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녀가 되는가

부모의 노환과 죽음을 바라보는 자녀의 자리에서

by AI혁신연구소 김혜경

94세가 되신 어머니는 90이 넘도록 큰 질병 없이 씩씩하고 밝게 살아오셨다.

그러나 요즘 부쩍 달라지셨다.

치매 증상이 오락가락하고, 식사는 점점 힘들어지며, 이유 없는 우울이 하루를 덮는다.

노환은 서서히 오지만, 자녀에게는 늘 갑작스럽다.

엄마는 멀리 시골에 계신다.

오전에는 요양사가, 오후에는 돌봄 도우미가 와서 하루를 케어해 주신다.

나는 그 구조 위에 얹혀 있는 자녀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마음은 늘 먼저 가 있지만 몸은 늘 늦는다.

종강하자마자 내려가 사흘을 함께 보냈다.

같이 식사하고, 같은 집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시간의 공기를 나눈 것이 전부다.

엄마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에게도 그 시간을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 사실을 적으며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사흘이 너무 짧다는 것도, 그 사흘조차 버겁게 느낀 나 자신도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은 변명이 아니라 고백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지 않는, 현실의 고백이다.


노년학에서는 고령자의 인지 저하, 식욕 감소, 우울을 개별 질병이 아니라

삶의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통합적 변화로 본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노년기 우울을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닌

신체 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 상실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설명한다.

이 관점은 자녀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부모를 고쳐야 하는가, 아니면 함께 지나가야 하는가.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은 돌봄을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윤리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쇠약함 앞에 머무는 선택 자체가 도덕적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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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AI혁신연구소대표 생성형AI활용 브랜딩컨설팅(패션,뷰티,푸드,팻,서비스) 기술을 연구하며, 삶을 성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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