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들과 함께 신촌에서 버스킹 공연을 들어봤던 엄마가 있을까?
공교롭게도 그 날은 아이 아빠가 신촌 세브란스에 입원한 다음날이었다. 전날 아무것도 없이 두 번의 구급차를 타고 세브란스에 들어왔기에, 아들이 몇 가지 물건을 가지고 와 주었다.
다행히 아빠는 안정을 찾았고, 아들과 엄마 둘이 병원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냥 병원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맛집이니 하는 걸 찾기도 뭐했으므로. 대신 신촌 거리를 좀 걷기로 했다.
메가 커피에서 테이크아웃음료를 사 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걷는데,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한 남자가 스피커를 점검하며 버스킹을 하려는 참이었다. 우리는 상자 모양의 의자에 걸터앉아 어둑하고 서늘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들을 준비를 했다. 살짝 달콤하고 따뜻한 음료를 홀짝이면서.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도 분위기에 취했는지 엄마랑 셀카도 찍어 주었다. 이런 건 여자친구랑 해야 하는데...했더니 피식 웃는다.
남자는 이건 아직 공연 아니고 테스트라면서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를 부분부분 노래했다. 혼자서 노래 부르다가 테스트하다가 하느라 노래가 부분부분 끊겼지만, 그 잠시 동안의 노래도 참 좋았다. 청춘의 최고봉에 있는 열여덟 살 아들과 푸릇푸릇한 학생들과 핑크빛 연인들 사이에 끼어 있으려니 왠지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누가 나를 신경쓰랴? 잠시 잠깐 이십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최대한 즐겼다.
한 삼십 분 뒤, 그렇게 우리는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로 헤어졌다. 아들은 집으로, 나는 병실로. 가면서 뒤돌아보니 아들은 아쉬운지 좀 머뭇대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 사람 많은 데서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멋진 곳에서 반갑게 친구를 만나 이야기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와 함께한 잠깐 동안의 시간이 무척 좋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으니 우리는 '다시 우리가 이런 시간을 갖는 건 안 좋겠지?'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 우리 둘이 있는 건,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뜻이니까.
하긴, 재작년에 아이랑 같이 명동에 가서 논 적도 있었으니, 언젠가는 순수하게 아이와 또 서울에서 데이트할 일이 있으려니 생각해 본다.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