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제작기] 인생도 출판도 선택의 연속

사진집 제작기 <출판은 처음이라> Episode. 2

by 마리

한 권의 책을 내놓기 위한 과정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머릿속으로 그렸던 책이 실물로 완성되기까지 몰라서 힘들고, 알아도 힘든 일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지난날의 고충도 결국은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책이 잘 나와주었기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지도.) 많이 준비했다 생각했지만 실전은 연습과 다르고, 현실도 이상과 다른 법. 좌충우돌을 겪으며 완성한 사진집 제작기를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pisode 1.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 Episode 2. 인생도 출판도 선택의 연속.

Episode 3. 1인 출판을 위한 첫걸음.

Episode 4. 시작이 반이다.

Episode 5. 좋은 것들 사이에서 더 좋은 것을 골라내는 일.

Episode 6. 편집 디자인의 세계.

Episode 7. ISBN 발급받기 (feat. 온라인 판매 등록)

Episode 8. 좋은 인쇄소는 정말 없는 건가요?

Episode 9. 신비한 인쇄의 세계

Episode 10. knock knock knock, 제 책을 받아주세요.

Epilogue. 당신 곁에 머무를 파리, < from Paris > 사진집

Epilogue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아




책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창작욕구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살면서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거나,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내가 책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창작 욕구도 포함된다. 그러나 단순히 창작 욕구로만 시작했다면 1인 출판이라는 인생에서 큰 사건이라 부를 만한 일을 벌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왕 만들기로 다짐한 책이라면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출판의 과정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목적의식이 더 컸다.


처음에는 출판 기획서를 만들어 책을 만들어 줄 출판사를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사진작가도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글이 아닌 사진만 들어간 책을 출간해 주겠다는 출판사가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출판사는 좋은 콘텐츠를 책이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만큼 책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판매부수가 보장될 만한 수만 팔로워도 없고, 대중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도 아니라면 목표치만큼의 이윤을 얻어야 하는 출판사로부터 내가 선택받을 가능성은 없다. 내가 책 만들기를 통해 실현하고 싶었던 목적은 출판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지 책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윤이 우선이 아니라면 경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 생각하고 직접 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독립출판? 1인 출판? 자비출판?


처음 떠올린 것은 독립출판이다. 정보를 찾다 보니 독립출판, 1인 출판, 자비출판 등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출판 형태를 발견하게 됐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독립출판이던 1인 출판이던 자비출판이던 모두 내 돈 들여하는 출판 행위다. 그러나 존재의 형태와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독립출판은 작가가 출판의 전 과정에 참여해 책을 만드는 일종의 출판문화를 말한다. 만들고 싶은 책의 주제부터 판형, 디자인, 등 모든 과정을 내가 결정할 수 있기에 독립출판으로 완성된 책에는 만든 이의 개성이 담긴다. 인쇄 방식만 잘 결정한다면 적정 비용으로 원하는 만큼의 부수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독립출판으로 만든 책은 대형서점에 입고가 불가능하다. 독립출판물의 대부분은 출판사 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이 만든 책으로 정식 출판물로 인정받는 ISBN을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ISBN 없는 책도 받아주는 독립서점에만 입고가 가능하다는 점은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가 만든 책과 결이 맞는 서점을 찾아 나의 책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아껴줄 독자를 찾아갈 수 있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다.


1인 출판 역시 독립출판의 한 형태다. 대량생산시스템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개인이 직접 진행한다. 독립출판과의 가장 큰 차이는 ISBN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 정식으로 출판사 등록은 하되 직원을 두지 않고 1인이 책 제작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1인 출판이라 부른다. 존재의 형태는 독립출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독립출판보다는 비용(출판사 등록비 등)이 많이 든다. 그러나 ISBN을 발급받은 책으로 대형서점에도 유통할 수 있고, 독립서점에도 입고가 가능하다.


자비출판은 일종의 간접 출판이다. 출판에 필요한 비용을 내가 부담하지만 원고만 제공하고 디자인, 인쇄, 마케팅, 유통 등의 과정은 대행사에서 진행해 주는 방식이다. 대행사는 책 제작만 담당할 뿐 책의 판권은 제작비를 댄 저자에게 귀속된다. 원고만큼 중요한 것이 안에 담긴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표지 디자인, 마케팅이기에 전문성 필요한 분야를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것, ISBN을 발급받을 수 있고 기준을 까다롭게 두는 대형서점에도 쉽게 입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책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내가 지불해야 하기에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



출판도 선택의 연속


헷갈렸던 부분을 해결하고 나니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돈은 많이 들지만 제작과 유통과정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자비출판을 할 것인가, 만드는 과정은 험난할 지라도 ISBN 발급이 가능한 1인 출판을 할 것인가, 아니면 독립출판을 할 것인가. 가장 먼저 제외시킨 건 자비출판이었다. 내가 책을 만드는 목적은 출판 과정의 전반을 경험하는 것이다. 대행사에서 제작도 해주고, 유통까지 해주면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마케팅과 유통을 맡아준다 해도 내 책이 단 한 권의 재고도 남기지 않고 완판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차피 재고를 껴안을 각오로 시작하는 일이라면 얻을 수 있는 경험도 같이 남기는 걸 택하는 것이 나았다.


가장 고민했던 건 독립출판을 할 것인가 1인 출판을 할 것인가. 출판사를 등록한다는 건 내 이름을 걸고 사업체를 등록하는 일이다. 고용인만 되어봤지 (물론 고용할 직원은 없지만) 고용주가 되는 것은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사진집 한 권 만들자고 출판사까지 등록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 나는 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출판사 등록증을 받았다. 1인 출판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자비 출판을 제외시킨 이유와 같다. 독립출판으로 만든 책도 당연히 책이지만 시스템상 정식 출판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ISBN을 발급받은 책이다. 일반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는 ISBN을 발급받는 과정이 포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 제작 과정의 모든 것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면 시스템상으로도 정식 출판물로 인정받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부수를 제작하고, 끝끝내 팔리지 않고 남은 책은 지인에게 '나 이런 것도 해봤어'하고 경험담을 들려주며 나눠주거나 지역 도서관에 기증해야겠다 생각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출판 형태를 결정하는 것으로 선택의 순간은 더 이상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택의 순간을 거쳐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서막에 불과했다. 판형, 표지/내지 디자인, 사진의 톤, 지류, 제본 방식, 인쇄 부수, 책의 가격까지. 나에게 출판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선택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나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좋던 나쁘던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나만의 노하우가 된다. 나는 디자인 레퍼런스 찾는 법, 제작하는 책에 어울리는 지류 선택 기준, 인쇄소를 고르는 기준 등을 얻었다. 경험도 쌓고 노하우도 얻었으니 내가 출판을 통해 얻고자 했던 본질적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립출판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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