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할 때 해외 파트너에게 묻지 않는 것들

비즈니스, 그 너머

by 데보라

해외 출장지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출장지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회의와 이벤트가 빽빽하게 이어진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고,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회의를 하고, 지난 시간들의 성과를 리뷰한다.

매출을 기반으로 새로운 계약목표를 숫자로 맞추기도 한다.

서로 협상하고, 또 양 측에서 훈훈하게 대화가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파트너들을 몰아세우기도 하고, 가끔은 그들의 반격에 대응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들과의 대부분의 대화는 어떤 수치적인 결과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런 결과도 결과지만, 다른 것들을 묻고 싶어졌다.

대부분 <시작>에 관한 것이다.


"당신은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했나요?
"당신의 사회 초년생 시절은 어땠나요?
"당신은 처음 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시작했나요?"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향한다.

비즈니스로 연결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는 나만의 플러팅인 것이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이 플러팅 방법은 적중률 100%를 자랑한다. 자부할 수 있다.




레바논에서 UAE로 이주한 이민자이자, 싱글맘이자, 회사대표의 이야기


몇 해 전 알게 된 한 파트너는 레바논에서 UAE로 이주한 이민자이다.

싱글맘의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방 한 칸에서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팔며 사업을 시작했다.

레바논에서 이주해왔기에 언어도, 문화도 다른 땅이었다.

하지만 먹여살려야만 하는 자식이 있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혈혈단신의 몸으로 방 한칸에서 제품을 손수 포장하고 보내는 형식으로 일을 시작했다.

조금씩 여윳돈을 만들면, 그 돈으로 다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투자했다.

직접 영업을 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도 물건을 팔았다.


그녀는 지금 연 60억 이상의 의료기기 판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다.

UAE를 기반으로 카타르, 오만, 예멘, 바레인, 쿠웨이트까지 총 6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50이 넘은 지금도 그녀의 두 눈에는 여전히 불꽃이 이글거린다.


우리는 만나면 항상 3시간 4시간은 기본으로 긴 긴 대화를 이어간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 나는 늘 생각한다.

한 여성이 그리고 한 인간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저 하늘의 명에, 순리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


또 다른 파트너는,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72세였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부를 잘해 대학 학비는 전액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문제는 책을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공부하지 않을 때 전공책을 빌려가며 공부했고, 결국 학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회사에 들어가서 그야말로 열심히 일했다.
남들이 8시간 일할 때 그는 10시간, 12시간, 때로는 14시간씩 일했다.
남들보다 더 오래, 더 꾸준히 일했다.
그 성실함이 결국 그를 회사의 중역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그러나 결국 회사의 정치적 이유로 오너에게 쫓겨났다.
몇 년 후,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자 그는 다시 대표로 복귀했고,
결국 그 회사를 직접 인수했다.

그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건 내 능력이 아니라, 하늘이 내게 맡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콜롬비아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그 말에는 종교 이상의 겸손이 있었다.
“하늘이 명한 일을 그저 성실히 다할 뿐이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그가 해준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의 품격과 존엄을 보았다.




우리가 묻지 않는 것들


해외 파트너들과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늘 묻고, 말한다.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 매출성과는 어땠나요?"
"마케팅 활동에 따른 매출변화는 어땠나요?
"내년 계약목표가 좀 낮은데요"
"내년에는 공급가가 조정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두려움과 용기를 품은 사람인지는 거의 묻지 않는다.

많은 미팅을 하고, 자주 대화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출장지에서 조금 다른,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처음은 어땠나요? 당신의 처음을 이야기 해주세요"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늘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나의 질문을 들으면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이내 진지한 얼굴로 바뀐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평소에 듣지 못했던 아주 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대화는 일의 영역을 벗어나 사람과의 관계로, 온도로 전환된다.





비즈니스, 그 너머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

계약과 숫자, 전략과 매출은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의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나는 파트너들의 처음과 그들의 성장을 묻고, 또 온 마음을 다해 듣는다.


좋은 계약보다 오래 남는 건 좋은 대화였고,

좋은 성과보다 오래 남는 건 서로의 진심이었다.


비즈니스로 연결된 사람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면 아마도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다도의 마음가짐 중에, “一期一會(이치고이치에)”라는 말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뜻이다.


출장에서의 만남도 이와 닮아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 대부분은 ‘일’에 관한 것이다.
그 대신, 지금부터 그 사람의 신념과 성장의 이유를 물어보자.


진짜 파트너십은 거창한 계약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작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이전글전지적 면접관 시점: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