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새들의 이름

너의 이름은?

by 정이나

문득 공원에 백조들이 사라진 걸 알았다. 이 공원에는 백조가 겨울을 나러 매해 온다. 봄 기운이 처음 들 때만 해도 아직 백조들이 남아 있어서, '텃새가 되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역시 가 버렸다.


백조 생각을 하니 지난 겨울에 있었던 우스운 일이 생각났다. 남편하고 둘이 산책하는데 물가에 커다란 촬영 장비를 든 사진가들이 많았다. 백조를 찍으려는 것이다. 흔히 보던 풍경이었다. 한참 걷는데 앞서 한 부부가 큰 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여자가 우리에게 대뜸 물었다.


"저기 있는 저 새, 이름이 뭐예요?"


우리는 그 새가 백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무릎을 치며 자기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말이 맞잖아! 백조라니까!"


남자는 정말 깜짝 놀라서 우리에게 되물었다.


"진짜예요?"


여자는 고소해하면서 계속 좋아했다. 남자는 아직도 미심쩍어하면서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우리들은 '백조' 하면 <미운 오리 새끼> 동화에 나오는 백조를 생각한다. 그때 그림책에서만 보던 서양(?)의 새가 지금 우리 동네 저수지에 있다고 하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보라. 새하얀 몸에 길다랗고 우아한 목, 그리고 부리의 검은색과 노랑 무늬까지. 목이 길어서 그런지 관악기 같은 깊고 허스키한 울음소리를 내는 백조!


백조 무리는 이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을 들었는지 해마다 그 수를 불려 가지고 이곳에 찾아온다.
그런데 저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조의 모습은 고요한 수면에 떠서 우아하게 우릴 바라보는 게 아닐 때가 많다. 꽁무니를 하늘 높이 쳐들고 긴 목을 한껏 물 속으로 집어넣고 먹이를 잡는 모습이다. 토실토실해 보이는 엉덩이가 사모예드의 천방지축 엉덩이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머리와 목이 온통 젖고 흙탕물에 더러워져 있다. 그러니 남자가 '백조'라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아'해 보이는 백조의 이미지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니. 아무리 우아해도 먹이 활동이 먼저다.


그 며칠 뒤, 그 저수지에서 산책하는데 중학생쯤 보이는 두 남자아이가 시끄럽게 떠든다. 구부러진 목을 한 중간 크기의 새, 백로를 보고 하는 말이다.


"저거, 뭐야?"
"참새지 뭐야! 참새도 몰라?"


백로는 그 눈이 마치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새다. 목을 S자로 깊이 구부릴 수 있으며, 한국화에도 자주 나오는 신선 같은 새이다. 길고 넓은 날개를 펼치고 너울너울 난다. 그 새를 보고 '참새'라니! 나도 어릴 때 새들에 관해 잘 몰랐었지만 참새랑 까치는 알았다. (라테 이야기인지 몰라도.)


남편과 나는 우스워서 어쩔 줄 몰랐다. 백로랑 참새가 비슷하기만 해도 이렇게 우습지 않았을 텐데, 참새는 주먹 안에 쏙 들어올 것 만큼 작고 부산스러운 갈색 새다. 당연히 물가에 사는 새도 아니고.
십여 년 전에 산속 집에 살 때 가장 신기했던 건, 밤중에 산속에서 들려오는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였다. 약간 귀신소리 같기도 한, 신비로운 울음소리!


새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그 옛날 기억까지 불러와 주었다.


-26년 3월 30일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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