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5화 <뚜벅이 VS 붕붕이>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오늘은 퀸스타운에서 테카포로 이동한다
이틀에 한 번씩 이동하려니 퍽 피곤하지만 그래도 그곳에 가면 또 입 떡 벌어지는 멋진 장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니 기대된다.
어느새 에세이 연재도 반을 지나왔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미 시작을 했고 또 반 이상 연재를 했으니 100퍼센트의 목표 달성을 했다는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
처음에 연재할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구독자가 있을까? 하는 일차원적인 걱정과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인 물음표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얼레벌레 시작한 연재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건 참 좋은 거 같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문뜩 찾아오는 무료함과 외로움이 있다.
그런데 오전에는 글을 써야 하고 오후에는 글 쓸 거리를 찾아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무료할 틈도 외로울 틈도 없이 오히려 더 부지런해진다.
이 생각을 오늘 퀸즈타운 떠나기 전 동트는 파카티푸 호수에 앉아서 했다.
하루 종일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서도 일주일이 부족할 거 같은데 이곳을 이틀 만에 떠나려니 떨어지지 않는 궁둥이를 애써 일으켜 세웠다.
(힝구 퍼그 버거도 한 번밖에 못 먹어봤는데 말이다….)
이번 남섬은 뚜벅이 여행이라 테카포로 떠나는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로 어딘가 이동해보는 게 처음이라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창밖의 풍경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니, 시간을 오히려 생산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다.
모든 장단점이 존재한다.
교통이 불편한 뉴질랜드에서 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그 차를 유지하고 편리함을 즐기는 게 절대 쉽지 않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운전을 시작했으니 반대 차선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주유하는 법, 차량을 유지보수 하는 비용, 교통법규를 지키고 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접수하는 것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영어로 해결하려 하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운전을 안 하니 확실히 마음은 편하다.
다만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뿐…ㅎ
마음의 편안함이냐, vs 움직임의 자유냐
고놈 참 문제로다.
그래도 퀸즈타운에서 테카포 호수까지 3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오면서 또 코 박고 창밖 구경하기에 바빴다.
어쩜 뉴질랜드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지 눈 깜빡이는 그 1초가 너무 아깝다.
웰링턴을 떠날 때도 퀸즈타운을 떠날 때도 아쉽기만 하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근데 테카포 호수 여기도 장난 없다.
어째 가는 곳마다 좋은 것이냐.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잔잔한 호수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새우탕면을 뿌시는 나.
따가운 태양 빛에 이마가 타들어 갈 거 같지만 그래도 호수 보면서 먹고 싶다고 컵라면을 들고 밖으로 나와 먹고 있다.
평화로운 이곳에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는 내가 참 이질적으로 보이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또 이런 뷰를 김치(?) 삼아서 라면을 먹어보겠는가 싶다.
연재도 중반, 여행도 중반 그리고 내 워홀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서야 나의 한해가 끝나가는 기분과 동시에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대단한 성장을 바라고 온 워킹 홀리데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갈 때 조금은 번듯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지금 우주최강꼬질이다. 깔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나의 인생이여 잠시 쉬었다가 어서 뛰뛰나 하러 나가자.
어제 하루는 뛰뛰 휴식을 취했다.
몇 달 동안 운동을 안 하다가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뛰어댕겼더니 몸살 기운이 싹 도는 불길함이 느껴져 감기약을 챙겨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테카포 호수 요놈도 사람 뛰고 싶게 만든다(이마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