 이주한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도움을 주게 되고, 다니엘과 케이티는 부녀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린 다니엘은 부조리한 사회 제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다짐하는데... 다니엘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에는 크게 세 부류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다니엘은 디지털 시스템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누구보다 유능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밀려나게 된 세대를 표현하고 있다. 케이티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을 다니엘의 이웃인 막스 밀리언은 이민자이자 청년 실업층을 대표한다. 감독은 이들 중 중심인물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 고민하다 청년세대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졌기에 ‘성실하게 살았지만 시대변화에 뒤처진 아버지들의 모습과 아날로그 세대의 소외감’을 그리기 위해 다니엘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는 약자를 돕기 위한 사회제도 마저 지나치게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아날로그 세대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약자를 괴롭히게 된다는 역설적인 면을 부각해 사회제도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있다.


마리’s CLIP: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요. (When you lose your self respect, you are done for.)”

영화가 비인간성을 묘사하며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방식이 인상적인데 ‘운영자들에게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점차 인간성을 상실하게 되는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그리거나 다니엘의 행동을 통해 복지제도가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태도를 보여준다. 다니엘이 케이티를 도와주는 이유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이 인간성의 근본이고, ‘절박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생계를 넘어 정서적으로도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살핀다’가 복지 제도의 존재 이유다. 그렇기에 다니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금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는 그가 생각하는 인간성의 본질과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기억에 남는 대사로 꼽는 다니엘의 한 마디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 동안 마주하게 될 부조리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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