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가
‘밈도 예술이 될 수 있다.’
2024년, 국내 브랜드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가 파리 기반 아티스트 세바스찬 쇼메톤과 협업을 진행하며 던진 메시지이다.
그저 유머로 소비되던 인터넷 밈을 회화로 확장하고, 이를 다시 패션 아이템에 담아낸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품 콜라보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힙한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왜 예술가와 손을 잡을까? 그리고 이런 협업은 브랜드 경영에 어떤 힘이 될까?
1. 브랜드의 ‘차별화’는 이제 제품이 아닌 세계관에서 나온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의 품질만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인지’를 더 먼저 인식하고, 그다음에 상품을 경험한다
아티스트 협업은 브랜드가 자신만의 감각적 세계관과 철학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루이 비통이 다카시 무라카미와 다시 손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브랜드의 전통성과 “무라카미 특유의 만화적이고 평면적인 회화 스타일이”결합되며, 익숙한 모노그램이 팝 아트로 재해석되었다.
그냥 예전 디자인을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전통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다시 풀어낸 작업이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다시 활성화한 전략이다.
2. 아티스트 협업은 감성 브랜딩의 결정체다
경영학에서 감성 브랜딩(emotional branding)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강력한 전략이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이 정서적 연결고리를 가장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예를 들어 언더커버는 프랑스의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앤-발레리 듀퐁과 함께 몽환적 오브제를 패션에 담아냈다. ‘해골 가방’이라는 실험적 결과물은 기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예술성과 환경 철학을 동시에 각인시키며 감정적 충성도를 높였다.
3. 협업은 ‘스토리 기반 소비’라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한다
현대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경험을 소비한다.
소비자는 ‘왜 만들어졌는지’, ‘누가 참여했는지’, ‘어떤 문화적 의미가 있는지’에 더 반응한다.
즉, 협업이 제공하는 ‘배경 이야기’는 곧 브랜드의 자산이 된다.
2025년 아식스가 밴디트(Bandit)와 협업한 러닝화는 우주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비자에게 이 신발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라, 자기 개성의 표현 수단이자 세계관 참여의 한 방식이 된다.
4. 전략적 리스크 완화와 새로운 타깃 접점 확보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브랜드가 기존 시장과는 다른 감도와 속도를 가진 신규 타깃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전략적 도구이다.
동시에, 협업을 통해 하나의 파일럿 캠페인을 진행하고 반응을 보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점검할 수도 있다.
카디 비와 리볼브의 협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론칭은 단순한 유명인 협업을 넘어, 정체성 기반 브랜드 구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Z세대와의 강력한 연결 고리를 확보했다.
5. 결국, 협업은 '브랜드 경험'을 재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협업 사례들의 공통점은 ‘제품’보다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 브랜드가 아티스트와 함께 그리는 세계는 단지 옷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체험하게 하는 과정이다.
커스텀멜로우가 세바스찬 쇼메톤과 함께 만든 아트워크 기반 팝업스토어, 굿즈,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를 입는다는 건 이런 이야기를 함께하는 것"이라는 서사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영에서 말하는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자산이자, 브랜드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마무리: 예술을 입힌 브랜드는 문화를 만든다
아티스트 협업은 마케팅이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가 정체성과 철학을 시각화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며,
문화를 생산하는 경영 전략의 하나이다.
이제 브랜드는 더 이상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함께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한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감각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