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자 쉬어가기
너무나 큰 문제가 눈앞에 있으면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지난 4일간 병원서 간병하면서 느낀 거다.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도 더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떨어져 나와 생과사, 아프지않음과 고통 사이에서 꼭 한발만큼 이쪽이쪽 건너다니다 보면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니고 그냥 다 판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건 첫 이틀간에 특히 더 느꼈다. 삼일째 되던 날, 아들이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병원으로 와 주었다. 갑자기 두 병원의 응급실을 통해 들어왔기에,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들은 여벌이랑 침낭, 안약, 이어폰 등을 가져다 주었다. 얼마 안 되더라도 내 생활을 조금은 편하게 해 주는 물건들이었고, '내' 물건들이었다. 보호자용 의자겸침대에 침낭을 펼치고, 머리께에 담요를 베개 대신으로 말아 놓고, 눈에 처방받은 건조증치료 안약을 넣고, 슬리퍼를 신고, 편한 바지를 입자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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