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열심히 한 사람이 먼저 지친다

by 쏘쏘

사회복지 현장에서 “저 사람은 정말 열심히 해요”라는 말은 대체로 칭찬으로 쓰인다. 책임감 있고, 맡은 일을 미루지 않으며,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먼저 움직이는 사람에게 붙는 말이다. 회의가 끝난 뒤 남아서 정리하는 사람, 갑자기 생긴 공백을 대신 메우는 사람, 민원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전화를 받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조직은 이런 태도를 신뢰하고,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기대를 건다. 그리고 그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전제가 된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그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친다.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가장 성실해 보였던 사람이 먼저 한계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태도가 축적되기보다, 빠르게 소모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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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은 늘 여유가 부족하다. 인력은 빠듯하고, 일정은 겹치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반복된다. 누군가 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면, 그 자리는 즉시 비어 버린다. 이 공백을 채우는 방식은 대부분 비공식적이다. 역할을 다시 설계하기보다, 가장 먼저 손을 들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일이 돌아간다. 이미 여러 번 공백을 메워왔고, 불평하지 않았으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로 같은 사람이 다시 선택된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이 쌓인다. 어느 순간부터는 부탁이 아니라 당연한 흐름이 된다.


처음에는 그 역할이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나를 믿고 맡기는구나.’, ‘내가 있어서 현장이 돌아가는구나.’라는 느낌은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사회복지 현장은 관계와 신뢰가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인정받는 느낌은 특히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감각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열심히 일한다는 태도에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적정한 노력인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공식적인 지시가 아니라 기대다. “네가 제일 잘 아니까”, “이번만 좀 도와줘”, “지금 특별한 상황이잖아” 같은 말들은 강요처럼 들리지 않지만, 사실상 선택지를 좁힌다. 특히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조직일수록 이런 말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 기대를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누군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같고, 팀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으며, 스스로가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쌓이는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경력으로 잘 남지 않는 일이라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대신 나간 회의, 임시로 맡은 사례, 누락된 서류를 정리한 일, 평가 시즌을 앞두고 몰아서 처리한 행정 업무, 급하게 투입된 프로그램 운영 같은 것들이다. 이 일들은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개인의 전문성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몇 년이 지나 돌아보면 “그래서 내가 무엇을 잘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힌다.


반대로, 일을 상대적으로 덜 맡는 사람은 덜 지친다. 그러나 그는 종종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평가가 실제 역량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을 덜 맡는 사람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업무의 경계를 더 분명히 세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차이를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성실함을 가진 사람만 계속해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 구조는 개인의 성실함을 보상하기보다, 성실함을 즉각 소모하는 방식에 가깝다. 열심히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충분한 휴식이나 명확한 보상이 아니라, “이번에도 잘 해냈다.”는 칭찬과 함께 주어지는 또 다른 과업이다. 성과는 개인에게 축적되지 않고 조직의 안정성으로 흡수된다. 그러다 보니 지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일을 잘하고 있다는 감각보다, 겨우 버티고 있다는 감각이 앞선다.


사실 열심히 한 사람이 먼저 지치는 것은 체력이 약해서도, 마음이 약해서도 아니다. 그에게 조절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맡아야 하는지, 무엇은 거절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려는 순간, 죄책감이 따라온다. 특히 사회복지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것은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돌보는 행동을 미루게 만든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힘들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다들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진다. 쉬고 싶다는 생각, 버겁다는 감정, 한계를 느낀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먼저 검열된다. 이렇게 “열심히”는 미덕이 아니라 자기검열의 기준이 된다. 나는 아직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고, 더 버틸 수 있으며, 지금 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러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거나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그리고 그제야 번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열심히 일하게 되는 데에는 개인의 성향만 작용하지 않는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처음부터 자신을 과하게 헌신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며 현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 대로 해보자”, “기본은 지키자”, “민폐는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현장에서는 곧바로 ‘열심히’라는 이름으로 번역된다는 점이다. 특히 초년 사회복지사일수록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무엇이 과한 요구인지, 무엇까지가 정상 업무인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그래서 주어진 일을 거절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조직 문화 역시 이 선택을 강화한다. 사회복지 현장은 “다 같이 힘들다.”는 정서가 강하다. 누군가의 어려움은 곧 공동의 부담이 되고, 개인의 한계를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이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조용히 버티는 선택을 한다. 말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지 않고, 버티면 일단 상황은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매번 같은 사람에게 반복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열심히는 성격이 아니라 역할이 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말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조직이 만들어낸 기대의 결과다. 그리고 그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 해온 시간이 길수록,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것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전의 기준이 새로운 기준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지금 멈추면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잃을 것 같고, 계속 가면 더 버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선택을 미룬다. 조금만 더, 이번까지만, 다음 인사 때까지만. 하지만 이렇게 미룬 선택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뀌어 다시 돌아온다.


열심히가 문제라기보다, 열심히를 조절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다. 기준이 없으면 성실함은 미덕이 아니라 소모 방식이 된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버티기만 하면, 결국 남는 것은 피로와 회의감이다. 그래서 이 장의 핵심은 열심히를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를 설명 가능한 선택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래야 열심히가 나를 갉아먹지 않고,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남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열심히 한 사람이 먼저 지치는 이유’라면, 이제 다음 질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왜 이 현상은 특히 사회복지사에게서 더 빠르게 나타날까. 그리고 왜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 들어온 뒤 처음 몇 년 사이에 가장 크게 흔들릴까.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지점은 어디이며, 그 흔들림은 왜 개인의 문제로 오해되기 쉬운가?


다음 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을 다룰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에 발을 들인 뒤, 특히 처음 몇 년이 왜 가장 위험한 시기인지, 그 시기에 어떤 선택들이 반복되고, 그 선택들이 이후의 커리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큰 자산이자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이 되는 시기가 언제인지, 그 구조를 하나씩 풀어갈 것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질문

1. 지금 내가 가장 자주 맡고 있는 일은, 나의 전문성을 키우는 일인가 아니면 조직의 빈틈을 메우는 일인가?

2. “이번만”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순간마다, 나는 기준을 세우고 있는가 아니면 버티고 있는가?

3. 지금의 그 “열심”이 나를 앞으로 데려가고 있는지, 아니면 제자리에 묶어두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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