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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피그 bonopig Jul 12. 2024

나 홀로 일본 소도시 여행하기-히로시마 (1)

히로시마 시내 여행하기


새벽 4시,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거리를 걸어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문래역으로 향했다. 문래역에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 노선이 변경되어 이제는 1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 출퇴근길에 걷던 문래역이지만 오늘은 출근이 아닌 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새로웠다.


오전 4시 37분, 공항버스가 도착했고, 친절한 기사님이 밝은 인사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좌석은 굉장히 넓어서 마치 우등 버스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전철로만 공항에 다녔기에, 공항버스를 타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오전 5시 40분, 정확히 1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환전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새벽 시간의 분주함 속에서도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히로시마 공항에서는 히로시마역과 히로시마 버스센터로 가는 버스가 있다. 나는 히로시마역 근처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기 때문에, 공항의 2번 버스 탑승장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혼자 여행을 할 때는 빠른 이동을 위해 기내용 캐리어와 운동화를 선택한다. 입국심사를 빨리 마쳐야만 여행 일정을 원활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국심사를 서두르기 위해 노란색 캐리어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하고 달려, 첫 번째로 입국심사장에 도착했다. 순조롭게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마침 2번 승강장에 히로시마역으로 가는 버스가 막 도착해 있었다. 골든위크라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거의 마지막 순서로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에는 젊은 커플들이 많았고, 골든위크의 들뜬 분위기 때문인지 평소 일본에서 보기 드문 활기찬 대화들(보통 버스에서는 일본 사람들은 조용하다)이 오갔다.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외부에서 몰려온 듯했다.


히로시마 역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맡기고 세븐일레븐으로 달려갔다. 트레블로그 카드에 미리 환전해 둔 엔화를 ATM기기로 인출하기 위해서다. 카드 사용이 어려운 곳이 많은 일본에서는 현금이 꼭 필수다.


트레블로그 카드로 돈을 인출할 때는 항상 조금 헷갈려서 두어 번 실수를 하곤 한다. 한국어 메뉴를 선택하고, 보통 예금을 선택한 다음, 엔화로 출금하기를 눌러야 하는데, 원화로 출금하는 버튼을 항상 잘못 눌러버린다.


현금을 인출한 후, 히로시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카페를 찾았다. 이 카페는 오전 조식으로 유명한데, 조식은 원래 11시까지 제공되지만 운이 좋으면 11시 30분까지도 가능하다는 리뷰를 봤다. 그래서 서둘러 카페로 향했다.


도착하니 웨이팅이 조금 있어서 기다리다 들어가니 11시 30분이 딱 되었다. 카페에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나이 드신 할아버지 몇 분과 젊은 웨이터가 있었다. 나는 낡은 오븐이 있는 바테이블 앞에 앉아 할어버지가 빵을 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웨이터는 친절하게 조식 메뉴를 추천해 주었고, 빵을 굽던 할아버지 역시 웃으며 조식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역시 조식이 유명한 카페답게 모두 조식을 즐기고 있었다.





구글 리뷰에서 본 사진이 주던 설렘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브리 만화에서나 볼 법한 두툼한 식빵 위에 버터와 딸기잼, 사과잼, 블루베리잼이 발라져 있었고, 함께 커피가 제공되었다. 오븐에 갓 구워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빵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오븐의 열기가 느껴지는 바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열심히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할아버지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커피를 포함한 모닝 세트는 990엔이었고, 마지막에는 초콜릿까지 서비스로 제공되었다. 골든위크가 내일부터 시작이라 그 기간 동안은 가게를 열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쉽다고 하자, 내년에 또 방문해 달라며 할아버지께서 웃으셨다.


이 카페는 원래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외지인들이 많이 오지 않는 듯했다. 옆에 앉은 단골인 듯한 아저씨는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다른 여성분도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오자마자 안경을 끼고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신문은 카페에서 제공된 것이었는데, 마치 하루의 일과를 이곳에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문보다는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이 익숙한데, 이곳에서는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샐러드는 양배추 샐러드가 가득했고, 사과와 당근 등이 들어간 소스였다. 샐러드에 소스가 부족하지 않은지 계속 살펴주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커피는 산미 없이 고소했으며, 설탕과 우유를 넣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이 동네에 산다면, 새벽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 후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신문을 읽고 바삭한 빵을 먹으며 느긋하게 아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작은 상상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안고 가게를 나섰다.


골든위크 시즌에는 문을 열지 않는 가게였지만, 그곳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묻어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카페가 생겼다.






Teranishi Coffee

https://maps.app.goo.gl/36B4ps5BV9mqNyW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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