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의 첫인상 오코노미야키, 굴, 원자폭탄
남편과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지만, 그의 프로젝트 일정이 끝나야 여행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여행 계획만 세워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휴가를 기다리며 달력을 살펴보다가 5월 초에 연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스카이스캐너(항공권 최저가 비교 사이트)를 열었다.
남편은 혼자 다녀올 거면 국내 여행을 추천했지만, 결혼 전 몇 번 혼자 국내 여행을 했을 때 음식점에서 혼자 주문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식당에서는 2인 이상 주문이 필수인 경우가 많다.) 숙박비도 부담스러워 차라리 일본이 혼자 여행하기에 더 나을 것 같았다.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5월 연휴에도 2박 3일 일정의 사가행은 10만 원대, 3박 4일 일정의 기타큐슈와 히로시마행은 15만 원대였다.
사가는 시내에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어 금세 포기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가기로 하고 기타큐슈와 히로시마 중에서 고민했다. 기타큐슈는 여러 번 다녀와 맛집도 잘 알고 길을 잃을 걱정이 없었다. 반면 히로시마는 원자폭탄 투하 장소라는 것 외엔 아는 게 없었다.
고민 끝에 히로시마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접근성과 가성비가 좋은 호텔을 찾아보았다. 히로시마 공항에서는 버스센터와 히로시마역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호텔을 비교한 끝에 히로시마역 근처에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행 일정이 일본의 대표적인 연휴인 골든위크와 겹쳐 숙박비가 평소보다 2배 정도 비쌌다.
에어비앤비나 저렴한 호스텔은 이미 매진되었고, 남은 숙소는 혼성 도미토리뿐이었으며 1박에 10만 원대였다. 그래도 비행기를 저렴하게 예약한 걸 위안으로 삼았다.
호텔을 예약한 뒤 히로시마 맛집을 찾아보니 오코노미야키와 굴 요리가 주를 이뤘다. 히로시마에는 오코노미야키 가게만 3천 곳이 넘는다고 한다.
맛집은 포기하고 관광 투어를 검색해 보니 원자폭탄 피해 관련 투어가 대부분이었다. 굴 채집 투어도 있었지만, 4월까지만 운영돼 내 일정과 맞지 않았다.
오코노미야키, 굴, 원자폭탄... 그래도 재미있는 여행이 되겠지?
그러던 중 “미야지마”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키의 10배 크기인 토리이(신사 앞 관문)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으로 유명했다.
미야지마에 가려면 히로시마역에서 전철로 1시간 이동한 뒤, 미야지마역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구글맵에 나온 그 작은 섬은 후쿠오카의 온천 마을인 유후인을 떠올리게 했다.
섬에서 1박 하고 싶었지만, 숙박 일정에 맞는 빈 방이 없었다. 미야지마는 한국인보다 서양인과 현지인에게 인기가 많아 료칸과 호스텔이 모두 매진이었다.
다른 명소를 찾아보려 나무위키에서 히로시마를 검색하다 “오노미치”라는 작은 항구 마을을 발견했다.
히로시마역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미야지마, 오른쪽에는 오노미치가 있다. 미야지마는 투어패스를 이용하면 왕복 800엔으로 다녀올 수 있다.
오노미치로는 어떻게 갈지 고민하다 네이버 카페 네일동에서 정보를 얻어 ‘구루링 패스’를 알게 되었다. 이 패스를 이용하면 미야지마와 오노미치까지 무료로 이동할 수 있고, 미야지마 신사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일본은 지역마다 다양한 투어 패스가 있어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일 차에는 히로시마 시내를 구경하고, 2일 차에는 미야지마, 3일 차에는 오노미치 바다 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3박 4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혼자여도 부족함 없이 꽉 찬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