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4화 <베지 프렌들리 나라에 산다는 건>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금강산도 식후경 퀸즈타운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의 명물 '퍼그 버거'를 먹으러 갔다.
뉴질랜드의 유명한 관광지답게 대기를 해서 버거를 샀다.
여기에 살면서 구글맵에서 매우 혼잡이라고 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는데 퀸즈타운은 제법 관광객들로 복작거린다.
다행히 길지 않은 줄에 서서 어떤 베지 버거를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베지 프렌들리 나라에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삶이다.
유명한 맛집에 가면 나도 먹을 수 있는 게 있다.
투어를 갈 때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봐 따로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채식주의자라서 그런데 채식으로 음식을 준비해 줄 수 있어? 라고 물어도 난색을 보이지 않는다.
젤 좋은 거, 내가 채식을 하는게 전~혀~ 신기하지 않다.
여기서는 내가 소수가 아니고 소비자로 여겨진다.
한국에서 이제는 채식주의자들이 소비자로 여겨져서 채식제품들과 채식옵션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식당에서 “혹시 여기에 들어가는 고기를 빼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면 당황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꼭 나를 위해서라지만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말을 덧붙여주신다. “고기 빼면 맛 없을건데…”
(나는 고기가 들어있는게 더 맛없으니 그냥 빼주셨으면 참 좋겠다…)
근데 여기에서는 일단 어떤 식당을 가도 베지 메뉴가 하나씩은 꼭 있다
하다 못해 한국식 삽겹살 집에 가도 베지 메뉴가 있다.
그리고 고기 빼달라는 건 너무 쉬운 부탁이라 더 묻지도 않고 주문을 받아준다.
(물론 그 덕분에 카페에 일하는 동안 너무 많은 옵션에 정말 피곤했지만…)
그래서 퍼그 버거를 갈 때도 베지버거 하나쯤은 있겠지 하는 믿음과 실제로 베지 메뉴가 두개가 있어서 선택지가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
심지어 정말 맛있는 두부버거를 파는 게 아닌가!
소고기버거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감히 맛 비교를 할 수 없었지만 정말 정말 맛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베지버거도 츄라이츄라이 해보시기를
갈매기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와카티푸(파카티푸가 올바른 발음이라고 가이드가 알려줬다.) 호수 앞에 앉아서 먹는데 이런 뉴질랜드가 너무 좋다.
한국의 편리한 삶이 익숙한 나에게 불편한 것 투성이고 수준 낮은 영어 실력에 나의 권리는 땅바닥에 머물러 있지만 그럼에도 이놈의 뉴질랜드는 왜케 좋단 말인가.
어디든 사는 건 힘들고 벅차지만 역시 여행은 즐겁다.
지긋지긋하다고 이제는 후련히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 뉴질랜드가 지독하게 내 발목을 잡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퀸즈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라인에 올라와서 쓰고 있다.
글 쓰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두 눈은 계속해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조각 같은 산들과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게 된다.
남섬 여행을 올 때부터 비행기티켓, 숙소 딱 두 개만 예약하고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고 왔다.
그런데 웰링턴에서 방문한 웨타 워크숍이 너무 좋아서 반지의 제왕 촬영지에 가보고 싶어졌다.
무계획이 좋은 점은 여행하다가 얼마든지 계획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좋은 점은 계획을 추가 못할 확률도 높다. ㅋㅋㅋ
역시 내가 참여하고 싶었던 반지의 제왕 촬영지 투어는 예약이 마감됐다.
300불 가까이 되는 투어비에 부담이 되어서 고민의 고민을 했는데 이런 예약 마감까지 되었으니 어쩔 수 없네~ 라고,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나 김본이 온 세상의 행운을 끌어모으는 러키비키보니 아닌가?!
숙소에서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투어 안내 팸플릿을 채우는 것 중에 반지의 제왕 촬영지 투어 팸플릿을 발견했다.
그래서 냉큼 리셉션에 가서 "혹시 내일 예약 가능할까?" 했는데 내일 아침 9시에 자리가 하나 남아있고 가격은 159불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오후 1시 30분이면 퀸스타운으로 돌아와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고 가격도 원래 알아봤던 거에 거의 절반의 금액이라 신난 마음으로 예약했다.
대망의 투어 날 아침
이런 늦잠을 자버렸다. 부지런히 일어나 모닝 뛰뛰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투어를 가려고 했는데 7시 40분에 눈을 떠버렸다. 오케이 뛰뛰는 빠르게 포기하고 모닝커피를 위해 빠르게 준비하고 나갔다.
퍼그 버거 옆에 퍼그베이커리도 있고 퍼그젤라또도 있다.
(대충 퀸즈타운의 명물이면서 대기업인거 같다ㅋㅋㅋㅋ)
퍼그베이커리에 들어가서 베지테리언 파이가 있을까? 하고 물어봤는데, 역시나 있다.
요호 기분 좋게 파이를 포장에서 또 파카티푸 호수에 가서 안개가 낀 호수를 바라보며 먹었다.
분명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서 투어도, 계획도 안 짜고 온 여행인데 왜 이렇게 바쁜 것인가….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부지런히 베지파이를 먹고 투어 픽업 장소로 가야 한다!
픽업 장소에 가니 오늘 투어 가이드 샤네이가 반겨줬다.
브라질에서 온 솔로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고 팔뚝에 마트료시카 문신이 있는 아주 믓진 언니였다. (조수석에 앉아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한 가이드였다.
물론 그녀는 수도 없이 안내한 내용이겠지만 뉴질랜드의 역사, 퀸즈타운의 섬들, 마오리어의 정확한 발음 등등 투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알려주었다.
물론 나는 그중에 5퍼센트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지만...(따흑)
오늘 투어를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마누카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다!
가이드가 이게 마누카 나무야~ 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게 생겼다.
마누카꽃 꿀이 뉴질랜드 명물인데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목이 아플 때 먹거나 상처가 난 곳에 바르면 좋다고 한다.
'마타가오리' 나무도 알게 되었다.
과거 마오리족들의 전통 문신은 이 나무로 살을 콕콕 찔러서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호비튼, 미션 임파서블 등등 영화를 보다가 웅장한 자연이 보이면 다 뉴질랜드에서 찍었다고 보면 된다. 가이드가 영화 속에서 오늘 방문한 곳 찾아보라고 숙제도 줬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의 정확도는 매우 낮으니 따로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ㅎ)
그래서 가장 중요한 오늘 반지의 제왕 촬영지는 어땠냐?
최고의 선택이었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봤던 산맥 사이를 굽이굽이 지나 펼쳐지는 파라다이스(반지의 제왕 촬영 장소 이름)는 장관이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사진에 담기지 않아서 아쉬운 것 빼고는 정말 좋았다.
수많은 사람의 손을 탄 것 같은 코스튬도(이게 사실 하이라이트) 절경을 바라보며 먹는 모닝 티도 조각조각 이어진 산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파란 하늘도 그 밑에 펼쳐지는 넓은 목초지도 평화로운 파카티푸 호수도.
이런 뉴질랜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