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1화 <노 모어 워킹>
2025년 3월 17일 월요일
새벽 3시 40분 무슨 벌레에 물린 건지 모르겠지만 밤새 팔이 간지러워서 잠을 설쳤다.
그래서 그냥 조금 일찍 눈을 떠서 여행길에 오를 마지막 준비를 했다.
공항까지 카페 매니저와 그녀의 파트너가 데려다줬다.
이런 요상한 조합이 탄생한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매니저와 일하는 마지막 날 한국에서 사 온 마스크 팩을 선물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일하는 동안 퍽 좋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녀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몇 시 비행기인지 물어봤다.
나는 새벽이라서 공항버스가 없어서 우버 타고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녀는 자신이 공항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아니…? 나는 고작 마스크팩 몇 개를 선물했는데 그 시간에 시티에서 나를 픽업해서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본인도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면서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처음에는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공항까지 70불이 나온다고 돈 아끼라며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무슨 우버비가 그렇게 비싸냐고 아닐 거라고 말했는데
아니? 진짜였다.
35불 정도 예상한 우버비가 무슨 항공권값에 웃도는 걸 확인하고 얼굴에 철판 깔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 4시 15분에 우리 집 앞에 와주었다.
나는 마지막에 일한 빵집의 매니저가 좋다.
어느 일터든 처음에는 어색하고 무서웠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할까 봐 불안했고, 조급한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끝내 나는 빵집의 그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녀는 내가 주문을 잘 못 받았다고 소리를 지르지도, 욕하지도 않았다.
내가 출근하면 매일 '굿모닝~'이라는 아침 인사를 해줬고 ‘하알유?’라고 물어주었다.
이거 해 저거 해 명령조로 일을 시키지도 않았고 항상 플리즈와 땡큐를 붙여주었다.
누군가는 당연한 권리라고 이야기하는데 뉴질랜드에서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눈물이 계속 난다…. 도대체 나 어떤 시간을 보내온 거야…)
그래서 계속 의심했다.
"내가 이런 대우밖에 못 받는 실력 없고 부족한 사람인가?"
1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새벽 시간에 그녀가 나에게 베풀어준 친절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멈추게 해주었다.
뉴질랜드 워킹데이에 추억 보정 필터를 낄 수 있게 해준 나의 마지막 일터 글로리 빵집에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매일 튈까? 생각했는데 허허)
국내선이라 빠르고 신속하게 출국장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나와 함께 남섬 여행을 떠날 구독자분들에게 보낼 산뜻한 인사말을 쓰려고 했는데
어이쿠야 써본 적이 있어야지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돈을 받았다.
지금부터 글을 안 쓰면 그냥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다.
그래서 잠도 덜 깬 머릿속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예쁘고 귀한 말들을 골라보았는데
썩 마음에는 안 든다.
그럼에도 마감 기한이 있는 글 쓰기는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시간에 제출하는 것이 0순위로 중요하기에 적당히 흐린 눈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손가락에 불 나에게 타자를 치니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다.
1년여 만에 올라타는 비행기에 설렜지만.
이런 나의 행운은 여기까지 닿지 못했다.
먼저 웰링턴 여행을 떠난 친구가 꼭 오른쪽 창가 자리를 앉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은 좌석을 고르는 것도 돈이 들어서 그냥 나의 행운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왼쪽 통로석이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는 틴에이저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새벽 댓바람부터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됐다.
그저 하나라도 알아들으면 뿌듯할 거 같아서 귀 기울여 봤지만 역시나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제기랄)
이야 동트는 시간에 비행기를 타보는 게 처음인데 비행기 안에서 보는 일출은 가위 장관이다.
물론 나는 자라목처럼 목을 쭈욱 내밀고 나서야 불그스름한 창밖을 빼꼼 볼 수 있었다.
창가 자리 학생이 나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보였지만 너무 아름다운 일출에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웰링턴에 도착했다.
확실히 국내선이라 빠르게 나왔다.
공항에 내려 자연스럽게 시티로 나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현금이 없어서 공항버스를 어떻게 타지 하고 ATM기를 찾아서 공항 지도 앞에 서서 서성이니 택시 기사분께서 '뭘 찾고 있니~'라고 물어봐 줬다.
'공항버스를 타고 싶은데 현금이 없어요. 우쨔죠?' 라고 답문했다.
택시 기사분은 친절하게 버스 안에서 카드 결제가 되니 괜찮다고 말해주시면서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순조롭게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를 예약해 둔 시티로 나왔다.
버스 창밖 너머로 보이 웰링턴읒 행정 수도로 기획된 도시라 그런지 네모반듯한 느낌이다.
역시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호텔의 리셉션이 열려 있지 않다….
24시간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문이 굳게 닫힌 숙소의 자동문 앞에서 약 35초간 '어떡하지?' 고민하고 빠르게 카페로 자리를 이동했다.
아. 이 시간에 카페라니.
크리미 머쉬룸을 추가한 토스트라니!!!
뉴질랜드 카페는 보통 6 to 3 영업시간으로 운영된다.
이 소리는 곧 뭐냐?
카페 노동자였던 나는 지금 이 시각에 우아하게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며 커피를 마신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 커피도 질리고 브런치는 먹고 나면 배가 헛헛하다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매번 주문 다 보내고 마시는 식은 커피가 별로고, 손님 없는 틈을 타서 입 안에 우겨넣는 토스트가 별로였던 거지.
나 브런치 너무 좋아하네.
바싹하게 구운 따뜻한 토스트에 버터와 라즈베리 잼을 듬뿍 올리고 크리미 머쉬룸을 한 입씩 올려 베어 물면 울랄라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지도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