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7화 <욕망 버리기 대작전>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오늘은 테카포 호수에서 크라이스 처지로 이동한다.
지역을 이동하기 전 매일 밤 짐을 싸면서 나의 욕망덩어리들을 마주한다.
분명 가방 하나 메고 다니는 여행을 추구하면서도 매번 그 자그마한 가방에 꾸역꾸역 짐을 구겨가며 넣고 있는 나를 보면 여전히 버려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처음, 이 나라에 들어올 때는 24인치 캐리어 하나랑 여행 배낭 하나 메고 왔었다.
그런데 중간에 욕망이 대폭발하여 한국에서 으리으리하게 택배를 받은 적이 있다.
덕분에 내 뉴질랜드에서 삶의 퀄리티는 높아졌지만, 이곳을 떠나려 하니 또 그 짐들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다시 한국에 돌려보내려니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내가 다 이고 지고 갈 수도 없는데 버리려니 계속 눈에 밟힌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선별해서 박스 하나를 한국으로 보냈고 친구들에게 나눴는데도 커다란 종량제 봉투 가득 옷을 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오클랜드 집에는 65리터 여행 배낭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어깨에 진 7킬로 여행 배낭도 무거워서 스트레스받는데, 집에 돌아가면 이에 몇 배 되는 가방이 날 기다리고 있다니 휴 숨이 막힌다.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한 삶에 익숙해지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내 어깨에 진 배낭이 곧 삶의 무게라는 말을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산티아고 순례길 못 걸어봄…. ㅎ)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유 모를 반항심에 "아니! 자기 배낭 하나 책임 못 지는 체력과 실력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반성한다.
체력과 실력이 있다면 가방은 무조건 가벼운 게 좋다….
오클랜드 돌아가면 다시 무게 줄이기 작전을 세워봐야겠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 다시 워킹 홀리데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떠돌아다니고 싶다.
외국인으로 어딘가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기회가 너무 귀해서 내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고작 1년짜리 단기 워킹 비자로 어딘가 정착하고 인정받고 싶은 건 과욕이었던 거 같다.
그냥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키위 농장도 가보고 체리 농장도 가봤으면 좋았을 거 같다.
차도 있었는데,,, 농장 한 번 가볼걸 이라는 아쉬움은 꽤 짙게 남는다.
그리고 이제 꼭 도시에서 삶을 고집하지 않고 싶다.
자극적인 도파민은 필수라며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그래서 편안한 내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 덜컥 집도 계약했던 것도 있다.
물론 집 렌트를 해서 살아본 경험은 나에게 많은 배움을 주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최저임금으로 산다는 건 ‘의식주’를 겨우겨우 해결하는 거지 그 이상을 할 수 없다.
사색에 잠길 여유도 친구의 안녕을 빌어줄 여유도 없이 마음이 퍽 가난해진다.
나는 마음이 가난해지면 과식을 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한다 그래서 실제 금전적으로도 가난해진다.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항상 느끼던 허기가 사라져 생각보다 식비도 그 외에 돈도 많이 안 들었다.
대신 많이 달렸고 글을 썼고 책을 읽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심심함을 견디며 사는 힘을 갖출 필요가 있구나 절실히 느꼈다. .
나는 이제 꼭 도시가 아니어도 적당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도시의 도파민도 필요하니 시골과 도시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삶이 필요하다.
그래도 차는 있어야겠다. 히히히
차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실력을 키워야겠다. (아직 없다…. 또륵)
언제든 가방 하나 메고 떠날 수 있는 가벼움으로 살고 싶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해님 따라 방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런 테카포 호수는 사람을 너무 감정적으로 만든다.
얼른 떠나야겠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사람 마음이 너무 부들부들 해져서 슬라임이 되어버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