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2화 <뛰뛰(러닝) 여행의 시작>
2025년 3월 18일 화요일
7시 30분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일어나서 바깥 날씨를 확인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는 않는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한때 날씨 요정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날씨 운이 좋았던 나였는데 지금은 기력이 쇠하여 날씨 요괴가 되었다.
일할 때는 그렇게 쾌청한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왜! 나의 씐나는 홀리데이 시작부터 먹구름이라니!!
그래도 내가 뉴질랜드에서 1년 가까이 살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눈이 오나 (북섬은 눈 안 온다) 비가 오나 뛰어댕긴다는 점이다. (진심으로 뛰뛰 사람들이 많!다!)
날씨는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의지가 중요한 거지.
그래서 나도 뛰러 나왔다.
이쯤 되면 명예 키위라고 불러줘도 되지 않을까? 하하
의지박약의 국가대표인 나는 일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러닝을 하지 않았다.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돌아오면 불닭볶음면 뿌시고 침대에 누워서 배 통통거리기 바쁘지 다시 뛰러 집 밖으로 나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컨셉을 '뛰뛰 여행'으로 정했는데
아 이런 반전이 존재한다.
웰링턴의 바람은 강력했다.
어제 도착해서 사이클론이 오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웰링턴의 기본값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더 강력하다!
반대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꾸역꾸역 3킬로를 겨우 달리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길을 돌려 다시 뛰려고 하는데 그때 갈매기 한 마리가 강한 바람에 날기를 포기하고 몸을 웅크리고 바람에 밀리지 않게 버티는 모습을 보고 깔끔하게 아침 산책으로 변경했다.
갈매기도 포기하고 바람에 수긍하는 마당에, 내가 뭐라고 자연을 이겨 먹으려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에 기대어 걸으며 왜 뉴질랜드 뛰뛰는 재미있는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1. 인도가 넓고, 구경거리가 많다.
오클랜드에서 인도가 좁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근데 웰링턴도 인도가 넓다.
이 소리는 뭐냐?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인데 인도는 넓어서 그 길 위를 뛰어댕기든 걸어댕기는 타인과 부딪힐 일이 없다는 거다.
서울에서 러닝 족들이 욕을 먹는 이유 중 하나가 도심 속 길막 때문이라는데 그 좁은 길에서 여러 명이 그룹으로 뛰어댕기면 나도 욕할 거 같다.
하지만 여기는 인구 밀집도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공간의 여유가 사람을 참 친절하게 해준다.
그리고 풍경과 건물들이 뛰는 사람을 신나게 해준다.
뛰뛰를 하다 보면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자주 발생한다.
"아…. 힘든데 그만 뛸까…?"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 구경하느라 본인과의 싸우지 않아도 된다 않아도 된다.
그래서 어제 워밍업으로 3킬로만 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7킬로는 뛰면서 웰링턴 동네 한 바퀴를 하고 돌아왔다.
2. 자유롭게 뛰면 된다.
내가 마지막에 일한 빵집은 타카푸나에 있었다.
거기는 오클랜드에서 부촌이라는 특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거 같다.
유난히 더 뛰어댕긴다ㅋㅋㅋㅋ
원래 부자들이 건강관리에 더 진심이라고 하지 않은가 정말 눈깔사탕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최소한만 가린 운동복으로 뛰어다니는 언니들이 참 많다.
(믓쟁이면 다 언니다)그 뿐인가 눈동자가 떼구루루 돌아가는 피지컬을 가진 오빠들도 많이 뛰어다닌다.
또 그 뿐인가! 할머니 할아버지도 달리고 어린이 청소년들도 달리고 정말 모두가 뛰어다는데 그들의 복장도 속도도 다 다르지만, 내가 뛰고 있는 행위가 중요한 거지 다른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뉴질랜드 뛰뛰는 자유롭게 내가 입고 싶은 옷 입고, 내가 뛰고 싶은 속도로 뛰면 되는 게 참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튜브톱과 나시 조합으로 입고 뛰었지만 여기서는 냉큼 튜브톱만 입고 뛰어댕기고 있다.
그리고 뛰뛰 여행의 장점!
구글맵에 의존하지 않고 맛집을 찾을 수 있다.
여행하면서 미슐랭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
숙소 근처를 걸어 다니다가 맛있어 보이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편이다.
가끔 실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성공 확률이 높아서 여전히 이 방법을 추구하는데, 시간이 제한적인 여행자에게 걸어서 동네를 구경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뛰면 시간도 절약하고 눈에 띄는 식당들을 더욱 발견할 수 있다.
(물론 3보 1식당 수준으로 구글맵에 별 표시 남기느라 러닝 페이스는 뒤죽박죽이 되기는 한다)
짧은 러닝이었지만 아침을 상쾌하고 뿌듯하게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뜀박질을 하고 샤워를 하고 부지런히 모닝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이런 하루의 시작이 너무나 부지런하고 뿌듯하다)
역시나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닝커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응? 카페에서 대화하고 있는 게 뭐가 신기한 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침 7시부터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카페에 온 사람들이 다수라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뉴질랜드 카페에서는 지금의 나처럼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어 공부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1도 없다.
한국에는 카페 충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공부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나 포함) 뉴질랜드의 카페는 사람들이 대화하고 있다.
키위들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잠시 발가락만 슬쩍 담그고 나온 스타벅스 사명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커피는 아침 잠을 깨우는 각성제 또는 숙취에 몰려오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시는 정도의 인식이었는데 스타벅스에 일하면서 본사에 교육받으러 갔을 때 좀 충격이었다.
음료 한 잔이 내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어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고?
근데 여기에서 경험한 커피문화는 분명 영감을 불어넣어 줄 거 같다.
일단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 카페들 때문에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일찍 일어나야 하고 가장 맑은 정신일 때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누는 대화는 분명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줄 거 같다.
물론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고 각성제로 마시는 사람도 많고, ‘나 오늘 숙취있어 얼른 커피 줘~~’ 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커피를 알기에 이놈의 커피는 너무나 어려워서 아직 감도 못 잡았지만, 커뮤니티에서 커피는 정말 중요한 역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