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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르는 삶 1편

겸손은 약함이 아니라, 신뢰의 다른 이름이다

물가에 심겨진 나무는 계절이 바뀌어도 마르지 않는다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는 비가 오지 않아도 오래 견딘다

삶도 그렇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에 따라 그 생명력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때론 실패의 밑바닥도 밟아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은 고난 속에서도 의연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작은고난에도 쉽게 무너지곤 한다


그 차이는 결국 마음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겸손’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게 하는 내면의 힘이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게 아니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미국의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는 말했다


“하나님 앞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가장 깊이 아는 자다.”


신앙의 여부를 떠나 이 말은 중요한 통찰을 준다

겸손은 단순히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위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직시하는 능력이다


그런 사람은 타인 앞에서도 비교하지 않고

상황이 좋을 때도 자만하지 않으며

나쁠 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요즘 시대는 끊임없는 자기 PR과 경쟁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능숙한 사람을 ‘성공한 사람’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과 외로움이 자주 숨어 있다


겸손은 그 불안의 반대편에서 작동하는 마음이다


외부의 인정 없이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적 자유다


높아지기보다 먼저 낮아지기로 선택한 사람, 한나


이런 겸손의 본을 보여준 한 인물이 있다

구약성경의 여인 한나(Hannah)다

그녀는 아이를 갖지 못해 깊은 상실과 절망 속에서 오랜 시간 눈물로 기도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아들을 얻었을 때

그 아이를 자신이 품에 안기보다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나이다”라며 다시 내려놓는다. (성경,사무엘상 1:28)


가장 간절했던 것을 얻고도 움켜쥐기보다

그보다 더 큰 뜻을 향해 기꺼이 놓는 선택

그것은 믿음 이전에 겸손한 신뢰의 태도에서 비롯된 용기였다


한나의 삶은 그저 종교적인 헌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계획보다 더 큰 흐름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손에 넣은 것을 놓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내려놓음이 진짜 성장을 만든다


하루하루를 다짐하며 시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세


일의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혹은 반대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겸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성공에도 들뜨지 않게 해준다


그것은 상황이 아닌 방향을 보는 눈을 갖게 해준다.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리로다.” (성경,시편 1:3)


누군가는 이 구절을 종교적인 문구로 보겠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기 삶의 리듬을

자연의 흐름처럼 단단히 붙잡고 살아가는 태도를 말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

그 중심에는 ‘겸손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이미 시냇가에 심긴 나무일 수 있다


우리는 늘 외부 조건에 휘둘리기 쉽지만

결국 우리를 지탱하는 건 내면의 뿌리다


겸손은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게 한다


삶의 주도권을 다 가진 듯 착각하는 순간에도

그것이 사실은 잠시 ‘맡겨진 삶’임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오늘도 ‘겸손’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뿌리를 마음에 심어보자

높이 오르기 전에

깊이 내려앉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느 계절에도 시들지 않는 삶을 위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참고자료

성경, 시편 1:3 / 사무엘상 1:28

조나단 에드워즈 (Jonathan Edwards, 1703–1758), 청교도 신학자

Hannah (한나), 히브리 성경 속 대표적 기도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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