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6화 <맑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어제 테카포 호수에 도착하고 하루 종일 하늘만 바라봤다.
낮에는 색종이를 오려 붙여놓은 거 같은 거짓말 같은 파란 하늘에 홀려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고 저녁에는 밤하늘 부드럽게 깔린 은하수와 빼곡히 수놓은 별들을 보며 몇 시간을 밖에 누워있었다.
누가 별사탕을 와르르 엎지른 것처럼 하늘 어디를 바라봐도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기도했다. (종교가 없어서 기도를 해야 할 때면 자연과 이름을 아는 모든 신들을 데려오는 편이다)
오늘 테카포 호수에 몸을 담가 저의 모든 피로를 씻어냈습니다.
머리 위에 부드럽게 깔린 은하수를 보며 흐르는 눈물에 저의 슬픈, 분도, 미움을 다 흘려보냅니다.
부디 너른 호수의 마음으로 우직한 산맥의 마음으로 반짝이는 별의 마음으로 저의 몸과 마음의 부정을 정화해 주세요.
저는 이곳에서 경이로움, 아름다움, 자연스러움만 가지고 돌아가겠습니다.
언제나 인간과 자연과 동물을 존중하며 맑고 밝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부디 제 안의 사랑이 메마르지 않게 지켜주세요.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호수와 산과 별님에게 기도드립니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증오보다는 이해를 선택해 온 나의 삶이 완전히 틀어졌던 게 뉴질랜드에서의 워킹데이였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3대가 망하기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살(저주)을 날리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던 나의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나에게 무례를 범했던 인간들을 가엽게 여기지는 못하고 내 귀한 에너지를 써가며 저주를 내릴 거라는 이런 유치한 태도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과 며칠 전까지 나는 변함없이 살을 날리면서 살 거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뉴질랜드 자연은 보고 있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결국 이 아름답고 커다란 자연의 티끌 같은 존재인걸.
그저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다 보면 미움도 사라진다.
그러다 정 미움이 남으면 발 한 번 담그고 온다. 찬 호숫물에 발을 담그면 정신이 확 든다.
머저리 같은 인간들이 준 돈으로 그래도 뉴질랜드에서 1년 살았으니까 감사한 일이다.
(아직 화가 안 풀렸나 봐요*^^* 호수 한 번 더 들어갔다 올게요~)
테카포 호수 처럼 너른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해보려 한다.
문뜻 미움이 내 마음을 차지하려 그 또한 사랑을 다스려 흘려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5년이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나는 새해를 맞이한다.
워홀을 온 그 날부터 나의 1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가만히 나의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새해를 살아갈 수 있는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테카포 호수는 찰떡이다.
뉴질랜드 워홀을 왔던 초반에는 "왜 워홀 왔어요?"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는데 이제는 "한국 돌아가서 뭐 할거에요?" 라는 질문을 듣고 있다.
어쩌다 뉴질랜드까지 내 삶이 흘러 들어왔는지 정리도 못 했는데 당장 본국에서 계획도 세워야 한다니 어이쿠야 숨이 가쁘다 가뻐.
그럼에도 어제 밤하늘을 바라보며 떠오른 명제는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일을 할 거다."
다만 좋아하는 일은 돈이 안 된다.
그러니 한국에 돌아가서의 내 숙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법을 찾아야 한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삶을 유지보수 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왔다.
내 시간은 그보다 더 값어치가 있기에 그 값을 인정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고, 증명을 해보여야 할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나는 정체감을 극도로 경계한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뼈를 깎는 고통? 그건 뭐 어려운 일 아니다.
심지어 나는 아주 약간의 연륜이 쌓여서 '쉼'의 중요성도 깨달은 우주최강꼬질이 아닌가.
사실 어제 밤하늘이 너무 충격적으로 좋아서 지금 사람이 아주 자신감이 뿜뿜한데 내일 아침 또 어떤 우울의 동굴을 파고 들어갈지 모르지만 그러기에 인간이 재미있는 거 아니겠는가?
일단 현재 상태로는! 내 우물의 크기를 키워나갈 사실에 신난다.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