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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이 사랑한 휴양지 프랑스 노르망디 도빌

노르망디 도빌 산책 (feat. 트루빌)

by 마리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을 여행 후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 개인 취향에 맞춘 테마 여행지로 적합한 프랑스 지역을 고른다면 주저 없이 노르망디를 선택할 것 같다는 것. 옹플뢰르와 에트르타는 인상주의 미술을 테마로, 몽생미셸은 종교와 자연을 테마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진 해안가 도시들은 역사를 테마로, 이번에 소개할 도빌-트루빌은 파리 부르주아들의 여행 스타일을 테마로. 노르망디는 주제별로 테마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에 매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나 보다.



파리 부르주아들이 선택한 휴양지 도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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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은 오래전부터 파리 상류층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파리 근교 휴양 도시였다. 호화로운 호텔과 카지노, 요트부터 승마, 테니스까지 다채로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기에 19세기 후반부터 부르주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도빌은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남짓 거리라 편하게 방문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부르주아가 아니더라도!) 옹플뢰르나 에트르타의 경우 파리에서 기차로 르 아브르까지 이동 후 다시 버스를 타야 하지만 도빌은 파리에서 기차를 타면 한 번에 도시 중심지에 위치한 도빌-트루빌 역까지 당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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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은 가족, 친구들과 스포츠 및 여가 활동을 즐기기 좋은 장소라 부르주아들이 선호하는 휴양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도빌 비치를 중심으로 일반 여행객들을 위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얼마든지 개인 상황에 맞춘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도빌 하면 역시 도빌 비치가 가장 유명하지만, 해변으로 향하기 전 시청 앞 광장에서 쁘띠 트람이나 마차를 타고 도빌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그림도 작품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면 더 눈에 잘 들어오듯이 여행지를 크게 훑어보고 나면 어디서 무엇을 즐기면 좋을지 더 잘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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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은 프랑스 문학과 패션계에 이름을 남긴 두 여성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등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랑수아즈 사랑은 도빌 카지노에서 8백만 프랑 (한화 약 15억 원)의 잭폿을 터트린 것으로 유명하다. 1950년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으로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사강은 이 돈으로 옹플뢰르 부근에서 한 달 정도 임대해서 지내던 건물을 아예 구매하면서 건물주가 되었다는 건 사강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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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많은 여성의 워너비인 코코 샤넬도 도빌과 인연이 깊다. 파리 깜봉가 21번지에 모자 가게를 열어 사교계 엘리트층 사이에서 큰 명성을 얻었던 그녀는 스포티한 패션 라인을 선보일 장소로 도빌을 선택하고 이곳에 작업실을 열었다. 그리고 도빌 작업실에서 스트라이프 셔츠와 세일러 바지, 해변용 파자마 등 캐주얼하지만 시크함은 놓치지 않는, 편안하지만 세련된 의상을 탄생시키며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지금은 용도가 바뀌었지만 코코 샤넬이 작업실로 사용했던 공간은 지금까지 도빌 해변 근처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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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도빌은 도빌 해변만의 분위기로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매년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개최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도빌 미국 영화제 (Festival du Cinema Americain). 도빌의 랜드마크인 프롬나드 데 플랑쉬 (Promenade des Planches) 한쪽에는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새겨진 부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용도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탈의실이라고 한다. 해수욕을 즐기지 않더라도 낯익은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을 찾아보며 산책에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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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 해변은 지금까지 노르망디 지역 해안 도시에서 봤던 해변 중에 가장 낭만적인 곳이었다. 드넓은 모래사장 위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색색의 파라솔, 연인, 가족, 친구들과 각자의 방식대로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마치 흑백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명백한 컬러 화면이지만 낭만과 감성 필터가 덧 씌워져 마치 로맨틱한 한 편의 흑백 영화처럼 보인다고 할까.)



도빌의 쌍둥이 도시, 트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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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빌은 도빌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쌍둥이 같은 도시로 도빌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빌과 함께 꼭 둘러봐야 하는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구릉 사이로 미로처럼 오르내리며 펼쳐진 골목길과 트루빌의 메인 상점가는 화려한 도빌과는 상반된 아기자기한 매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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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무엇보다 트루빌의 찐매력은 신선한 해산물로 가득한 수산시장에 있다. 도빌에서 다리만 건너면 바로 보이는 트루빌 수산 시장은 장 보러 나온 주민들과 여행객들로 북적이며 트루빌의 활력이 모두 집대성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수산시장처럼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먹고 싶은 해산물을 골라 가게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그 자리에서 굴 한 다스를 뚝딱 비워냈다. 노르망디 특산품으로 꼽히는 이즈니 굴은 꼭 주문해서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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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빌 시내를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트루빌 해변이 펼쳐지는데 도빌처럼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진 않지만 특유의 소담한 매력이 돋보인다. 트루빌 비치에는 다정함이 묻어난달까.


도빌과 트루빌을 쌍둥이 도시로 부르기엔 전혀 상반된 매력을 지녔는데 사람의 외형을 고양이상과 강아지 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처럼 도빌과 트루빌을 대입하자면 도빌은 고양이상, 트루빌은 강아지상 같은 도시랄까. 그러나 서로 상반된 매력이 절묘하게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도빌보다 잘 몰랐던 트루빌의 매력을 발견을 할 수 있어 좋았다.



Reference

본 글은 매일경제/네이버 여행+ CP 8기 활동으로 제공한 원고입니다.

글의 내용 및 사진의 저작권은 필자 및 여행+에 있으며 내용의 일부 및 문체는 여행+에서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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