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좋았던 김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by 김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3화 <배짱 좋았던 김본이>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언제쯤 나는 멍청 비용을 내는 삶에서 졸업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무계획인 내 여행에서 유일한 계획이었던 'THE WATA CAVE' 투어를 내가 가려고 했던 날짜 하루 전날로 잘 못 예약했던 것이었다…. (흐엉)

날짜 실수를 왕왕 해왔기에 이번은 정말 신중하게 예약했는데도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따흑 이마 탁)

내 손가락이 한 실수고 이미 지나간 예약이니 어쩔 도리가 없어서 잠시 우울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와타 워크숍을 꼭 가야겠는데.


왜냐!! 누구나 알만한 판타지 영화, SF영화의 특수분장, 소품, 디자인 자문은 거의 다 'THE WATA CAVE' 손을 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웰링턴에 온 첫날 방문한 테 파파 박물관 전쟁기념관에서 본 초대형 조형물들의 변태적인 디테일을 보고 확신했다.

이 조형물은 100퍼센트 'THE WATA CAVE' 제작일 것이라고

그래서 디테일이 미쳐버린 조형물을 만든 제작소를 꼭 가보고 싶었다.

멍청 비용은 내 삶의 동반자라는 정신 승리를 해내고 다시 와타 워크숍 투어를 신청해서 부지런히 갔다.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반지의 제왕 트롤을 보고 뿅 반해버렸다.

어쩜 입구에 세운 트롤 조형물의 퀄리티도 이다지 좋단 말인가.

한껏 들떠서 들어간 투어는 기대만큼 즐거웠다.


테 파파 박물관에서 본 조형물은 역시 와타 케이브 제작이 맞았다.

대형 조형물의 눈썹 부분 제작만 8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 8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섬세한 작업물이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뮬란, 나니아 연대 등등의 영화에서 사용한 칼과 갑옷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는데 그 디테일 또한 엄청났다! 호빗이랑 인간이 사용하는 칼 크기가 다른 귀여운 포인트도 있었다.

다섯 살배기 어린이가 되어서 와타 케이브 투어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먹구름이 가득 껴있던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날씨까지 좋아지니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틀간 머물렀던 웰링턴의 소감을 남겨보자면

바람의 나라다!

동서남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은 언제나 산발이었지만 도시는 네모반듯하고 깨끗했다.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은 남아있었지만 아쉬움은 크게 남지 않는 적당히 심심하고 적당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그래도 테 파파 박물관이랑 와타 케이브만을 위해서 방문하라고 하면 100퍼센트 다시 올 의사가 있다.


내일이면 웰링턴에서 퀸스타운으로 떠난다.

퀸스타운 정말 궁금하다.

이쯤 되면 얼마나 좋을지 두고 보겠다는 못된 심보도 올라온다.

뉴질랜드 남섬에 관해 이야기하면 열이면 열 입을 모아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 저 위에까지 가 전날 밤 써놓고 잔 글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나의 못된 심보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

또 다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공항에 가기 위해 가방을 짊어지고 나왔다.

공항 가기 전날 밤에 온라인 체크인으로 자리를 받았는데 흐엉 또 창가 자리가 아니다….

심지어 가운데 자리….

흐엉 이번에는 진짜 운이 안 따라준다고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아니 이게 머선일인가??!!

창가 자리가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통로석에는 갓난쟁이 아기와 엄마가 앉아 있어서 내가 중간 자리를 비워주는 게 통로석 모녀에게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냉큼 창가 자리로 옮기고 속으로 "음하하하 나는 러키비키잖아~~"를 외쳤다.


다만 전날 러닝과 클라이밍의 여파로 몸이 아주 피곤해서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감기는 두 눈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그 와중에 중간에 창밖을 꼭 보겠다는 의지로 30분 알람을 맞춰두고 잠들었다.

손목에서 울리는 알람 진동에 잠이 얼핏 깼지만, 여전히 무거운 두 눈을 못 이기는 척 다시 잘까 하고 슬쩍 본 창문에 두 눈이 그냥 뜨는 게 아닌가.

두 눈이 떠지고 입 떡 벌어지는 장관에 피곤도 싹 가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와 남섬도 안 가보고 뉴질랜드 떠나려고 한 과거의 김본이 너 배짱도 좋다.


내가 남섬 안 간다고 했을 때 정말 단호하게 꼭 가야 한다고 퀸스타운만이라도 다녀오라고 거의 멱살 잡고 나를 이곳을 보내준 진영 언니에게 무한히 감사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지!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것도 어른이지! 라는 말로 애써 괜찮은 척했을 때 아빠가 돈 보내줄 테니까 짧게라도 다녀오라고 말해준 아빠게 무한히 감사하고

지금 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무한히 감사합니다!


남섬 정말 너무 좋습니다.(햅삐 본)

코 박고 비행기 창밖만 구경하면서 비행기가 제발 도착하지 않기를 바란 건 처음이다.

예전에 진영 언니 형부가 눈 깜빡이는 시간도 아껴서 구경하라고 했었는데 정말 눈 깜빡이는 시간도 아까웠다.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산맥들이 정말 실제인가 의심이 들었다.

정말 잘 만들어놓은 영화 세트장에 있는 기분이었다.

저 산맥들은 분명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랑 호빗들이 여정을 떠날 때 오르던 산맥 아닌가?

어디선가 오크 부대와 트롤들이 나타나서 간달프와 호빗들을 공격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풍경이었다.

눈물이 났다.

나에게는 과분한 경험을 하면서 사는 거 같아서.


"짱구는 좋은 거 많이 보고 행복해지그라"

울 언니가 바랬던 것처럼 나 진짜 좋은 거 많이 보고 행복하게 산다!


한껏 감성은 충만해졌고 날씨는 뒤집어지게 좋다.

이미 남섬에 폭 빠져버렸다.

순간 맞닿은 차가운 공기가 낯설었지만, 맑은 하늘과 공기가 금세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이 좋은 공기 뉴질랜드 사람들만 마시고 살고 있었다니(따흑 이마 탁)

퀸스타운은 날씨 요정 당첨이다!

이제 또 달리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