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제작기]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1인 출판 도전기 <출판은 처음이라> Episode. 1

by 마리

7개월에 거쳐 완성한 사진집. 누가 알았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나의 손으로 책을 만들어 판매하기 될 줄은. 시작은 두려움과 걱정, 진행 과정에는 즐거움과 설렘 (그리고 약간의 스트레스), 완성 후에는 보람과 행복이 남았다. 일기장에 소감을 남겼지만 책을 완성하고 나니 제작 과정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Bonheur Archive

✓ Episode 1.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Episode 2. 인생도 출판도 끝없는 선택의 연속.

Episode 3. 1인 출판을 위한 첫걸음.

Episode 4. 시작이 반이다.

Episode 5. 좋은 것 사이에서 더 좋은 것 골라내기

Episode 6. 편집 디자인의 세계.

Episode 7. ISBN 발급받기 (feat. 온라인 판매 등록)

Episode 8.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Episode 9. 신비한 인쇄의 세계

Episode 10. knock knock, 제 책을 받아주세요.

Epilogue. 당신 곁에 머무를 파리, < from Paris > 사진집

Epilogue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책을 만든 이유


처음부터 판매를 위한 책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소장 목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파리 생활이 꽃동산으로 보였겠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첫해에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2시간짜리 수업을 6시간 동안 녹음기 돌려가며 복습하느라 한 학년을 모두 마칠 때까지 하루에 4시간도 자지 못했다. 재시험의 굴레 끝에 첫해를 보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학업을 쫓아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 차별, 드러내는 차별, 한국과 다른 문화, 잊은 지 오래된 언어를 다시 기억해 내는 일, 가족을 향한 그리움까지. 파리에서의 처음은 슬프고, 외롭고, 때로는 두려운 순간이 더 많았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우울함과 두려움에 파묻혀 나를 잃게 될까 걱정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 일주일에 한 번씩,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많이 담으면 우울함도 떨쳐내고 좋을 것 같아 일종의 돌파구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파리를 산책하며 무섭고 두렵기만 하던 도시에 조금씩 애정이 깃들었다. 그렇게 파리 유학 생활은 수만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순간 등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제대로 된 사진집을 만들어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책을 만들기 시작한 첫 이유였다.



책 만들기는 저도 처음이라...


책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먼저 한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관련된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수업에 참석했던 이유는 관련 분야에서 책이나 브랜드 북, 매거진을 만들어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으로 결과물을 완성하는지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곳이 있어 귀국하고 몇 주 뒤부터 에디터 스쿨과 브랜드 북 특강에 참석했다. 그리고 독립출판 커뮤니티에서도 책 제작과 관련된 정보를 모았다. 브런치에 독립 출판 도전기를 이야기하는 분들의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독립출판 관련 커뮤니티에서 조언도 얻었다. 정보를 찾으며 느낀 것은 특강을 먼저 들어보길 잘했다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책이 완성되는지 수업을 통해 익혀두니 자료를 찾을 때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것과 걸러야 할 것들이 조금이나마 보였기 때문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배웠는데 이번엔 인디자인이 문제였다. 회사 다닐 때 배워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만 조금 다룰 수 있을 뿐 인디자인은 이름만 들어봤지 써 본 적도 없었다. 다시 학원에 등록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라는 놀라운 세상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유튜브에 올라온 인디자인 강의를 3주 정도 열심히 보고 따라 하며 툴을 하나씩 익힌 후 본격적으로 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소장용으로 처음 만들었던 연습 버전!

소장용이자 연습용으로 만든 책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다. 판형, 제본, 내지 구성과 표지 디자인까지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지금 책과 차이가 나는 걸 보니 연습 과정을 거쳐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은 6~8주에 걸쳐 완성했으니 처음 만드는 사람이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만들었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부족한 결과물일지도.



조언 구하기


소장용 책이 판매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표지 디자인, 내지 구성과 레이아웃 등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주변에 출판이나 디자인과 관련 일을 하는 지인이 없다는 것.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에디터 스쿨 수업에서 인터뷰 과제에 응해주셨던 쇼콜라티에 한 분에게 조언을 얻어 보기로 했다. 이분의 전직은 디자이너로 다수의 브랜드 북을 만들어 본 경험이 많은 분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렸는데 인터뷰 때처럼 흔쾌히 응해주셨다. 다시 생각해 봐도 감사한 일이다.


(부족하지만) 소장용으로 제작한 책 한 권을 선물로 전하며 뼈 때리는 충고를 마구마구 던져달라 부탁했다. 가장 먼저 들은 지적은 표지 사진이 너무 뻔하다는 것. '파리 사진집'이라고 누구나 다 아는 에펠탑 사진을 표지에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판형 역시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판형 말고, 만들고 싶은 사진집이 추구하는 콘셉트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판형을 찾아 자유롭게 디자인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그 외에도 안에 들어가는 폰트, 사진을 어떤 식으로 배치하면 좋을지 등 지금의 책이 완성되는데 많은 도움이 된 이야기들을 나눴다. 가끔은 직설적인 지적에 미안해하기도 했지만 그때의 충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책은 완성되진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전반적인 조언 끝에 들었던 말 중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마리 님은 틀에 맞춰 정형화된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창작물에는 만든 이의 성격이나 취향이 묻어나는구나 싶었던 순간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창의적인 활동이나 재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싶어 슬퍼지기도 했지만.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소장용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조언을 구하고 나니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용기도 좋지만 때로는 숨을 고르며 제대로 준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가수들이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처럼 책을 만드는 일도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했다.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용기로 포장하기에는 처음 만들었던 책은 '제 책을 사주시겠어요?'라고 내밀기 턱 없이 부족했으니 연습 과정을 거치길 잘한 것 같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립출판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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